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자가 원하는 것 vs
내가 하고 싶은 것
제5장 디자인진행요령(프로세스별)_02
디자인시스템 편에서 디자인의 목적에 따라 디자인시스템을 구성하는 지식, 프로세스, 방법, 능력 등이 다 달라진다고 이야기했습니다.
따라서 지금 하고자 하는 디자인의 성격이 무엇인지를 파악하고 그에 맞는 지식, 방법 등을 동원해서 사용하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여기서는 다양한 디자인의 종류에 따른 시스템을 다 설명할 수는 없습니다.
객관적 디자인 vs 주관적 디자인
그러나 객관적 디자인체계(다른 사람이 원하는 디자인을 해주는 것)와 주관적 디자인체계(자신이 생각하는 디자인을 하는 경우)에 따라 디자인의 진행이 달라져야 한다는 것만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우리는 살다 보면 누군가에게 선물을 해야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리고 이 선물하기가 때로는 너무나 어려운 일이 되기도 합니다. 선물을 고르는 데에는 크게 2가지의 경우가 있습니다.
상대가 원하는 것을 주는 경우와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주는 경우입니다.
선물을 받는 사람이 좋아하는 것을 주는 것이 좋다고 쉽게 생각할 수 있으나, 어떤 사람이 집안에 몇 대째 시어머니에게서 며느리에게로 소중하게 전해 내려오는 반지를 여자 친구에게 준다면 그것도 매우 감동적인 선물이 될 것입니다. 또 어떤 야구선수가 자신이 처음으로 홈런을 쳤던 배트를 누군가에게 선물한다면 야구를 사랑하지 않는 사람일지라도 그 선물을 가볍게 대하지는 못할 것입니다.
여기에서
선물을 받는 사람이 좋아하는 것을 주는 경우가 객관적 디자인체계와 같은 것이고,
내가 좋아하는 선물을 주는 경우가 주관적 디자인체계입니다.
사용자가 원하는 것을 찾는 디자인 : 객관적 디자인
객관적 디자인 체계는 디자인을 받게 되는 사람 즉 소비자나 사용자가 무엇을 원하는가를 파악하는 것이 가장 중요해집니다.
따라서 남들은 어떤 디자인을 했는가? 그리고 그때 사용자들은 어떤 반응을 보였는가? 그 사용자의 생활태도나 습성은 어떤가? 유사 상품에 대하여 어떤 디자인을 선호했는가? 좋아하는 색은? 형태는? 재료는? 등등 사용자가 무엇을 원할까를 파악하는 데에 총력을 기울이게 됩니다.
주로 한국의 대기업, 일본의 대기업, 미국의 대기업을 중심으로 하는 상업 지향적인 디자인이 이러한 객관적 디자인체계를 가졌다고 할 수 있습니다. 불특정 다수의 소비자에게 상품을 팔아야 하니까 당연히 어떤 것을 원할까를 파악하는데 비중을 두는 디자인을 하게 되는 것입니다.
이 객관적 디자인체계의 장점은 시장에서 성공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단점으로는 소비자의 기호에만 맞추다 보면 자신의 정체성이 결여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혹은 소비자가 명확하지 않은 경우 등은 디자인을 전개하기가 어려워집니다.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디자인 : 주관적 디자인
주관적 디자인체계는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디자인을 제공하는 것입니다.
결과, 디자이너의 색깔이 분명해집니다. 이태리의 디자인이 상대적으로 이러한 속성이 강하다 할 수 있습니다. 단점으로는 많은 대중적 사랑을 받지 못하거나 디자인에 대한 호악이 명확하게 나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반드시 객관적 디자인이 대중의 사랑을 받고 주관적 디자인이 대중의 사랑을 받지 못하는 것은 아닙니다.
디자인사에 나타나는 선구자들은 사실은 주관적 디자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들은 시대의 어떤 문제에 대하여 자신의 견해를 디자인이라는 매체를 통하여 말한 것이고 그 의견이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게 되어 시대의 주요한 디자인 양식으로 자리 잡는 경우에 해당합니다.
이와 같이 어느 쪽의 디자인이 절대적으로 좋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디자인을 진행하고자 할 때, 이번 프로젝트가 주관적 성격이 강한 것인지 객관적 성격이 강한 것이지를 이해하고 그에 적합한 체계를 밟아나가야 한다는 것입니다.
주관적 성격이 강하다면 소비자나 사용자들보다는 자신의 생각이나 사고가 더 중요해집니다. 자신의 생각이나 사고를 명확히 하고 이를 디자인으로 표현하는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