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돈내산이니까 사진 써도 되죠?

제품 후기와 저작권

by 박윤경

캠핑장의 아침은 철수하는 사람들의 분주함으로 시작됩니다. 윤덕이가 텐트 앞을 서성이며 고민에 빠진 두리에게 다가갔습니다. 두리는 이번 캠핑의 내돈내산 후기를 올리려는데, 직접 찍은 사진들이 영 마음에 들지 않았던 모양입니다.


“야, 두리야! 뭘 그렇게 고민해? 텐트가 무슨 죄라도 지었냐?”

윤덕이의 호탕한 목소리에 두리가 한숨을 내쉬며 카메라를 보여주었습니다.

“눈으로 볼 땐 예뻤는데 사진으로 보니까 텐트 각도가 엉망이네. 배경엔 분리수거함까지 걸렸어. 후기에 쓰기엔 좀 민망하다.”

윤덕이가 무릎을 탁 치며 해결책을 내놓았습니다.

“에이, 완벽주의자 같으니라고! 뭘 고민해? ‘팔구네 캠핑’ 쇼핑몰 들어가 봐. 거기 모델이 숲 속에서 기가 막힌 각도로 찍어놓은 사진 많잖아. 그거 한두 장 캡처해서 ‘실물은 이 사진이랑 똑같아요!’ 하고 올려. 네가 산 텐트니까 그 정도면 충분하지 않아?”


두리는 안경을 고쳐 쓰며 쓴웃음을 지었습니다.

“윤덕아, 그건 안 돼."

윤덕은 황당하다는 듯 눈을 크게 떴습니다.

“왜? 내 물건 사진인데 마음대로 못 쓴다고? 그건 너무 각박한 거 아냐?”

“텐트를 산 거지, 그 텐트 사진 쓸 권리를 산 건 아니니까.”

두리가 차분하게 설명을 이어갔습니다.

“서점에서 책을 샀다고 해서 그 내용을 마음대로 복사해서 팔면 안 되는 거랑 똑같아. 쇼핑몰 사진은 사진작가가 조명을 맞추고 구도를 잡아서 만든 창작물이거든.”



camp-2650359_1280.jpg ⓒ piviso 출처: pixabay


윤덕은 고개를 갸웃거렸습니다.

“그럼 말이야, 그냥 하얀 배경에 텐트 앞뒤 모습만 딱 찍어놓은 설명용 사진들은? 그건 그냥 사실을 그대로 보여주는 거잖아. 누가 찍어도 똑같을 텐데, 그런 증명사진 같은 것들도 저작권이 있는 거야?”

두리는 날카로운 윤덕의 질문에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좋은 질문이야. 실제로 법원에서도 단순히 제품의 생김새를 사실대로 전달하기 위해 기술적으로 찍은 사진은 저작권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보기도 해. 누가 찍어도 비슷하게 나올 수밖에 없는 ‘재현’에 충실한 사진들이니까.”


윤덕이의 얼굴에 금세 생기가 돌았습니다.

“거봐! 그럼 그런 설명용 사진들은 좀 가져다 써도 되겠네?”

“하지만 그게 참 미묘해.”

두리가 다시 진지해졌습니다.

“어디까지가 단순한 재현이고, 어디부터가 창작인지 쉽게 판단하기 어려워. 광고 효과를 높이기 위해 작가가 독특한 배치를 했다면 그건 보호받는 저작물이 될 수 있어. 애매할 땐 차라리 안전하게 내 사진을 쓰는 게 제일 좋지.”


윤덕이는 그제야 납득한 듯 두리의 카메라를 뺏어 들었습니다.

“알았어, 알았어! 법이 그렇다는데 어쩌겠어. 야, 두리야! 그럼 내가 옆에서 텐트 각 좀 다시 잡아줄 테니까 새로 찍자.”

두리는 못 이기는 척 다시 카메라 렌즈를 닦았습니다. 비록 각도는 조금 비뚤어지고 배경은 투박할지 몰라도 온전히 내 정성으로 기록한 진짜 후기가 시작되는 순간이었습니다.



내돈내산 후기 기억하세요!


● 제품을 산다고 해서 제품 사진까지 사는 건 아니에요

제품 소유권과 사진 저작권은 별개예요. 텐트는 내 것이지만 쇼핑몰 사진은 내 것이 아니에요.

● 단순해 보이는 제품 사진도 저작물이에요

그냥 찍은 것 같은 사진도 조명, 각도, 구도, 보정 등 촬영자의 선택이 들어가므로 창작물이 될 수 있여요.

● 후기는 내가 직접 찍은 사진으로

쇼핑몰 사진을 무단으로 사용하면 저작권 침해가 될 수 있어요. 완벽한 쇼핑몰 사진보다 내가 직접 찍은 솔직한 사진이 다른 소비자들에게 더 도움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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