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영목 Apr 01. 2019

디자인 시작을 위한 준비

제5장 디자인진행요령(프로세스별)_03

학생들이나 초보 디자이너들이 디자인을 시작하게 되면 처음에는 잔뜩 기합이 들어 열심히 조사를 시작합니다. 디자인은 리서치부터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일류 요리사를 보면 우선 불부터 켜는 요리사는 없습니다. 

음식을 어떻게 만들 것인지를 구상하고 주방을 정리하고 재료들을 잘 정리하고 다듬고 필요한 양념 등을 미리 준비하고 조리를 시작합니다. 음식을 만드는 전 과정이 머릿속에 들어있기에 가장 효율적으로 음식을 할 수 있는 사전 준비를 철저히 하고 시작하는 것이지요.


디자인도 마찬가지입니다. 

디자인의 과제가 주어졌다고 바로 디자인을 시작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디자인은 마라톤과 같습니다. 짧아도 일주일 길면 1,2년이 걸리는 경우도 있습니다. 

차분하게 사전 준비를 철저히 하고 마라톤을 뛰는 마음자세로 꾸준히 성실히 진행해야 합니다.     

디자인 프로젝트를 시작하기 전에 준비하고 확인해야 하는 것은 다음과 같습니다.     



1. 디자인 자원

디자인 자원은 디자인을 하기 위해 가지고 있는 시간, 경비, 인력, 공간 및 시설, 장비 등 투입되는 리소스입니다. 

물론 학생들이 학교에서 과제를 위해서는 이러한 자원이 대부분 제한되어있습니다. 즉, 인력은 자기 자신이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선후배 등입니다. 경비는 안 들면 좋고 들더라도 가능한 적게이며, 장비는 가지고 있는 노트북이나 학교의 컴퓨터가 다이고, 시간은 학기말까지이고 집이나 학교 실기실이 작업공간입니다. 

그래서 이 디자인 자원에 대하여 크게 신경 쓸 일이 없습니다. 


그러나 프로가 되면 이야기가 매우 달라집니다. 

프로의 세계에서 디자인 매니저 혹은 디렉터의 가장 중요한 일은 적절한 자원을 투입하여 최고의 결과를 얻어내는 것입니다. 

따라서 가능한 유용하고 질 좋고 여유 있는 자원을 확보하는 것이 유능한 디자인 디렉터의 첫 번째 소임이자 능력입니다. 유능한 디자인 디렉터는 그 자신이 디자인을 잘하고 좋은 결과를 내는 것이 아니라 좋은 결과를 내도록 가지고 있는 자원을 잘 활용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실제로 실무에서 디자인을 하다 보면 디렉터 자신의 디자인 능력이 그리 뛰어나지 못함에도 불구하고 매우 디자인 능력이 뛰어난 다른 디렉터의 프로젝트보다 훌륭한 결과를 내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는 마치 항우와 유방의 싸움에서 싸움은 항우가 잘하나 결국은 사람을 잘 다루는 유방이 전쟁에서 이기게 된 것과 마찬가지 원리입니다. 


디자인은 디자이너 혼자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거의 없습니다. 수많은 사람들의 지식을 빌려야 하며 같이 일하는 디자이너들의 능력을 잘 통제하고 조정하여 최선이 결과를 만들어 내야 합니다. 


전쟁을 시작하기 이전에 많은 용맹한 병사와 충분한 군수품, 성능 좋은 병기, 유리한 지형을 먼저 확보한 장수와 용맹하기만 하나 병사도 없고 군수품도 없고 지형도 불리한 곳에서 싸움을 시작한다면 결과는 보지 않아도 뻔할 것입니다.      


앞서 학생들은 이러한 디자인 자원이 제한되어있다고 했습니다. 

따라서 자원의 중요성보다는 자신이 열심히 하여 좋은 결과를 내고자 합니다. 이는 위의 혼자만 용맹한 장수와 바를 바가 없습니다. 

아무리 제한된 자원 조건이라 하더라도 유능한 장수는 좋은 자원을 확보하기 위하여 최선을 다 할 것입니다.

 

선후배 혹은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다양한 전공의 교수님들 사회에서 실무경험이 있는 선배 디자이너 등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인력은 의외로 많습니다. 

재료나 경비도 자신이 디자인할 대상을 생산하는 중소기업과 협의를 해볼 수도 있습니다. 보통 종합대학에는 매우 다양한 시설이나 설비를 가지고 있어 이를 잘 활용할 수 있는 방법도 고민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일본에서 유학 당시 인간공학에 미쳐있던 어떤 일본 학생은 근처의 국립인간공학연구소에 아르바이트를 신청하여 낮에는 연구를 돕고 일을 배우고 저녁에는 자신의 연구를 위하여 그 연구소의 장비를 사용하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이와 같이 아무리 학생이라 하더라도 좋은 지원을 확보하려는 태도는 좋은 디자이너가 되기 위한 훌륭한 자질을 가지게 할 것입니다.     



2. 디자인 배경과 목표

디자인의 시작은 매우 다양한 곳에서 시작됩니다. 

제품이 팔리지 않아 새로운 디자인을 시작할 때도 있고, 새로운 기술을 개발했는데 이를 활용하기 위해서 시작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사용상의 불편함 때문에 시작되는 경우도 있고, 기능은 같으나 더 새로운 조형을 찾기 위하여 시작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또한 한 조직에서 오랜 기간 그 대상을 디자인하다 보면 매너리즘에 빠지기에 새로운 자극이 필요하여 시작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와 같이 모든 디자인 프로젝트는 그 프로젝트가 생긴 이유가 있습니다. 

학생들의 수업에도 그 수업의 목표가 있습니다. 단순히 디자인을 경험시킨다가 아니라 이 수업은 학생들이 디자인 전 과정을 경험하게 하는 것이 목표일 수도 있고, 창의력을 향상하기 위한 수업도 있습니다. 디자이너로서의 협업을 통한 커뮤니케이션 능력의 향상과 갈등 해결에 대한 경험을 가지게 하기 위한 것일 수도 있습니다. 

이러한 이유들이 몇 가지 복합적인 경우도 있습니다.      


따라서 그저 아무 생각 없이 열심히 하는 것은 그 프로젝트를 통하여 얻어야 하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습니다. 따라서 어떤 디자인 프로젝트라도 그 프로젝트가 생긴 원인이 무엇인지 그리고 그 프로젝트를 통하여 얻어내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명확하게 이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3. 디자인 조건

보통 대부분의 세상일에는 조건이 있습니다. 

놀라가고 싶어도 시간이 제한되어있어 멀리 가지 못한다거나 무언가를 먹으려 할 때도 몇 시까지 먹고 와야 한다는 조건이 있습니다. 


디자인도 마찬가지입니다. 조건은 제한 요인이기도 합니다. 

사용 가능한 시간제한, 경비, 인력, 등등 우선은 자원의 제한 요소들이 있습니다. 그리고 디자인 결과의 조건이 있습니다. 즉, 이 재료를 꼭 써야 한다. 어느 지역에 팔아야 한다. 소비자 가격이 얼마 이하가 되어야 한다. 어떤 부품을 꼭 사용해야 한다. 등등의 조건이 붙습니다.


디자인을 시작함에 앞서 이러한 다양한 조건 혹은 제한요소들을 명확히 정리해 놓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디자인잡론 목차

매거진의 이전글 사용자가 원하는 것 vs 내가 하고 싶은 것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