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서)
팀이 공중분해 되고 난 뒤 8개월 후.
종일은 A회사를 떠난 지 채 1년이 지나지 않아 다시 A회사로 돌아오게 되었다.
“아이고, 박미나 팀장님~ 잘 지내셨어요? 우리 점심 한 번 해야죠?”
반질반질 새까만 종일의 얼굴에선 광이 돌았다.
“하하, 얼굴이 좋으시네요. 네, 근데 그 전에 저랑 올라간 연봉에 대해서 근로계약서부터 다시 쓰셔야 해요.”
종일은 비단옷을 입고 사람들의 환영을 받으며 고향으로 돌아온다는, 그야말로 ‘금의환향'을 했다.
짧다면 짧은 고작 8개월이지만 A회사에서는 많은 일이 있었다. 공중분해 된 팀은 팀장부터 허리급 인원까지 힘들게 채워졌다. 해당 사업부에서 올라오는 채용 요청은 건마다 ‘시급’, ‘긴급’ 딱지가 붙었고 이 상무 또한 주변 인맥을 다 동원해 사람을 찾아다녔다.
문제는 그렇게 채용이 급하게 완료된 사람들도, 이 상무도 ‘고객님’의 마음에 들지 못했다는 것이었다. 그팀이 맡은 주요 고객은 주님들 중에서도 정말 중요한 주님이었고, 8개월간 주어졌던 몇 번의 기회를 시원하게 날려 먹어 외국 본사에서 한국 CEO에게도, APAC CEO 에게도 불똥이 날아오는 지경에 이르렀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었겠지만 한국 CEO는 몇 번의 시뻘건 불똥을 맞고는 마음이 급해졌다. 현장에서 당장 수습해 줄 사람이 필요했고 누구보다 히스토리와 (광고)주님을 잘 아는 사람이 필요했다. 그렇게 종일의 핸드폰 번호를 받아 안부를 물었다. CEO는 이 상무가 감당해내지 못하는 업무에 대한 마무리를 지어야 했고, 그러려면 종일이 꼭 필요했다.
“어~ 종일 팀장 잘 지내? 오랜만이지? 근처로 이직했다고 들었는데 우리 시간되면 한 번 커피나 한 잔 할까?”
종일은 같은 업계 경쟁사로 바로 이직해 다시 하나 둘씩 적응해 나가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리고 A사에서 지금 어떤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지도 잘 알고있었다. A사 고객과 아직도 가끔씩 안부를 물었는데, 계속 종일을 찾았기 때문이다.
‘A사 CEO와의 이번 만남이 기회가 될 수 있다.’ 종일은 생각했다.
가벼운 커피 한 잔이 어느덧 식사 약속이 되고, 식사 약속은 술 약속이 되었다. 속내를 털어놓으며 종일과 A사 CEO는 서로 부탁 아닌 부탁을 했다. 그렇게 종일과 CEO와의 몇 차례 만남이 성사된 후, 자리를 옮긴 지 채 1년도 안되어 종일의 다음 이직이 어느정도 결정되었다. 종일은 귀가 입에 걸렸다. 이직한 지 얼마 안 되었는데, 그것보다도 더 좋은 조건으로 오퍼를 제안 받은 것이다. 신규 비즈니스를 만들어 가야 하는 부담도 있었지만 종일과 갈등이 심하던 이 상무는 보직을 옮기게 될 것이라는 소식도 들었고, 또다른 좋은 점 중 하나는 종일과 손발을 맞추며 키워가던 팀원들도 같이 데리고 갈 수 있는 기회였다는 점이었다. 연봉도 팍팍 올려주면서.
이번 기회를 통해 종일은 팀원들의 연봉협상 까지도 알뜰 살뜰히 모두 챙겼고, 꼼꼼하게 제안을 살피고 또 살폈다.
종일과 팀원들의 재 입사를 진행하며 오퍼레터를 쓰던 미나는 생각했다.
‘결국 임원이고 대표고 자리가 중요한게 아니네. 팀장은 고객의 마음, 팀원의 마음을 얻는 자가 진정한 위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