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장 디자인진행요령(프로세스별)_09
앞서 디자인 콘셉트는 모든 디자인 과정, 요소 등의 절대적인 기준이 되는 것이라고 말하였습니다.
(제3장 디자인시스템_04 디자인 콘셉트란)
따라서 콘셉트가 분명히 서면 디자인이 명쾌해지는 것입니다.
그런데 분명히 콘셉트를 새웠다고 생각하는데도 불구하고 디자인 진행 중에 안갯속을 헤매게 되거나 무엇을 해야 할지 명확해지지 않는 경우가 있습니다. 잘못된 콘셉트의 예를 들어보기로 합니다.
일반적으로 디자인의 시작은 경제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시작될 수도 있고, 심미적 목표를 위하여 시작될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이 시작에서 정하는 것이 전체 디자인 콘셉트라고 착각하는 경우가 생기는 것입니다.
어떤 이유로 혹은 어떤 디자인의 요인 때문에 디자인을 시작한다고 하더라도 디자인의 결과물은 심미성과 실용성을 가져야 하며 구현성과 독창성이라는 조건을 만족시켜야 합니다.
따라서 스타일링에서 시작하는 경우도 그 상위의 디자인 콘셉트를 정하고 다시 하위의 스타일링 외의 세부적인 콘셉트들을 정해 놓아야 하는 것입니다.
앞서 이야기한 디자인콘셉트, 스타일링콘셉트, 사용성콘셉트 등의 구분을 하지 못하는 경우입니다.
(제5장 디자인진행요령_08 디자인콘셉트의 구조)
백조 같은 이미지의 조명, 자석을 이용한 도어 개폐 방법, 가을빛의 커튼 등은
스타일링 이미지 (백조 같은 이미지의 조명),
기능 콘셉트 (자석을 이용한 도어 개폐 방법),
색채 콘셉트 (가을빛의 커튼)입니다.
백조 같은 이미지의 조명은 어디에서 사용되는 것인지, 어떤 용도로 사용되는 것인지와 같은 가능 콘셉트가 보충되어야 하며, 왜 백조 같은 이미지를 주고자 하는가에 해당하는 디자인 콘셉트(예, 자연물 안에 가장 이상적인 형태의 답이 있다는 생각)가 완성되어야 할 것입니다.
이러한 하위의 세부 콘셉트 중에 하나를 전체의 콘셉트라고 착각하는 경우 전체를 아우르기가 힘들어져 디자인 전개가 어려워지는 것입니다.
특히 스타일링 콘셉트의 경우 콘셉트를 ‘모던’, 혹은 ‘액티브’ 등 형용사로 정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여기에서는 ‘내추럴 natural’이라는 이미지 콘셉트를 잡았다고 생각해봅니다. 그리고 ‘내추럴’한 이미지를 내고자 노력하는 중이라고 생각해봅니다.
디자인이 잘 진행될까요? 그리 쉽지 않을 것입니다. 그 이유는 ‘내추럴’이 너무나도 다양한 이미지를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내추럴’은 자연스럽다(조화롭고 안정적이다), 자연적이다(인공에 대응하는 유기체적 혹은 자연현상으로서의 자연) 등 다양하게 해석될 수 있습니다. 운무가 낀 산의 모습이나 낙엽이 떨어지는 가을의 풍경을 떠 올릴 수 있으며, 인공적인 요소들끼리 자연스럽게 조화된 상태를 의미하기도 합니다.
또한 자연도 너무나 많은 이미지가 있습니다. 평온한 호숫가의 느낌도 있지마는 엉켜있는 뱀들과 같은 징그러운 이미지도 있습니다. 또한 날카로운 빙하의 단면 같은 이미지도 있고, 사막과 같은 삭막한 이미지도 있습니다.
모던의 경우를 생각해볼까요? 모던이라고 정하였다 하더라고 고층빌딩의 펜트하우스에서 멋진 남성이 칵테일을 마시며 야경을 내려다보는 느낌도 있고, 첨단 정밀기계의 이미지도 있으며, 뒷골목에서 힙합을 즐기는 젊은이들도 모던의 느낌이 있습니다.
이와 같이 정해졌다고 생각하는 콘셉트 이미지도 잘 살펴보면 너무나 애매하여 특정의 명확한 이미지를 제시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가능한 머릿속에 있는 이미지를 명확하게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학생들과 디자인 수업을 하다 학생의 콘셉트가 궁금하여 “너 이번에 뭐할 거니?”하면 “예 저 이번에 미래형 스마트 기기할 거예요”라고 답하면서 자신이 콘셉트가 정해졌다고 믿는 경우가 있습니다.
유사한 예로 ‘노약자를 위한 ~디자인’ ‘공공을 위한 ~디자인’등을 정해놓고 콘셉트가 정해졌다고 생각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것은 콘셉트가 아니라 디자인‘대상’입니다.
디자인 콘셉트는 사람을 차분하게 만들어야 한다, 지나치게 엄숙하면 안 된다, 오래 쓸 수 있어야 한다, 사용자의 분신이어야 한다, 쓸모없는 치장이 없어야 한다, 진솔해야 한다 등의 ‘대상’(도구, 제품, 상품)이 ‘어때야 하느냐’입니다.
‘저는 인간의 마음을 따뜻하게 하는 디자인을 할 거예요’, ‘저는 자연을 닮은 디자인을 할 겁니다.’ 등도 학생들이 흔히 정하는 디자인 콘셉트입니다.
이런 류의 디자인 콘셉트를 말하는 학생은 가슴 가득 뜨거운 열정을 가지고 정말 그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막상 무엇을 해야 할지 잘 모르겠고 진도가 안 나갑니다. 이것은 무엇이 잘못되었을까요?
이 경우는 너무 포괄적이며 다양하게 해석될 수 있어 아직 구체적인 목표가 정해져 있지 않은 상태입니다. 이것은 마치 인간은 착하게 살아야 한다나 소개팅할 때 여학생이 예쁠수록 좋겠다 같이 추상적이며, 포괄적이고
당연한 목표입니다. 어떻게 착하게 살 것인가, 어떻게 생겨야 예쁜 것인가를 목표로 하여야 합니다.
‘인간의 정서가 너무나 메말라 간다.’, ‘다원주의 사회에 인간의 가치판단 기준이 너무나 혼잡하다.’ 등은 인간의 정신세계에 관계되는 문제들이다.
이러한 문제도 분명히 중요한 인간 사회의 문제이나 정신세계 즉 형이상학적 문제이기에 사물을 다루는 디자인 영역에서는 답을 찾기가 어렵습니다. 디자인의 목표는 역사, 사회, 인간의 삶 속의 사물에서 시작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