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영목 Apr 01. 2019

디자인 일정관리

제5장 디자인진행요령(프로세스별)_04

디자인 과제를 수행하는데 학생들은 항상 일정을 맞추지 못합니다. 

실은 저도 그랬습니다. 왜 이렇게 일정을 맞추지 못하는 걸까요? 게을러서 그러는 걸까요? 그런 경우도 있겠지마는 성실한 학생들도 일정을 맞추는 경우는 매우 드뭅니다. 학생들이 일정을 맞추지 못하는 이유는 몇 가지로 함축됩니다.     



내가 끝나면 일정이 끝난 것이라고 착각한다.

학생들은 프로젝트나 과제를 시작할 때에 항상 일정을 잡습니다. 

시장조사, 콘셉트 잡기, 아이디어 스케치 등. 그리고 성실하게 그 일정에 맞추려고 노력합니다. 그러나 일정이 지켜지지 않습니다. 그 이유가 뭘까요? 그 이유는 자신이 그 이벤트를 끝내면 일정이 끝날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아이디어 스케치를 1 주일 하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열심히 해서 과제 검사를 받는데 교수님이 생각지도 못한 문제점이나 보완점을 지적하십니다. 그러면 또 일주일을 수정해야 합니다. 

그리고 다음 수업에 교수님께 제시하였더니 이번에는 완성도가 떨어진다고 하십니다. 눈물을 머금고 또 일주일을 열심히 작업을 했습니다. 그리고 수업시간에 보여드렸더니 이번에는 콘셉트에 잘 맞지 않는 것 같다고 하십니다. 

일주일에 끝내려던 아이디어 스케치 단계가 3주가 지났는데도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습니다. 


이는 학생은 자신이 작업하는 시간을 기준으로 일정을 잡았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실무에서 작업을 하는 디자이너들은 자신들이 작업하는 시간을 기준으로 일정을 잡는 것이 아니라 그 이벤트가 끝나는 기간을 이벤트 일정으로 잡습니다. 

즉, 부서 내의 품평, 사업부 품평, 경우에 따라 개발과의 합의 등등 그 이벤트가 완전히 끝나는 데에 필요한 모든 일정을 포함하여 일정을 잡는 것입니다. 그래서 일정을 지킬 수 있는 것입니다.   

  

학생의 경우도 올바른 일정을 짜려면 이와 같이 잡아야 합니다. 자신이 아무리 열심히 그렸다고 하지만 단번에 교수님의 점검을 통과하기는 힘듭니다. 

따라서 사전에 교수님의 통과에 필요한 시간을 예상하여 일정에 포함시키는 등 계획한 이벤트가 끝나는 기간을 일정으로 잡아야 합니다.     



이 일만 한다고 생각한다.

가끔 학생들이 잡아오는 일정을 보면 너무나 고마워서 어쩔 줄을 모르겠습니다. 

왜냐하면 그 학생은 한 학기 내내 내가 내준 과제만 열심히 하는 일정을 짜오기 때문입니다. 실제로는 다른 과목의 실기과제도 해야 하며, 교양수업의 과제도 있고, 중간고사 기말고사도 있습니다. 

엠티도 가야 하고, 연애도 해야 하고, 몸도 아플 수 있고, 하필이면 컴퓨터가 고장 나는 경우도 있습니다. 기분이 우울하여 과제를 하기 싫을 때도 있고, 친구가 술을 마시자고 하는 날도 있습니다. 

이런 모든 경우를 생각하지 않고 일정을 잡으면 틀림없이 지켜지지 않습니다. 


실무자들의 경우에는 워킹데이 working day라는 기준으로 일정을 잡습니다. 

이는 자신이 이일에 투입할 수 있는 일자를 기준으로 일정을 잡는 것입니다. 다른 담당업무도 고려하고, 휴가도 고려하며 실제로 일을 할 수 있는 기간을 기준으로 일정을 잡습니다. 

예를 들어, 한 달이라고 하나 실제로 일을 할 수 있는 일자는 토, 일 제외하고 국경을 등을 제외하면 20일 정도 됩니다. 그리고 다른 업무에 할애해야 하는 시간이 10일 이면 일정을 잡고 있는 일정에 투입할 수 있는 기간을 10일밖에 되지 않는 것입니다. 

더욱 정교한 일에는 워킹타임 working time으로 시간 단위로 일정을 계산하고 잡기도 합니다.

