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영목 Mar 30. 2019

디자인시스템의 요소 06.
디자인 방법과 운용의 주의점

제3장 디자인시스템_08

디자인 방법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그러나 이 방법에 대한 태도나 운용에 문제가 있으면 아무리 좋은 방법이라도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가 없습니다. 

디자인방법에 대한 잘못된 이해나 활용에 대한 경우를 살펴보기로 합니다.     



지나치게 방법에 의존하는 경우

지나치게 디자인 방법에 의존하여도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이는 마치 물가에 가서 수영하는 법을 모르니 물에 들어가지 않겠다고 하는 것이나, 밥 짓는 법을 모르니 밥을 짓지 않겠다고 하는 것과 같습니다. 

수영하는 법을 모르면 물놀이를 하면 되고, 굶어 죽게 된 상황에서는 맛있는 밥이 아니라 먹을 수 있는 밥을 지어야 합니다.     


디자인 방법에 지나치게 의존하면 생기는 부작용 중 하나는 방법만 찾는 경우입니다. 

효율적이고 적절하고 좋고 새로운 방법을 찾고 알게 되는 것이 디자인을 잘하는 지름길이라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이는 마치 중요한 물건을 물에 빠트렸는데 물가에 앉아서 물에 빠진 물건을 꺼내는 방법만을 고민하는 것과 같습니다. 


음.... 물에 빠진 물건을 어떻게 꺼내지? 어느 방법이 가장 효율적이며 적절하고 안전할까? 물의 깊이는 얼마나 될까? 굴절되기 때문에 실제로 보이는 것보다 깊을 거야. 음... 잘 안 보이는데 깊이를 알아내는 방법은 없을까? 수심측정기를 쓸 수 있으면 좋겠는데.... 아냐 혹시 구청이나 관공서에 이 호수의 물의 깊이를 조사해놓은 자료가 있지 않을까? 

수온은 어떻게 되지? 수온을 재는 방법은 없나? 손으로 만져보고 대강 알 수도 있겠지만 지금 기온과의 상대적 관계로 더 차거나 따뜻하게 느껴질 수 있어... 적절한 수온을 측정하는 방법은 없을까? 유속은 어떻게 될까? 유속이 얼마나 되면 사람이 떠내려가지? 그걸 알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


이러고 있는 사람을 보면 차라리 포기하거나 일단 들어가서 찾아보라고 이야기해주고 싶을 것입니다.      


다른 경우는 방법을 모르면 아예 하는 것을 포기하는 경우입니다. 

일부 아버지들이 라면 끓이는 방법을 모른다고 외출한 어머니가 들어오시길 기다리며 배를 곯고 있는 경우와 마찬가지입니다. 적당한 조사기법을 모르면 조사를 하지 않고, 적절한 표현기법을 모르면 표현하려 하지 않는 경우입니다. 생산이나 가공기법을 모른다고 아예 조형을 만들지 않는 경우입니다.     

 

지나치게 이러한 태도를 가지게 되면 답답해집니다. 

디자인 방법은 디자인을 하기 위한 수단이지 디자인 방법이 디자인을 해주는 것은 아닙니다. 좋은 방법은 효율과 완성도를 높여줍니다. 

그러나 최적의 방법이 아니더라도 최선의 방법으로 결과를 만들어내는 것이 더 중요한 것입니다.     


 

지나치게 방법을 무시하는 경우

“그까짓 것 뭐 그냥 대~충하면 되지모” 하는 경우입니다. 

물에 들어가서 그냥 손발을 대충 저으면 수영이고, 쌀 넣고 물 붓고 적당히 끓이면 밥이고, 필 받은 대로 그리면 디자인 이지모 하는 경우입니다. 

틀린 말은 아닙니다. 좋은 수영이 아니고 좋은 밥이 아니고 좋은 디자인이 아닐 뿐입니다. 


디자인 조사(디자인 리서치)는 정확한 방법으로 치밀하게 하여야 합니다. 

