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일 팀장님, 혹시 이번 연봉협상에서 기대하신 만큼 인상이 이루어지지 않아서 기분이 상하신거라면…”
“아이고~박미나 인사 팀장님, 제가 언제 여기서 몇 년을 있으면서 연봉, 돈 가지고 뭐 불만 얘기한 적이 있습니까? 저요? 주식도 지금 이만큼 하구요. 와이프가 저보다 더 잘 벌어요. 보실래요? 제가 팀장님한테 억한 감정이 있는건 아닌데, 이건 다른 문제예요.”
종일과 미나는 나름 입사 동기였다. 4년여 전, 경력직으로 A사에 비슷한 시기에 입사해 의지할 곳이 없을 때면 둘이 만나 근처 뚝배기집에서 밥이라도 한 술 같이 뜨며 이러쿵 저러쿵 본인들이 파악한 회사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곤 했다. 물론 미나는 HR에서, 종일은 현업에서 서로 다른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었지만 종일의 붙임성 좋고 수더분한 성격에 금새 편하게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가 될 수 있었다. 그러던 종일이 미나와 퇴사 면담을 하게 된 것이다.
종일은 시니어급 팀원으로 입사를 했다. 그리고 곧 얼마 지나지 않아 새로운 고객을 유치하며 임원들의 신뢰를 얻어 팀장 직책을 달게 되었다. 처음에는 제대로 된 팀원 하나가 없어 인턴부터 채용을 요청했다. 그리고 그 인턴들을 무럭무럭 키워 정직원으로 만들었다. 그렇게 팀원 수를 하나하나 늘려가고, 나중에는 다른 팀이 맡던 욕심나는 좋은 인재들도 데려와 팀 크기를 점점 불렸다.
‘김 팀장이 사내 정치를 그렇게 잘 한다며? 저거봐 저거봐.. 지금 X임원 라인 잘 타가지고…’
주변에선 시기 반, 질투 반 종일에 대한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그 즈음, 급작스런 비즈니스 악화로 리더십 중 임원 레벨이 모두 회사를 떠나게 되었다. 그 빈자리를 메꾼 새로운 임원은 종일과 정확히 반대 성향이었다. 일도, 커뮤니케이션도, 종일은 그 임원이 출근해서 뭘 하는지 알 수도 이해할 수도 없었다.
처음에는 이제 막 입사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적응하시는 기간이려니 했다. 종일이 주님(광고주님)의 요구사항들을 쳐내기 위해 팀원들을 어르고 달래가며 밤을 새도 새로 온 임원은 “어 그래 수고했어~” 정도의 말과 함께 본인은 항상 칼같이 퇴근하는 모습만 보일 뿐이었다.
시간이 흐르고 흘러 이제는 종일이 새로 온 임원에게 찍혔다는 소문이 돌았다.
종일은 진절머리가 났다. 그렇게 다른 B회사와의 채용 프로세스를 시작했다. 종일을 믿고 따르던 팀원들도 종일의 이런 분위기를 눈치채고 점점 새로운 기회를 밖에서 찾아보기 시작한 듯 보였다.
종일은 그렇게 본인의 이직을 준비하면서 팀원들의 이직도 함께 알아봤다. 본인이 옮겨갈 자리에 팀원을 뽑을 수 있는 자리가 있는지, 좋은 조건으로 기존 팀원들을 데려갈 수 있을지 등…
미나는 종일과의 퇴직면담 후, 종일이 속한 사업부의 임원과 대화를 시작했다.
“이 상무님, 김종일 팀장이 없어도 문제 없으시겠어요? 어떠세요?”
“저도 다 면담 해 봤습니다. 어쩔 수 없죠. 보내줘야죠. 싫다는데.”
“왜 싫다는지는 혹시 얘기 깊게 해 보실 기회가 있으셨어요?”
“……..”
그렇게 종일은 회사를 떠났다. 6명이던 팀원은 모두 공중분해 되고 한두명의 주니어만 남게 되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