이런 생각을 하지 않고 일정을 잡는 일에만 적합한 일정을 잡으면 일정이 지켜질 리가 없습니다.   


   

디자인 프로세스를 이해하지 못한다.

대부분이 학생들이 한 학기 동안 과제를 진행하는데 처음에는 진도가 잘 나갑니다. 

그러다가 꼭 학기말에 급하게 일정이 밀려 밤을 새우곤 합니다. 그리고 친구들끼리 자랑하듯이 ‘난 이틀을 한잠도 안 자고 꼬박 새웠다’, ‘겨우 그 정도 가지고 난 5일을 한잠도 안 자고 샜지’하며 무슨 무용담을 늘어놓듯이 밤샌 것을 자랑하며 디자인 결과는 비록 만족하지 못하더라도 과제를 무사히 그리고 만족하게 끝낸 뿌듯함을 느낍니다. 

그러나 이 경우 새로운 디자인을 만들어 낸 창작의 기쁨보다는 열심히 노력하여 완성시킨 노동의 기쁨인 경우가 많습니다.      


이렇게 일정이 밀리는 중요한 원인 중 하나는 디자인 프로세스를 잘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디자인 프로세스는 크게 상황 이해> 과제 도출> 시각화> 구체화의 단계를 밟아 나갑니다. 그러나 이 이벤트들이 모두 같은 일정으로 되어있는 것은 아닙니다. 

실제로 디자인 실무를 하는 경우 새로운 상징적인 신제품을 기획하고 디자인하는 경우가 아닌 경우 일반적인 디자인 업무의 경우에는 전체 일정의 30% 이내를 상황 이해 및 과제 도출에 두고 대부분의 일정을 실제적인 디자인 작업에 둡니다. 


어떤 자동차 디자이너는 스케치를 수백 장했다. 어떤 디자이너는 러프 렌더링을 천장 가까이했다는 등 학생 때에는 상상하지도 못하는 엄청난 디자인 안을 검토합니다. 그리고 최후에 색상을 정하는데 에도 수십 개의 샘플 작업을 하며 색채를 결정합니다. 

실무 디자이너에게 있어 정해진 콘셉트가 정해지고 그림을 처음에 그리는 것은 이제 디자인을 시작한다는 의미와 같습니다. 정해진 콘셉트대로의 완성도가 높은 디자인을 하기 위하여 수도 없는 방향을 검토하고 디테일한 부분을 수정 보완하며 디자인을 완성시켜가는 것입니다. 

모서리의 둥글리는 값을 0.2mm, 0.3mm, 0.4mm 등으로 그려보면서 확인하고, 두 부품 사이의 간격을 0.1mm, 0.2mm, 0.3mm 등으로 그려보고 등 치밀하게 디테일을 다듬고 다듬어서 디자인을 완성시키는 것입니다.     


그러나 학생의 경우 콘셉트가 정해지면 디자인이 대부분 완성됐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정해진 콘셉트대로 그림을 그리는 것이 디자인의 완성이라고 생각합니다. 틀린 생각은 아니지만 콘셉트대로 그린 불과 몇 장의 스케치나 렌더링이 ‘완성된’ 디자인이 되는 경우는 극히 드뭅니다. 


따라서 디자인의 전체적인 과정이 얼마나 남아 있는지에 대한 이해가 적기 때문에 콘셉트를 잡고 그림을 그리면 곧 디자인이 완성될 것이라고 생각하고, 그러기에 일정을 지킬 수 없거나 콘셉트는 멋졌는데 디자인 결과물이 초라해지는 것입니다.           



학생들이 일정을 지키지 못하는 이유는 이외 경험이 적어 디자인 중에 일어날 수 있는 다양한 변수를 고려하지 못하는 이유도 있습니다. 

재료, 가공방법 등에 대한 이해가 적은 경우도 있으며, 표현 기법이나 방법이 익숙하게 숙달되지 못한 이유도 있고, 조사방법이 미숙한 경우, 경험 미숙에 따른 숙련도가 부족하여 일정을 지키지 못하는 등 다양한 이유가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이유들은 경험이 쌓여감에 따라 자연스럽게 해결될 것입니다. 


학생 때에는 자신의 역량이 아직 부족한 것을 깨닫고 충분한 여유를 가지고 성실하게 과정을 밟아 나가는 것이 일정을 지킬 수 있는 가장 중요한 팁일 것입니다.     



디자인잡론 목차

매거진의 이전글 디자인 시작을 위한 준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