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나 팀장님, 여전히ㅋㅋ 잘 지내시죠?
자꾸 지나간 분한테 카톡하기 미안하고 좀 그렇긴 한데… 제 맘을 알 사람이 팀장님밖에 없는 것 같아서요……”
미나가 직접 채용하고, 미나와 부대끼며 시간을 보낸지도 어느덧 2년, 이제야 겨우 합이 맞는다고 생각될 즈음 육아 휴직을 가게 되었던 90년생 김자영 대리였다. 출산 후에도 아기를 안고 만나 같이 식사를 하기도 하고, 서로의 근황을 잊지않고 나누는 사이가 되었지만 안타깝게도 막상 자영이 회사에 복직할 즈음, 미나는 이직을하게 되었더랬다.
그렇게 헤어진 지 수개월이 되어가건만 자영은 속상하다며 아직도 미나에게 카톡을 보냈다.
금새 채워질 것으로 보였던 미나의 자리는 여러가지 이슈로 아직까지 공석이었고, 그 팀장자리를 윗선의 임원이 대신해 대행하고 있었다. 자영은 중간에서 90년생 언어로 번역기 역할을 해주며 어르고 달래주던 미나가 사라지자 도무지 이해가 안 가는 부분, 불만들이 자꾸만 쌓여 갔다.
“팀장님, 제가.. 애기 낳고 지금 일주일에 한 번씩 재택을 하거든요? 근데 이것도 원래 직원들다 하는거고, 시차출퇴근제도 8시 출근하는대신 5시되면 딱 퇴근하고, 제 생각엔 제가 빵꾸내는 것도 전혀 없단말이예요? 근데 휴가도 길게 가면 안된다, 자리를 지켜서 쳐내야 하는 일이 있다, back office 조직원 에서 너만 당연하게 재택을 하고 있는데 이건 사실 특혜다…. 아휴 진짜 꼰대랑 일하는거 너무 힘들어요.”
“자영, 상사의 스타일을 잘 맞추는것도 사회생활 중 하나야. ㅎㅎ 우리 고객이 누군지 잘 생각해봐. 인사는 임직원 전체, 팀장이상급 리더들이 우리의 주 고객이고 특히 본인의 상사도 그 중 한명인걸.”
“팀원들과 배려하고 맟춰가며 일해야 한다는 거, 당연히 알죠. 근데 저는 OO임원이 상사를 모셔야 된다는 뉘앙스로 얘기하시는 거나 상사기분 맞춰가며 이것저것 고려해야 되는 거, 이해 못하겠어요. Work with 이 아니라 Work for 인데 전 그게 좀 안맞는거 같아요. 저 진짜 이력서 업데이트 했어요…”
미나가 지켜본 자영은 해당 임원 앞에서 맞추는 척을 할지언정 본인의 시각과 언어로 상세히 설명해주지 않으면 쉽사리 이해하기 힘들어 하는 스타일이었다. 하지만 커리어를 발전시키는 과정에서 그녀 본인을 중심에두고 여러번, 상세하게 왜 그렇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 논리적으로 설명해주었을 때는 누구보다 그 다음 스텝을 빠르게 실행하고 받아들였다.
OO임원 또한 직속 팀원이 아니었던 직원을 다른 직원들까지 더불어 하나하나 챙기고 여러번 반복적으로 회사의 상황을 설명해주고 이해시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을 것이다. 게다가 팀장급 이상의 많은 사람들이 ‘90년대생은 회사가 해주는 건 당연한 권리로 생각하고, 본인 책임은 다하려 하지 않는다’ 는 선입관을 가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최근 조용한 사직(Quiet quitting)이라는 신조어가 90년대생의 큰 공감을 일으키고 있다고 한다. ‘직장에서 최소한의 일을 하겠다’는 의미를 지닌 이 신조어는, 기성세대의 팀장들에게는 월급만큼만 일하려는 90년대생 팀원을 나무라는 용어로 사용되기도 한다.
하지만 오히려 기성세대에게 묻고 싶다. “대표님이, oo임원이 눈치주니까 그냥 회사서 하라는 대로 이렇게 하자.” 라고 엉뚱하게 피드백을 주고 있는 건 아닌지. 그들의 언어를 배워 이해시키려는 노력이 부족한 건 아닌지.
90년대생도 성장을 꿈꾸고 직장에서의 성공을 꿈꾼다. 다만 지금의 직장과 상사에게 이미 마음이 떠났기 때문에 받은만큼만 일하며 다른 길을 모색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