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장. 디자인이란 무엇인가 _ 01
디자인을 오랜 기간 동안 하여왔어도 갑자기 디자인이 뭡니까? 하고 질문을 받으면 선뜻 답하기가 곤란한 경우가 있다. 디자인은 그만큼 중의적이며 다의적으로 해석되고 통용되고 있다.
본장에서는 디자인이란 과연 무엇인지? 디자인을 한다고 하는 것은 무엇인지? 좋은 디자인이란 무엇인지? 좋은 디자인을 하기 위해서는 어떤 태도나 준비가 필요한지 등에 대하여 생각해보기로 한다.
가끔 디자인을 전공하는 학생이나 전문가들조차 디자인의 경계를 잘 구분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러한 이유는 ‘모든 것이 디자인이다.’라는 말도 있고, ‘삶을 디자인한다.’ ‘서울시를 디자인한다.’ ‘서비스를 디자인한다.’ ‘자동차를 디자인한다.’ 등 디자인이란 말이 사용되는 범위가 애매하고 대상도 애매하여 도대체 디자인이 어디까지인지 혹은 무엇을 하는 것을 디자인한다고 할 수 있는 건지 구분하기가 명확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저도 디자인을 오랜 기간 수행하고 또 지도해왔지만 전공수업에서 학생들이 어떤 것을 디자인하겠다고 할 때, 그것이 디자인의 영역에 포함되는 것인지 아닌지 아니면 디자인의 대상으로 적당한 것인지 아닌지 판단하기가 힘들 경우가 있을 정도로 디자인의 범위나 영역, 대상, 종류가 명확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왜 이렇게 디자인이란 것은 애매할까요? 그리고 도대체 디자인이라는 것은 무엇일까요?
보통 디자인이 무엇인지 혼돈되는 경우는 ‘디자인’이라는 말이 어떤 용도로 사용되었느냐에 따라 구분하면 그나마 쉽습니다. 우리는 일상생활 중에 디자인이라는 말을 ‘넓은 의미’로 사용하는 경우, 좁은 의미로 ‘직업 영역’으로 사용하는 경우 등을 혼용하여 사용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디자인이 ‘의미’로 사용되는 경우, 넓은 의미로는 개선한다, 창의적으로 한다, 새롭게 한다, 아름답게 한다는 등의 의미로 사용됩니다. 따라서 ‘삶을 디자인한다.’, ‘서울시를 디자인한다.’, ‘관광 프로그램을 디자인한다.’ 등의 경우는 창의적으로 개선한다는 의미로 사용되는 것입니다.
또한 어떤 일반인이 ‘자신의 방을 디자인한다.’고 하면 이는 방을 아름답게 꾸민다는 의미로 사용되는 것입니다. 이때에는 소위 디자이너라는 직업인이 아닌 다른 영역의 전문가나 일반인들도 디자인을 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디자인이 ‘전문 직업(직능)’과 전문가에 의한 ‘결과’를 의미하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세계적으로 저명한 아무개는 대학에서 (법학, 의학, 공학 등과 같은 학문분야로써) 디자인을 전공하였고, 그의 (결과물로서의) 디자인은 독창적이고 혁신적으로 유명하다”와 같은 경우이다.
이와 같이 디자인이라는 용어가 ‘일반적 넓은 의미’로 사용되었는지, ‘전문적인 직능이나 결과물’로 사용되었는지에 따라 구분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디자이너가 ‘인간의 생활을 디자인한다’고 하여 전문적인 디자이너가 ‘인간생활’이라는 추상적이고 포괄적인 인간의 삶 그 자체를 모두 디자인한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이 경우의 ‘디자인’은 삶을 보다 아름답고 효율적으로 개선 혹은 향상시킨다는 ‘넓은 의미’로 보아야 합니다. 전문 디자이너에게 ‘나의 삶을 디자인해 주세요.’하는 것은 디자이너에게 매우 곤란한 주문이 될 것입니다.
같은 맥락으로 ‘디자인이 모든 것’이라는 주장은 ‘디자인’을 넓은 의미로 사용하고 있거나, 디자이너에게 디자인의 영역을 확장시키기 위한 용기를 주고 책임의식을 가지게 하는 의미로는 사용할 수 있지만 디자인이 만능이라는 의미는 아닐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