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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yoni Oct 07. 2022

너답게 해라!


 “이 비행기는 뉴욕까지 가는 oo항공 082편입니다. 목적지인 JFK 공항까지 예정된 시간은 이륙 후 14시간입니다. 출발을 위해 좌석벨트를 매주시고, 등받이와 테이블을 제자리고 해주십시오. 또한 휴대용 전자기기를 비행기 모드로 변경해주시고, 비행 중 좌석 간 이동을 삼가시기 바랍니….”


 오랜만의 긴 비행을 앞두고 미나는 기장의 안내방송이 끝나기도 전, 며칠 뒤 뉴욕 본사에서 있을 발표자료를 다시 꺼내며 영어를 되뇌였다. 이직 4주차, 입사한지 채 한 달이 안되어 떠나는 출장길이었다. 코로나 이후 몇 년만의 해외출장이던가!


 아시아팀 뿐 아니라 타 International팀, 그리고 미국 본사에서 일하는 HR 동료들을 만나볼 수 있는 Company Meeting에 참석하게 된 미나는 설렘 반, 걱정 반으로 출발 전부터 며칠간 잠을 설쳤다. 한편, 출발 전 싱가폴에 있는 매니저에게 본사 HR팀의 시니어들을 만날 때 혹시 유념해야 할 팁이 있을 지 물어보았는데, 그녀의 답은 심플했다.


“Mina, Be yourself!”

 그냥 ‘너답게’ 말하고 행동 하라는 것.



 미나의 지난 삶에서 사회생활이란 어디에나 주류와 비주류가 있기 마련이었다. 무인도에 고립되어 혼자 살지 않는 한, 누군가와 함께 살아가는 ‘사회생활’을 하다보면 직장생활 뿐만이 아니라 친구들 사이에도, 가족 내에서도, ‘주류’로 일컬어 지는 다수가 있었고 보통의 사람들은 그런 주류가 되고싶어했다.


 미나 또한 외국계 회사에서 아시아 내 한국이란 한 나라의 담당자로 주류보단 비주류, 다수이기보단 소수, 메이저이기 보다는 마이너라고 느낄 때가 많았다. 주류에 끼고 싶어했다. 하지만 네이티브가 아닌 외국인이 갖는 언어장벽과 함께 본사가 있는 국가의 생활과 문화조차 가까이서 경험해 본 적이 없는 미나가 ‘나는 이 회사의 중심이야.’라고 생각하기는 쉽지 않았다.


 이에 새로 온 회사에서도 한국인 임원이 어떻게 글로벌 무대에서 인정받고 커뮤니케이션 하는지는 미나가 가진 큰 관심사 중 하나였고, 이번 출장은 그걸 직접 목격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미나가 이직한 A사의 이승리 대표는 25년 가까이 외국계회사에서 업력을 탄탄히 쌓아온 커리어우먼이었다. 외국에서 태어났거나 외국대학을 나온 것이 아님에도 2-30대에 영국을 무대로 수년간 커리어를 쌓아왔고, 한국에 돌아와서도 미디어 산업과 테크 산업을 넘나들며 훌륭하게 발전시켜 왔다.


 그런 그녀가 이번 출장에서도 백인 중의 백인인 미국 뉴욕 본사의 임원들과의 미팅에서, 전 직원이 모인 Company Meeting 에서, 한국시장에 대해 설명하며 올해의 성과를 당당히 이야기하고 발표를 할 때, 농담과 함께 질문을 던질 때 미나는 최근 느껴보지 못했던 새로운 전율을 느꼈다.


 그리고는 자신감을 얻어 상사의 상사, 그 위의 상사까지 찾아가며 한국에서 온 자신을 어필했다. 그렇게 어필하며 보낸 Company meeting 다음 날, 상사의 상사와 개인적으로 브런치 시간까지 가지게 된 것은 용기내 얻은 소소한 성과였다.

 


 주류가 아니어도, 다수가 아니어도 괜찮다. 당당한 태도와 자신감을 가지고 내가 나를 주류로 대우해주면, 남들도 나를 그렇게 본다. 아마 미나의 첫 물음에 매니저가 답한 “Be yourself!” 또한 이런 의미가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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