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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영목 Mar 29. 2019

Good Design이란

1장 디자인이란 무엇인가_07

흔히들 디자이너가 되기 위한 공부를 하는 학생들이나 전문 디자이너들에게 디자인을 하는 목적이 무어냐고 물어보면 ‘굿디자인 Good Design’을 만들기 위하여라는 답을 접하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마치 디자이너들의 이상향 같은 굿디자인에 대하여 생각해보기로 합니다.     


굿디자인의 상대성

가장 이상적인 디자인은 어떤 디자인일까요? 


생산성이 좋으며, 시장에서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혁신적이며, 새로운 미의 가치를 제시하고, 이제까지 없던 새로운 실용성을 제안하고, 단순히 하나의 제품으로 가 아니라 그 제품을 만든 회사의 정체성을 표현해야 하며, 새로운 시대의 아이콘이 될 수 있는 상징성도 있어야 하며, 그 안에 내재된 스토리가 공감 가야 하며, 사용하기 편리해야 하고, 안전해야 하며, 친환경적이어야 하고, 한순간의 유행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시대의 아이콘이 될 수 있고, 오래 사용하여도 질리지 않아야 하며, 단순한 사용을 넘어 새로운 생활양식을 만들어 내어야 하며.............


일단 생각나는 대로 써 봐도 이 정도입니다. 고민하여 쓰자면 훨씬 더 많아질 것입니다. 

이런 디자인을 만들어 내는 것이 과연 가능할까요?     


다음과 같은 사람이 있을까요?


부드러움과 야성적인, 섹시하면서 지적이고, 시대의 트렌디한 멋스러움과 자신만의 개성이 있는, 자신감과 온화함이 있고, 상냥하고 젠틀한 그러나 때로는 진취적이고 거친, 6개 국어를 하고, 축구, 수영, 스키, 농구, 스쿠버다이빙, 골프 등 못하는 스포츠가 없고, 시와 문학을 즐겨 읽고, 역사와 철학에 해박한 지식을 가지고, 기술과 과학에 조예가 깊고, 훤칠한 키에 조각해놓은 것 같은 몸매를 가지고, 수천 억 원대의 자산을 가지고............      

이런 사람이 있을까요? 없습니다. 

위의 내용이 이상적인 디자인이라면 아래는 이상적인 인간입니다. 현실에는 없습니다. 그래서 이상입니다.      

    


일본에서 공부할 때의 이야기입니다. 일본 통산성에서 선정한 굿디자인 책을 보고 있었는데 거기에는 역대 굿디자인이 연표로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어있었습니다. 그저 무심히 보고 있었는데 북유럽에서 온 친구가 내게 “너는 이중에 뭐가 굿디자인 리고 생각하니?”하고 질문을 해왔습니다. 

당연히 전부 굿디자인에 선정된 것들인데 굳이 물어보는 걸 보면 뭔가 다른 의도가 있을 것 같은데 그 의도를 몰라 우물쭈물하고 있는데, 그 친구가 수많은 디자인 중에서 자신은 요것 요것이 굿디자인이라고 생각한다며 중국집에서 사용하는 기꼬망 간장병을 짚었습니다. 그리고 이것은 지금도 생산되고 사용되고 있으므로 굿디자인이라는 겁니다. 

그 북유럽 친구가 생각하는 굿디자인은 오래 쓸 수 있는 디자인입니다.     



우리는 위에 든 예와 같은 모든 조건을 갖춘 이상적인 사람은 아니더라도 사랑하고 같이 어울리고 결혼해서 장래를 약속하기도 합니다. 

도구도 마찬가지입니다. 굿디자인이 되기 위한 모든 조건을 다 만족시키지 못하더라도 자신이 그 도구에 기대하는 바가 충족되면 받아들여 사용하게 됩니다.


개인이나 상황 혹은 목적에 따라 좋은 도구(제품, 사물)에 대한 기준이 다를 수도 있습니다. 

