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수년 전, 30대 초반의 어느 날 미나는 친구와 함께 압구정의 유명하다는 관상가를 만나러 향했다.
미나를 본 관상가는 이렇게 말했다.
“이야~ 아가씨는 에너지가 넘쳐서 결혼은 천천히 가고 싶어할 것 같네? 사람자체가 강렬해 아주. 어디보자… 그리고 균형이 잘~ 잡힌 인간이네. 자기객관화 능력도 뛰어나고, 돈에 대한 욕심도 있고. 벌면 크게 벌려고 태어났어. 돈을 좋아하는 사람은 아닌데 내가 돈을 얼마나 벌 수 있는지를 시험해 보고 싶어해. 보통 남자들이 이런 욕심이 있는데 아가씨는 그런 면이 있네?”
#2
“미나야, 너는 나랑 끝까지 같이 놀아야된다~~!! 따른 기지배들 다 시집가도 넌 나랑 여행다니기야!!! 뭐 이런 말 안해도 그럴 것 같지만. ㅋㅋㅋ”
미나와 매년 해외여행을 다니던 친구는 무리에서 친구들이 하나씩 결혼할 때마다 미나에게 이런 말을 하곤 했다.
오랫동안 보고 지낸 친구들과의 수다에서도 결혼 이야기가 나오면 미나는 항상 ‘느즈막이 결혼하거나 홀로 살 것 같은 친구’ 였다.
#3
휴학없이 꽉 채워 대학생활을 보내고, 졸업 전 마지막 학기만을 남기고 조기취업에 성공해 바로 직장생활을 시작한 미나. 오로지 일과 직장에서의 인정만 바라보며 달리던 30대의 워커홀릭 여성이 된 미나는 결혼을 커리어의 족쇄라고 생각했었다.
그러던 미나도 결혼을 했다.
어렴풋이 희미하게 그렸던, 원하는 배우자의 조건을 두루 갖춘 동반자를 만나서.
진정으로 상대방의 성장을 응원하고 서포트할 수 있는 매력과 요리 뿐 아니라 집안살림도 훨씬 잘 해내는 능력을 두루 갖춘 이 남자는 경력을 쌓고 싶어하는 욕심 많은 미나에게 최고의 남편감이 되어 주었다.
연애 1년, 결혼 3년 만에 미나가 승진을 두 번이나 하게 된 비결이 ‘그와 결혼한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으니까.
그는 미나가 가지고 있던 ‘결혼’에 대한 이미지를 탈바꿈시키는 데 성공한 첫 남자친구였다.
그와 함께 하기 전까지, 미나는 그동안 만났던 여느 남자친구들, 애인들로부터 보통 이런 말을 들었더랬다.
‘너는 어짜피 나랑 결혼 안 할 거잖아..’
‘너는 어짜피 일이 1순위고 그 다음은 친구들이잖아. 나는 몇 순위쯤 되니?..’
슬픈 눈망울을 하며 그들과 이별하게 되기까지 시간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었다.
의지의 한국인, K-장녀, 야망있고 리더십 뿜뿜한 미나의 모습에 반했다는 현재의 남편은 미나에게 ‘성공적 신혼생활’의 퀘스트를 슬기로이 헤쳐나갔다.
동시에, 새로운 고난이도의 퀘스트- ‘임신과 출산’을 맞닥뜨리게 되는데…
(팀장이 임신했다 시리즈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