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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영목 Mar 30. 2019

디자인시스템의 요소 02.
디자인콘셉트

3장 디자인시스템_04

디자인 콘셉트라는 말은 너무나 흔히 그리고 자주 듣는 말입니다. ‘너 오늘 콘셉트가 모니? 하면 디자인만이 아니라 일상용어처럼 되어버린 용어입니다.


그러나 이 콘셉트를 잡는다는 것이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학생들을 보면 이 콘셉트 잡기에 한 한기의 대부분을 소요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그나마 좋은 콘셉트라면 좋겠으나...

콘셉트는 원래 잡기 어려운 것입니다. 좋은 디자인을 위한 기반이니 그게 쉬울 리가 없습니다. 

콘셉트를 잡기 힘들어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여 어찌할 도리가 없이 힘들어야 합니다.


그러나 콘셉트 자체가 무엇인지 잘 이해를 못하여 콘셉트를 잡는다고 엉뚱한 생각에 사로잡혀 있으며 난감합니다.



그렇다면 콘셉트란 무엇일까요? 비유하여 설명해 보도록 합니다.     

어떤 여학생(A)이 동네에 사는 어떤 남학생(C)을 10년 동안 짝사랑했다고 해봅니다. 어린 시절부터 동네에서 눈에 뜨이는 남학생, 그 학생을 생각하면 기분이 좋고 콩닥콩닥 가슴이 뛰는 날이 많았습니다. 그러나 숫기가 없어 말을 붙이지는 못하고 그저 가끔 통학 길에서 보게 되면 기분이 싱숭생숭해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친구(B)와 함께 동네를 걸어가는데 그 남학생(C)과 마침 마주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이게 어쩐 일입니까. 내 친구(B)가 그 남학생(C)에게 반색을 표하며 인사를 하는 것이 아닙니까. 게다가 그 남학생(C)도 내 친구(B)를 반가워하며 인사를 하는 것이 아닙니까. 그 남학생(C)이 지나가고 짝사랑에 빠진 여학생(A)이 친구(B)에게 묻는 것은 당연할 것입니다. ‘누구야? 어떻게 알아?’ 그랬더니 그 남학생(C)하고는 어려서부터 집안끼리 잘 아는 사이고 친한 오빠라 합니다. 여학생의 친구(B)도 눈치가 빨라 ‘소개해줄까?’하여 드디어 이번 주말에 소개팅을 하기로 했습니다. 이 여학생(A)이 잠이 오겠습니까?. 생각만 해도 가슴이 콩닥거려 잠을 이루지 못할 것입니다. 그때, 친구(B)가 아주 중요한 정보를 하나 주었습니다. ‘그 오빠는 차분한 스타일의 여학생을 좋아해’...


그러면 이 여학생(A)은 어떤 옷을 입을까요? 어떤 액세서리를 할까요? 화장은 어떻게 할까요? 만나서 말하는 말투는 어떻게 할까요? 앉는 자세는? 데이트를 할 경우 가자고 할 장소는? 아마도 화려한 옷에 크게 번쩍이는 액세서리에 쎈 화장에 힙합 전사 같은 말투나 태도는 하지 않을 것입니다. 

틀림없이 차분한 옷에 차분한 화장에 차분한 말투에 다소곳한 태도에 미술관이나 조용한 산책을 하자고 말할 것입니다.      


기준으로서의 콘셉트

이 모든 것을 정하게 된 기준이 무엇일까요? 바로 콘셉트입니다. 

콘셉트는 바로 이런 것입니다. ‘차분한’이라는 상위의 콘셉트에 따라 패션 콘셉트, 화장 콘셉트, 대화 콘셉트, 태도 콘셉트 등이 모두 정해지는 것입니다.     


이와 같이 콘셉트는 하위의 모든 것을 정하는 기준입니다. 이 기준이 불분명하면 어떤 옷을 입어야 할지 어떤 말을 해야 할지 어떤 화장을 해야 할지 종잡지 못하고 불안해질 것입니다. 

따라서 명확한 디자인 콘셉트는 어떤 형태를 어떠한지, 어떤 색을 써야 하는지, 어떤 효용을 포함시키고 빼야 하는지 등을 모두 정하는 기준이 됩니다. 디자인을 할 때 이것이 좋은지 저것이 좋은지 이걸 해야 하는지 말아야 하는지 이걸 포함시켜야 하는지 빼야 하는지 정할 수 없는 것은 콘셉트가 분명치 않기 때문입니다.      



새로움의 목표로서의 콘셉트

다시 이야기로 돌아가 보도록 합니다. 

이 여학생(A)은 그래서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힘을 기울여 차분하게 단장하고 약속 장소로 나갑니다. 한편 이 여학생(A)을 소개하는 주선자인 친구(B)는 평소 그 여학생(A)의 감각을 믿지 못하기에 약속시간 한 시간 전에 만나 점검코자 하고 소개팅을 하는 장소로 친구(A)를 만나기 위하여 먼저 나갔습니다. 


그런데 이게 웬일입니까... 소개팅을 하는 당사자인 친구(A)가 고운 한복을 차려입고 앉아있는 것이 아닙니까. 너무나도 차분하게 말입니다. 그래서 ‘너 미쳤니? 왜 한복을 입보 나왔어?’ 하니 그 친구(A)가 ‘응... 차분하게 보이려고’한다면 주선자인 친구(B)는 어찌해야 할까요? 정말로 친구를 위한다면 남학생(C)에게 연락해 약속을 취소하고 다음 기회를 노려야 할 것입니다.      


여기에선 무엇이 잘못되었을까요? 한복이면 그야말로 차분함의 상징 아닐까요? 혹은 한복의 경우는 지나친 비약이기는 하지만 한껏 차분하면 그야말로 평범하거나 수수하여 아무런 매력도 느끼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이 경우와 같이 콘셉트는 ‘새로운’&‘매력적인’을 전제로 합니다. 콘셉트는 이제까지 없었던 ‘새로움’을 내포하고 있어야 합니다. 

‘차분한’은 어의적 즉 말이고, ‘차분한’에 해당하는 의상, 화장 혹은 조형 기호는 시대에 따라 문화에 따라 다릅니다. 그리고 과거에도 ‘차분한’ 양식 지금과는 다르지만 있었을 것입니다. 


디자인에서의 콘셉트 ‘차분한’은 말로 써가 아니라 조형 양식으로서의 새로운 차분함을 의미합니다.



우리는 주변의 새로운 디자인을 보고 감탄합니다. 이 감탄은 새로움과 완전함에 대한 감탄으로 ‘차분한’ 느낌의 그러나 이제까지는 없던 전혀 새로운 ‘차분한’ 패션, 화장 등과 같을 것을 만들어 내는 것을 목표로 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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