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저는 최근 M사에서의 여정에 마침표를 찍게 되었습니다. 그동안 훌륭하고 놀라운 사람들과 일할 수 있는 영광을 가질 수 있음에 감사합니다. 저는 이제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역할, 기회를 찾습니다. #OpenToWork”
2022년 11월, 글로벌 IT기업인 트위터와 메타로부터 충격적인 소식이 순식간에 전 세계에 확산되었다. 트위터는 11월 4일 새벽에 직원의 절반인 3,700명을 해고하였으며, 경쟁기업인 메타 역시 직원 13%인 11,000명을 해고하였다. 그 외에도 넷플릭스 등 주요 글로벌 기업이 장기화되는 인플레이션과 경제 변화에 따라 정리해고에 나서기 시작한다는 소식들이 들려오고 비즈니스 전문 소셜미디어인 링크드인에는 하나 둘씩 위와 같은 글이 계속해서 업데이트 되고 있었다.
구조조정(構造調整): 기업의 자원배분을 최적화하고자 기업영역을 재구축하고 기업의 규모를 조정하는 것
갑작스럽게 통보를 받는 직원도, 회사 내에서 ‘그 작업’을 실행하는 직원도 힘겨운 것이 구조조정이다.
6-7년 전 즈음이었다. 미나는 휴가를 내고 친구를 만나기 위해 방문했던 친구네 회사 앞, 상암동 어느 한 까페에서 우연히 대학교 같은 과 선배를 마주쳤다. 자연스럽게 서로의 근황과 안부를 묻게 되었다. 그 선배는 한 외국계회사의 인사팀에서 근무를 하고 있었는데, 큰 변화와 함께 구조조정을 하는 상황에서 희망퇴직을 받고 있다고 했다. 오래간만에 마주친 것도 사실이지만 그 선배의 낯빛은 꽤나 어두웠고 머리도 희끗희끗 한 곳이 한두 군데가 아니었다.
“미나야, 나 힘들어 죽겠다. 회사에서 내보내야 되는 사람은 안 나가려고 하고, 정작 나가면 안되는 사람은 나가려고 하고…”
그 때만 해도 미나에게 ‘구조조정, 정리해고, 희망퇴직’과 같은 단어는 먼 나라 이야기였다.
‘내가 다니는 회사에 그런 일이 생기겠어? 생겨도, 내가 그런 일을 하게 될 리가 없지. 나는 교육이랑 채용 담당자잖아?’
그리고는 세월이 흘러 미나는 이직을 하고, 교육과 채용 뿐 아니라 더 넓은 범위의 일을 맡기 시작했다. ‘인사팀장’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책임져야 할 일이 점점 늘었다. 그러다 코로나와 팬데믹을 만났고, 정신을 차리고 보니 구조조정 플랜을 짜고 있었다.
구조조정 대상은 대부분 임원, 리더, 시니어급이 다수였다. 혹은 팀 하나가 통째로 대상이 되기도 했다. 회사에 얼마나 가치 있는 존재인지 증명해내지 못한 ‘누군가’와 ‘팀’은 그렇게 힘들고 불편한 면담을 시작해야 했다.
대부분의 직원은 회사에서의 ‘현재’에 만족하며 본인만의 워라밸을 잘 지켜내고 있었고, 변화에 무뎠으며 위기의식도 거의 없었다. 그렇기에 더더욱 처음 본인이 대상자라는 소식을 접한 직원들은 예상치 못한 소식에 가지각색의 반응을 보였다.
“미나 팀장님, 잘 알겠지만 지금 우리 마누라가 수술 한 지 얼마 안되었어요. 애기들도 어리고…,”
인간적, 감정적인 면에 호소하는 사람부터,
“전 퇴사할 마음이 없습니다. 다른 곳으로 이직할 마음도 더더욱 없구요. 충분히 성과를 내고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자꾸 이런 얘기 꺼내시면 저도 법적인 대응 찾아봅니다.”
현재를 부정하고 반 협박을 시작하는 사람,
“회사 뜻이 그렇다는 거죠? 우선 알겠습니다. 그럼 다음 단계에서 제가 논의할 수 있는게 뭐죠?”
빠르게 수긍하고 다음 플랜을 고민하는 사람까지.
수많은 직원들을 면담하고 갈등을 조율하면서, 미나는 사측의 입장이기도 했지만 때로는 그들의 친구이자 가족이고자 했다. “제 친구나 가족이, 혹은 제가 이런 상황에 처했다면 저는 이렇게 해보겠어요.” 라며 그들의 다음 일자리를 먼저 찾아보기도 했다.
그러면서 더욱 확고해진 생각은 이거였다.
내가 가진 자원도 ‘구조조정’ 해보는 것이다.
내가 시장에서 수익화 할 수 있는 부분, 영역을 재구축하고 내 시간과 노력, 열정에 대한 배분을 최적화 하는 것.
일에 흠뻑 뛰어들어 내가 얼마나 회사에 가치 있는 존재인지 증명하는 것과 함께, 매년 내가 직장을 그만두게 되었을 때 또한 그려보는 것.
내가 생각하는 보상, 보람, 행복을 얻기 위해 어떤 일을 할 것이며, 어떻게 일할 것인지 고민하는 것.
그것이야 말로 ‘직’보다 ‘업’에 집중하고, 구조조정을 두려워하지 않으며 언제든 홀로 설 수 있게 되는 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