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上)편에 이어서..
워크샵 장소에 도착한 김수석 팀장은 씩씩대며 인사팀의 미나를 찾았다.
미나 또한 팀장의 마음이 이해되었지만, 사실 팀원의 말은 틀리지 않았다. 게다가 이 사건이 벌어지기 직전에 그 팀원은 워크샵 기간의 근무일정을 재택근무로 승인 받아 둔 터였다. 수석이 처음에 별 생각없이 근무일정 어플리케이션에 뜬 알람을 보고 승인을 눌러버린 것이다.
수석의 이야기를 한참 듣고, 미나는 그녀를 겨우 달래며 말을 꺼냈다.
“수석 팀장님, 현재 상황만 보면 팀원의 말이 맞아요. 팀장님이 하고싶으신 대로 가려면, ‘애초에 양성이 아니면 무조건 워크샵을 오세요. 재택근무는 없습니다.’ 라고 강하게 말했어야 했어요. 재택근무로 신청한 근무 일정도 승인하시지 않으시는게 맞구요.”
“……휴… 워크샵 기간 동안 할 일을 뭐라고 올렸는지 제대로 다시 체크 해봐야겠네요. 정말 요즘 애들 무서워서 무슨 말을 못 하겠어요. 이 친구 혼자 이러는 것도 아니예요. 메일 보셨어요? 참조에 매일 같이 밥 먹는 자기 또래 OO도 넣은 것 좀 보세요. 그 친구도 결국 안 왔어요.”
수석은 일에서 매우 인정받고 대표로부터도 신임 받는 비즈니스에서의 2인자였다. 다만, 그녀를 많이 신뢰하는 만큼 일도 사람도 그녀가 관리해야 하는 범위와 책임이 매우 넓었다. 크리에이티브한 업무를 주로 하고 사람도 많이 만나야 하는 직업 특성과도 잘 맞는 수석은 감정이 매우 풍부했고 그만큼 표현도 스스럼 없는 편이었다.
“어떨 때는 직원들이 저를 엄청 무서워하는 것 같은데, 어떨 때는 보면 또 이렇게 한국의 노동법을 운운하면서 따지는 걸 보면 제가 더 무서워요. 나이차가 15년 넘게 나서 그런가? 이런 친구들이랑은 대체 어찌 일 해야할지 모르겠다니까요.”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지 않던가. 위로 올라갈수록 ‘사람관리’가 제일 어렵다는 말은 거짓이 아니다.
미나는 수석과 함께 해당 메일을 보낸 팀원이 가장 잘 따르는 파트장 급의 시니어인 마리를 함께 만났다. 다행히 마리는 수석의 입장을 잘 이해하고 있었으며, 그나마 세대차이가 덜 나는 30대이니 그 팀원이 이해할 정도로 설명할 수 있다고 말했다.
“회사에서 배려한 부분은 전혀 생각 못하고 자기 권리만 얘기하고 있네요. 헌데 저 방법이 적합한 방법은 저도 아니라고 생각해요. 제가 얘기해 볼게요. 최근 밀접접촉자 기준이 바뀌어 식사를 함께 한 것 만으로는 밀접접촉자가 아닌 것도 맞고, 회사에서 충분히 배려하여 워크샵에 참석하지 않아도 되게끔 안내를 해 준 것인데 여기에서 그렇게 노동법을 운운하며 따져버리면 뭐가 되느냐. 뭐 이렇게요.”
미나와 마리의 말을 들은 수석은 어느정도 마음을 진정시켰다. 워크샵 이후, 그 직원과 어떤 대화를 나누면 좋을지를 생각해 보기로 했다.
겁난다고 피하기 보다는 계속 서로를 이해하고 이해시키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꼭 회사에서 X세대와 MZ세대, 90년대생과 그 이전이 서로 절대 건너갈 수 없는 강을 사이에 두고 있는 게 아니다.
친구사이, 연인사이, 부부사이, 가족 간에도 세대 모든 차이는 존재한다. 아무리 가까운 사이도, 같은 세대여도 나와 A부터 Z까지 똑같은 사람 또한 없다. 우리가 친구와, 연인과, 가족과의 갈등을 풀고 이해하기 위해 시간과 노력을 기울이듯 Z세대 팀원과 X세대 팀장 또한 서로를 배려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