조사의 목적을 명확하게 하고, 조사대상에 따라 직접 조사(관찰, 인터뷰, 앙케트)를 할 것인지 간접조사(문헌조사, 자료조사)를 할 것인지를 정하고, 수집된 자료들을 정량분석(통계 등) 혹은 정성분석(직관적 분석)할 것인지를 정하고 수집된 자료들을 치밀하게 분석해야 합니다. 

수많은 자료를 수집하며 그때그때 알게 된 내용들을 대강 머릿속에서 종합하려는 것은 잘못된 자세입니다. 


인간의 머리는 많은 자료를 동시에 등가적으로 분석하는 것이 불가능하기에 그리고 상황에 따라 필꽂히는(집중되는) 정보에 집중되면 안정적인 자료 분석이 힘들어져 주관적이며 즉흥적인 분석이 되어버립니다. 


또한 치밀하게 형태를 점검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스케치만 하면서 머릿속에서 형태를 만들어 가면 디테일한 차이의 동시 비교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디자인 안을 좁혀 나갈 수가 없게 됩니다.  



디자인을 진행하는 방법들은 백 년 이상 미술, 경제, 경영, 공학 등에서 빌려와 안정화된 방법들이기에 이런 방법들을 무시하고 본인의 감으로 적당히 진행한다면 그야말로 쌀 넣고 물 붓고 적당히 끓인 진밥이나 탄밥 같은 디자인 결과를 만들어 내게 될 것입니다.     



방법은 방법일 뿐이다. 방법의 원리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

보통 방법을 알면 문제를 해결하고 답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방법만을 안다고 하여 답이 얻어지지 않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지식도 필요하며, 적절한 절차(프로세스)를 밟아야 문제가 해결됩니다.     


그러나 좋은 디자인 방법의 사용보다 근원적으로 인식하고 있어야 하는 것이 있습니다. 단지 고도의 방법이 좋은 결과를 만들어 주지는 않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장거리 달리기 선수에게는 심폐는 늘리기 위한 운동방법이 있고, 지구력을 늘리기 위한 운동방법이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역도 선수에게는 근력을 올리기 위한 방법의 운동이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심지어는 강한 정신력을 만들기 위한 운동 방법도 있을 것입니다. 

이와 같이 방법은 운동의 종류, 운동선수의 상태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기에 단순히 좋은 방법을 사용한다고 좋아지는 것은 아닙니다.     


따라서 이렇듯 디자인 각 단계마다 운용하는 방법이 최고의 효과를 내기 위해서는 각 방법이 최고의 효과를 내기 위한 토대를 잘 만들어 놓아야 합니다.


디자인은 치밀하고 명확한 논리적 사고능력과 미친 듯한 창의력, 현재의 명확한 이해와 미래에 대한 통찰, 0.1mm나 구분하기 힘든 정도의 색상의 차이와 인간의 삶 등과 같이 극단적인 양면성을 모두 다루며 해결해야 하기에 디자인 프로세스는 이러한 극단적인 요소들을 모두 다루기 위하여 어떤 때는 치밀하게 어떤 때는 거시적으로, 어떤 때에는 냉정하게 어떤 때에는 뜨겁게 상태에서 그 상태에 맞는 방법을 사용하여야 비로써 올바른 결과가 나오는 것입니다. 


치밀해야 할 때 거시적인 안목의 방법을 사용하고, 냉정해야 할 때 뜨거워 가슴을 다루는 방법을 사용한다면 그야말로 최악의 결과가 나올 것입니다.     



방법을 안다고 되는 것은 아니다

디자인방법을 안다고 디자인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수영하는 방법은 ‘좌우의 팔을 번갈아 저으며 발은 계속 물을 찬다. 호흡은 고개를 좌측 또는 우측으로 돌려 숨을 들이마신다’입니다. 그러나 이 방법을 알았다고 수영을 할 수 있게 되는 것은 아닙니다. 


