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장 디자인진행요령(프로세스별)_06
디자인을 하다 보면 어떤 사람은 형태를 잘 만들어 내고, 어떤 사람은 전략이나 기획을 잘한다고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당연히 개개인의 능력에는 차이가 있을 수 있고 또한 얼마나 지속적으로 노력을 하였느냐에 따라서도 평가가 달라질 것입니다.
그럼 그중에서 조사(혹은 기획, 전략 수립)를 잘한다고 하는 것은 어떤 능력이 있는 경우일까요?
논리적 사고력, 조사기법이나 분석방법에 대한 지식과 경험 등 다양한 요인이 있겠지만 여기에서는 분절과 통합 능력을 중심으로 살펴보고자 합니다.
보통 우리는 어떤 포괄적이나 큰 상황을 이해하기 위하여 그 상황을 분해하여 하위의 몇 가지 요소로 분절합니다.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을 이해해야 하는 경우에 그 사람을 경제적 특성, 사회적 특성, 생물학적 특성 등으로 하나의 아랫단계로 내려 분절하는 것입니다.
이와 같이 조사는 어떤 대상의 상황을 이해하기 위하여 몇 가지로 분절하느냐(어떤 속성을 볼 것인가) 그리고 몇 단계까지 분절하느냐(얼마나 자세히 볼 것인가)에 대한 계획을 잘 세우는 것을 조사를 잘한다고 하는 것입니다.
이래 그림의 좌측은 복합적인 큰 상황을 이해하기 위하여 하위로 분절해나가는 과정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자동차를 디자인한다고 할 경우, 자동차를 이해하기 위하여 경쟁사의 동향도 봐야 하고, 사용자들의 이해도 필요합니다.
이와 같이 몇 가지의 요소로 분해할 것이냐는 어떤 항목을 조사할 것이냐를 정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경쟁사 동향을 조사한다고 할 경우 얼마나 또다시 몇 개의 회사를 어떤 항목으로 할 것이냐가 정해질 것입니다. 그리고 경쟁사의 디자인 동향을 분석한다고 한다면 다시 디자인은 전체 형태, 색상 등으로 또 세분됩니다. 형태를 세분하면 또 전체적인 프로포션이냐 헤드램프의 모습이냐로 또 세분됩니다.
이렇듯 조사의 항목은 깊이를 더해갈수록 더 세밀한 조사를 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러나 모든 항목에 대하여 지나치게 치밀한 조사와 분석은 필요 없는 에너지를 소모하게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따라서 효율적이며 명확한 이해를 위해서는 몇 개의 항목(어떤 정보들을)을 몇 개의 수준(얼마나 자세히)으로 조사하느냐를 잘 정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다음으로는 이렇게 ‘자동차’라는 대상을 하의의 동력부, 운전 조정부, 실내 거주부 등으로 분절하여 이해한 후에는 이를 다시 조립하여야 합니다.
이것은 마치 건강검진을 하는 경우에 신체의 여러 부위를 각각 조사한 후에 전체적인 총평을 하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아주 치명적인 건강상의 문제는 없으나 전체적으로 체력이 저하되어있는 경우도 있을 수가 있고, 전체적으로는 문제가 없으나 어느 한 부분이 치명적으로 문제가 있을 수도 있습니다.
어떤 조치를 취하느냐는 어느 한 부분에서 문제가 발생하였다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이렇듯 분절하여 조사하고 이해한 내용을 다시 합쳐서 전체적인 상황이 어떤지를 알아야 하는 것입니다.
학생들이나 초보 디자이너들이 조사 단계에서 실수를 잘 일으키는 부분이 여기입니다.
우선 어떤 것들을 보아야 하는지를 잘 모릅니다. 그래서 생각나는 대로 봐야 할 것 같은 것들을 무작위로 조사합니다.(분절의 미숙)
다음으로는 이렇게 조사된 서로 다른 내용들 중에 자신이 관심 가는 혹은 흥미로운 상황에 몰입하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이해해야 하는 상황을 객관적이고 통합적으로 보지 못하고 지엽적이고 주관적으로 이해하게 되는 것입니다.(통합의 미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