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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yoni Mar 13. 2023

팀장이 임신했다: 임신의 길


 새로운 직장에서 새로운 역할을 맡기 시작 한 뒤, 미나는 내리 4년을 쉬지 않고 달려왔었다.


 주로 커뮤니케이션 해야 하는 회사의 임원들과 한참 차이나는 어린 나이에 인사팀장이라는 직책에 도전하게되면서, 무시받지 않기 위해, 제 자리에서 제몫을 해냈음을 증명하기 위해 부던히 노력했더랬다. 


 듣도보도 못한 사건사고에 어떤 날은 잠들기 위해 눈을 감을 때도, 눈을 떠서도 꿈 속에서 마저도 일에 시달리는 스트레스를 겪기도 했지만 새로운 팀원을 뽑고 내 팀을 셋팅하며 의미있는 결과를 만들어 낸 순간들이 함께했다. 

  매주 월요일이면 퇴근 후에 마찬가지로 녹초가 된 남편을 붙잡고 편의점 앞으로 달려가 소주 한병과 과자를 까먹으면서 일에 대한 하소연, 자문을 구하는게 일상인 나날이었다.




 그렇게 4년이 흐르고 어느 정도 일에 대해 숨통이 트일 무렵, 스멀스멀 ‘아기’에 대해 주변에서 하는 얘기들이 들리기시작했다. 


 “자기야, XX네 임신했대!!! 대박이지!” 남편을 비롯해 여기저기 지인들의 임신소식 부터,


 “이제 애기 준비 해야지~~ 술 좀 적당히 먹고, 병원도 좀 다니고!” 친정 엄마의 잔소리도 포함해서. 
 
 미나가 가만히 자신을 들여다 보면 본인도 곧 노산을 바라보는 나이이긴했다. 딱히 딩크도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사실 아기에 대한 욕망이 가득하지도 않았다. 




 그런데 어느 날, 미나의 베프 중 한 명이 임신을 했다는 소식을 전해왔다.

각자 결혼 후에도 운동하러 가서, 혹은 직장이 가까웠던 덕에 퇴근 후에 중간에서 만나 저녁을 먹으면서, 주말에 부부끼리 모임을 통해서, 어쨌거나 저쨌거나 일주일에 한 번 이상 만나던 친구였다. 그 친구 부부가 1년간 임신을 준비해오다가 이번에도 실패하면 정말 난임병원에 가자 결심하던 찰나, 마지막에 ‘레알’ 임신에 성공한 것이다. 


 바로 옆에서 지켜보는 임신과 출산의 과정은 그야말로 다이나믹 했다. 주변에 아기를 낳은 친구는 있었지만 모두 멀리 사는 친구들이였고, 먼 나라 이야기이자 남 얘기 였다. 하지만 눈앞에서 직접 목격하게 되는 모든 것은 미나에게도 임신에 대해 간접체험의 기회를 가져왔고, 뭔가 점점 피부에 와닿기 시작했다. 친구는 계속 미나에게 임신을 적극 추천했다.

"미나야, 우리 비슷하게 낳아서 공동육아 해야지 공동육아!! 재밌겠지 그치!?"



 그렇게 열달이 흘러 친구는 출산을 했고, 정말 행복해했다. 그 어떤 행복과도 맞바꿀 수 없다 말했다. 미나가 그동안 출산은 힘들고 끔찍한 과정이라고 들어왔던 것과는 달리 친구의 얼굴은 마치 결혼을 갓 했을 때처럼 반짝 반짝 빛나고 있었다.





그리고 4달 뒤,


“짜잔~ 이게 뭐게?”

미나는 남편 도진에게 막대기 하나를 내밀었다.

“어!?!...어!?!!” 

도진의 눈이 동그래졌다. 테스트기는 두 줄을 가리키고 있었다. 
 곧 도진의 생일인 크리스마스 이브가 다가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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