방법은 방법입니다. 방법을 알았으면 그 방법이 익숙해지도록 숙달이 중요합니다. 안타깝게도 디자인을 처음으로 시작하는 학생들은 방법을 알고자 하는 욕구는 강해도 방법을 익숙하게 하는 훈련은 그만큼 중시하지 않는 것 같아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100가지 방법을 알고 있는 것보다 1가지 방법을 익숙하게 활용할 수 있는 것이 더 효과적일 수 있습니다.   

  


방법을 정확히 알고 다음에 응용

몇 년 전에 건강을 위하여 복싱을 잠시 배운 적이 있습니다. 

그때 관장님으로부터 인상 깊은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복싱이나 격투기 경기를 보면 해설자가 가끔 ‘저 선수는 도저히 각이 나오지 않는 방향에서 주먹을 뻗습니다.’라고 해설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주먹을 뻗는 각도와 방향이 전형적이지 않아서 상대가 방어하기 힘든 주먹을 뻗는 경우일 것입니다.  주먹을 뻗는 방법이 매우 다양함을 예상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의외로 관장님은 주먹을 뻗는 방법은 단 4가지(잽, 스트레이트, 어퍼, 훅) 뿐이며 복싱을 처음 배우는 사람도 4가지를 연습하고 챔피언도 4가지를 연습한다고 했습니다. 

어릴 때 주먹다짐을 하는 경우 주먹을 풍차처럼 돌리거나 마구 휘두르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래야 상대가 방어가 힘들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복싱에는 그런 주먹을 뻗는 방법이 없습니다. 4가지뿐입니다. 이 이야기에 큰 교훈이 있습니다. 


우리는 어떤 일을 할 때 이런저런 방법을 생각하지만 가장 정통한 방법을 익히면 오히려 그 방법으로 매우 다양한 상황에 대처가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주먹을 뻗는 방법이 아마추어도 4가지 챔피언도 4가지이지만 다른 것은 챔피언은 그 4가지 주먹을 뻗는 방법을 완전히 자신의 것으로 익힌 후에 상황에 맞게 변형할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따라서 4가지만으로 모든 변화에 대응이 가능해지는 것입니다.



디자인 방법을 익히는데도 이러한 지혜가 적용됩니다. 특별한 방법, 남들이 안 쓰는 방법을 찾기 이전에 가장 일반적인 방법을 그 원리부터 이해하고 자꾸 사용하여 완전히 몸에 달라붙도록 해야 합니다. 

그런 이후에 그 방법들을 응용하거나 더욱 발전시킬 수 있는 능력이 생깁니다.     



새로운 디자인방법의 개발

디자인에 사용되는 방법들은 디자인 자체에서 만들어 낸 방법은 없다고 해도 무방합니다. 

시장조사는 마케팅, 전략이나 기획은 경영, 조형이나 색채 원리는 미술, 생산이나 가공방법은 공학 등에서 가져온 방법입니다. 


그래서 디자인을 실용학문이라고 합니다. 

디자인은 원리 규명이 아닌 결과를 만들어내는데 지향성을 가집니다. 따라서 다른 학문에서 지식, 방법을 가져와 디자인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창피하거나 이상한 일이 아닙니다. 디자인의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된다면 얼마든지 다른 학문에서 지식과 방법을 가져다 써야 합니다. 


최근에 생긴 인터랙션 디자인은 기존의 방법으로 한계가 있어 정보공학, 인지공학, 산업공학으로부터 지식과 방법을 도입하였습니다. 


이와 같이 새로운 디자인 영역이 계속하여 생길 것이고 기존의 지식이나 방법으로 이러한 디자인 해결에 한계가 생길 것입니다. 


이제까지 디자인의 선구자나 선배들이 그러했듯이 그때에는 여러분들이 새로운 디자인방법을 개발하여 새로운 디자인의 장을 열어야 할 것입니다.



디자인잡론 목차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