만일 어떤 학생은 나는 내가 디자인한 제품을 보고 사람들이 낭만을 느꼈으면 좋겠다고 하고, 어떤 학생은 나는 한번 쓰면 3대가 물려 쓸 정도로 튼튼한 물건이 좋은 물건이라고 한다면 잘못되는 일이 있을까요? 전자의 학생이 중장비를 디자인하는 곳에 취업할 리가 없고, 후자의 학생이 팬시용품을 디자인할 리가 없을 것입니다. 


스포츠카는 빨리 잘 달리는 것이 목적이고, 중장비는 튼튼하고 잘 기능하는 것이 요구되는 덕목입니다. 

장식용 조명은 아름다운 것이 요구 조건이고 작업용 조명은 튼튼하고 고장이 잘나지 않는 것이 요구조건입니다.

      

모든 조건을 갖춘 사람이 없듯이 모든 조건을 갖춘 디자인도 있을 수 없습니다. 

어떤 도구에게 필요로 되는 조건을 충실히 갖추었을 때 그것이 좋은 디자인이 되는 것입니다.      


 

좋은 사용에 의하여 좋은 디자인이 탄생하기도 한다.

강원도의 물 맑고 산 좋은 곳에 놀러 갔다가 잘생긴 돌멩이 하나를 주워왔습니다. 집에 와 우연히 돌의 무게를 달아보니 정확히 600g이었습니다. 시장에 가서 고기를 사는데 왠지 한 근보다 적게 주는 것 같아 돌의 무게를 달아보자고 했더니 정육점의 저울이 650g으로 표시된다면 저울이 잘못된 것입니다. 저녁 어두운 뒷골목을 지나는데 왠지 으슥해 나도 모르게 주머니 속의 돌을 꼬옥 쥐고 호신용으로 써야겠다며 골목을 지나갑니다. 방에서 문을 열어놓고 있는데 바람에 문이 자꾸 닫혀 돌을 고여 고정시켜 놓았습니다. 책을 읽는데 페이지가 자꾸 넘어가 돌을 책에 올려놓으니 절로 넘어가지 않아 보기가 좋습니다. 겨울에 이불속이 추워 돌을 덥혀 발아래에 넣었더니 따뜻하게 잘 수 있었습니다. 

꾸며낸 이야기입니다 


이야기의 사실 유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여기서 이 돌멩이는 좋은 도구일까요? 아닐까요? 가 중요합니다. 

위 경우의 돌멩이는 참으로 이 사람에게 유용하게 쓰이는 도구입니다. 그러나 이 돌멩이는 의도적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닙니다.      


학교에서 학생들이 사용하는 의자나 책상은 보기에는 그야말로 고장이 날래야 날 수가 없을 정도로 튼튼하게 만들어져 있습니다. 두꺼운 철제 다리와 엄청난 두께의 나무로 된 의자의 상판은 수 백 킬로그램의 무게를 얻어도 튼튼하게 지탱할 수 있을 정도입니다. 그러나 신기하게도 이런 책상이나 의자가 맥없이 고장 나고 부러집니다. 의자나 책상이 잘못된 디자인일까요? 엄청나게 혹독한 사용 환경을 고려한다면 나쁜 디자인이라고 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만약 그 책상과 의자를 개인이 자신의 방에서 사용한다면 대를 물려 쓰고도 남을 것입니다. 그 의자나 책상이 디자인이 잘못된 것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잘못 사용되었다고 하는 것이 더 옳을 것입니다.  

    

우리는 음악을 접할 때 우선 듣습니다. 그다음에 따라 부르고, 다음으로 작곡을 할 수도 있습니다. 음악을 들어보지도 못한 사람이 좋은 음악을 작곡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좋은 디자인을 하기 위한 조건도 같습니다. 물건을 신중하게 고르고 용도에 맞게 잘 사용하는 사람이 굿디자인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소중한 자질을 갖게 되는 것입니다.     


좋은 도구는 잘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잘 쓰이는 것도 중요한 디자인의 시작인 것입니다. 


좋은 사용에의하여 좋은 디자인 된 예 : 버프 https://www.buff.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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