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장 디자인진행요령(프로세스별)_11
이미지를 다루 어가는 과정 중에 생기기 쉬운 오류와 이에 대한 대처 방법을 알아보고자 합니다.
몇 마디의 말로 원활하게 하는 방법이나 노하우가 있다면 그만큼 쉽다는 뜻이 될 정도로 디자인에서의 이미지를 다루는 진행과정을 원활하게 하는 길이 간단치 않겠지마는 경험에서 알게 된 몇 가지의 팁이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디자이너는 학생이든 전문가이든 처음에는 상황을 이해하기 위하여 자료를 수집합니다.
디자인하고자 하는 대상과 유사한 디자인일 수도 있고, 그것을 사용하는 사용자들에 대한 것일 수도 있고, 해당 상품의 시장점유율이나 보급률일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그 정보들은 이미지, 텍스트, 숫자 등 다양한 정보의 형식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와 같이 다양한 내용과 형식의 정보를 수집하여 이것을 분석하고 종합하여 위 그림의 step1의 ‘어떤 이미지(느낌, 감, 그럴 것 같은)를 가지는 정보의 덩어리’를 가지게 됩니다.
이 ‘어떤 이미지(느낌, 감, 그럴 것 같은)를 가지는 정보의 덩어리’는 ‘아 이런 것이 구나’ 혹은 ‘이렇게 되는 것이 아닐까’ ‘이런 형태를 가진 것일 거야’는 식의 애매한 상태입니다.
가능성과 제한요소 그리고 이미지와 언어 등 매우 복잡하고 다양한 정보가 안정적으로 체계를 이룬 상태가 아닌 한 자루에 적당히 뒤섞여있는 것과 같은 ‘애매한 정보의 덩어리’입니다.
이 덩어리는 소위 ‘감 잡은 것같이’ 매우 명확한 것 같아도 막상 표현하지면 잘 그려지지 않고 말로 설명하자면 잘 설명되지 않는 이상한 상태입니다.
이 머릿속의 복합적이며 명한 듯 선명하지 않은 ‘어떤 이미지(느낌, 감, 그럴 것 같은)를 가지는 정보의 덩어리’를 처음으로 머리 밖으로 표현하는 것이 이른바 ‘콘셉트의 기술(記述)’입니다.
그리고 이 콘셉트의 기술에는 보통 단어(형용사)를 이용합니다. 즉, 모던하게 혹은 자연적인, 강인해 보이게, 차분하게, 날카로움과 부드러움이 공존하게 등등의 형식으로 표현하게 됩니다.
이 처음으로 머릿속의 애매한 정보를 표현하는 step1에서 step 2로 가는 단계에서 많은 오류 혹은 정보의 손실이 일어나게 됩니다.
그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보통 이 ‘애매한 정보의 덩어리’를 ‘모던하게’와 같은 형용사로 정했다고 가정합니다. 본래 이 ‘모던하게’라는 디자인 이미지는 단순한 정보가 아닌 매우 다양하고 복잡한 정보의 덩어리들(느낌, 감, 그럴 것 같은)로 이루어졌던 것이지만, ‘모던하게(단어)’라는 키워드를 추출하는 순간 ‘모던하게(단어)’만 남게 됩니다.
그러나 이렇게 남겨진 ‘모던하게(단어)’는 원래의 애매한 정보의 덩어리가 가지고 있던 애매하지만 명확한 느낌, 감, 이미지 등이 사라지고 다시 매우 다른 방향으로 다양하게 해석될 수 있습니다.
첨단 무기도 모던한 이미지가 있으며 생명과학도 증권가의 화이트 셔츠의 증권맨도 젊은이의 거리의 힙합을 즐기는 젊은이도 통신과학도 모두 ‘모던한’ 이미지를 가지고 있습니다.
유사한 경우로 ‘natural’은 그야말로 다양한 이미지의 결정체입니다.
누구는 산사에서 찻잔을 기울이는 이미지를 떠올릴 수도 있으며, 누구는 잔잔한 호수에 안개가 낀 모습을, 누구는 아마존 숲 속의 징그러운 벌레를 누구는 약육강식의 이미지를 누구는 일본이 정원을 누구는 미생물의 이미지를 떠 올릴 수 있습니다.
이렇듯 원래는 매우 복잡하고 애매하고 한편으로는 선명했던 ‘애매한 정보의 덩어리’는 한 단어로 표현되는 순간 대부분의 정보를 잃어버리거나 혹은 다른 이미지로 왜곡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디자인의 목표를 한 이미지 단어로 정하는 것은 애초에 의도했던 목표가 아닌 엉뚱한 결과를 가져다주게 됩니다.
앞서 이야기한 대로 ‘어떤 이미지(느낌, 감, 그럴 것 같은)를 가지는 정보의 덩어리’는 매우 복합적이며 한편으로는 명확한 이미지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 이미지를 가능한 명확하게 표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보통 1~2개의 이미지 형용사로는 이 이미지의 정보 덩어리를 절대로 명확하게 표현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습관적으로 이미지 형용사로 표현하고자 하는 습관을 버리고 자신이 나중에 보더라도 혹은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더라도 가능한 명확하게 그 이미지가 전해질 수 있도록 표현해놓는 것이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애매한 정보의 덩어리’를 A는 ‘모던함’이라고 기술하고 다른 사람은 다음과 같이 표현했다고 생각해봅니다.
폭등과 폭락을 번갈아 하는 주식시장에 이제 진입한 지 5년 차의 촉망받는 증권맨이 온 정신을 집중하고 촉각을 곤두세우고 일을 하다가 지쳐서 여의도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호텔 스카이라운지에서 칵테일을 한 손에 들고 넥타이는 살짝 풀어헤친 채, 늘씬한 몸매와 패셔너블한 슈트와 감각적인 넥타이 등이 잠시 흐트러지는 것은 신경 쓰지 않고 유리창에 기대어 고층건물로 둘러싸인 야경을 쳐다보는 모습
위와 같이 기술한다면 ‘모던함’이라고 한 단어만으로 기술해 놓았을 때보다 훨씬 정확하게 그 이미지를 떠 올릴 수 있을 것입니다. 만일 이러한 ‘모던함’이 아니라면 다음과 같이 기술할 수도 있습니다.
차가운 금속에 정밀하게 금속 가공된 흔적이 매우 치밀하고 규칙적으로 남아있는 그리고 형태는 기하학적이나 여러 부품이 복잡하게 그러나 치밀하고 정밀하게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조립된 그리고 무심한 디지털 시그널 소리와 차가운 빛이 반사된
이미지도 ‘모던함’을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이와 같이 처음으로 머릿속의 애매한 정보의 덩어리를 꺼내놓는 단계에서 가능한 정보의 손실 없이 원래 생각했던 애매한 그러나 선명한 이미지가 잘 표현될 수 있도록 자세히 기술하는 습관은 매우 중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