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우리는 시행착오를 사랑해

by 영지

안녕하세용.

브런치에선 처음으로 쓰는 글입니다. ^^;

늘 글을 써야지 써야지 생각은 하는데 말이죠.

계획이라는 건 세울 때는 재밌는데 지킬 때는 왜 이렇게 어려운 걸까요?

저에겐 늘 어려운 숙제입니다.


저는 글을 쓰기 어려울 때나 일기를 쓸 때

이미 발간된 글의 제목을 참고해서 다시 구상을 해보곤 하는데요.

이번엔 우.시.사 레터의 제목을 빌려 작성을 해보았어요.

다만 인용 기준을 몰라 문제가 있다면 도움을 부탁드립니다.


*


사실 모순이 많은 제목입니다.

어떻게 착오까지 사랑을 해요. 시행도 사랑하기 어려운 세상입니다.


걸을 때도 그래요.

한 걸음 내딛을 때마다 보폭을 지켜야 할 것 같고

허리는 곧은지, 고개는 어디를 향해야 하는지 늘 의식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래도 시행착오를 겪는 나는 사랑해도 되지 않을까요?

우리는 나아가기 위한 사람은 아니지만

어딘가로 나아가겠다고 마음 먹으면 어딘가로 향하긴 하는 사람들이니까요.


*


시행착오는 원리라는 사실을 알고 계셨는지요.


시행착오의 다른 말은 시오법이라고 하는데,

미국의 심리학자인 손다이크가 발견한 학습의 원리입니다.

저는 이를 안 순간 아주 괘씸한 기분도 들었습니다.

우리는 남이 발견한 학습법을 반복하고 있던 거예요. 계속해서 말이죠.


시행착오라는 건 사전의 말을 빌려 말하자면

목표에 도달하는 확실한 방법을 모르는 채로

본능, 습관 따위에 의해서 시행과 착오를 되풀이하다가

우연히 성공한 동작을 계속함으로써 점차 시간을 절약해 목표에 도달할 수 있는 원리입니다.


당연한 걸 그럴싸하게 말해서 화가 나는데

발견까지 했다니 참 대단한 것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하지만 그렇습니다.

나는 당연하다고 생각해서 원리를 이해해버렸고

나름대로의 체계를 세우며 그 이치를 따라가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그런 나를 믿어주는 것 정도는 사랑으로 쳐도 되지 않을까요.


나를 사랑하기 위한 방법으로는 나를 생각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그럴싸한 나, 괜찮은 나, 있어 보이는 내가 아니라

그냥 이정도인 나, 태어나 아무 것도 모른 채 불주사를 맞았던 세상 물정 모르던 나.

그런 순수한 상태의 나를요.


고유하고 천연의 색을 가지고 있는 나를 되새길 수 있는 시 한 편을 첨부합니다.

해가 바뀌고 목표가 바뀌고 취향이 바뀌어도

입으로 내는 휘파람 소리는 변함이 없다는 걸 잊지 마세요.

나는 둥글게 모아진 입. 그곳에서 흘러나오는 바람에 존재합니다.

아무런 목적도 없는 채로요.



여름의 아이들을 아세요


손연후



바리스타가 진한 여름 뜨거운 피아노 소리 내리고

베란다에 사는 어른들은 짧고 뚱뚱한 스투키에다 건반 닮은 모자를 씌워주었지

도, 레, 미, 괜찮아요 우리 모두 새하얗고 반듯한 치열을 가진 걸요


연보랏빛 하바리움 속 헤엄치는 눈부신 아이들을 아니,

장마철 흩날리는 꽃잎들을 닮았어

매년 여름 매미 소리처럼 차르르 흩어지던 내 안의 부끄럼 많은 아이들


비가 쏟아지면, 어릴 적 예방 주사 맞은 자국이 따끔거렸어

나는 여름이 싫었고 한꺼번에 쏟아지는 법을 몰라서

온종일 얕은 빗방을처럼 덤벙댔는데


지평선 너머 가득 번지던 연보랏빛 수국들이 있었지

빗속에서 내 발가벗은 아이들 살고 매미와 맹꽁이들 첨벙대며 사는 곳

향기로운 소원을 빌고 종이꽃 띄우며

즐거웠습니다, 스투키가 한 뼘씩 자라면 다시 돌아올게요


나도 내 안에 첨벙대는 주름진 매미의 내력을 알아,

매번 첫 번째 여름을 사는 매미 소리를 듣기 위해

아침마다 맹꽁이 닮은 딸기에도 뜨거운 귀를 갖다 댔지, 낮달처럼 간지러운 꿈들

자전거들은 어린 도마뱀처럼 재빠르게 삑삑거리며 뒷산 위로 날아올랐고

어린이 약국 앞으로 분홍색 코끼리들이 코로 물을 흩뿌리며 걸어가고 있었어


매일 밤 매미가 벗어놓은 허물들이

퐁당퐁당 투명한 피아노 소리로 젖어들고


커다란 얼굴을 털며 흔들흔들 웃어대던 수국들,


우리 모두 한때는 낮달 속에서 첨벙거리는 못생긴 이티였을지도 몰라


수국이 가득 핀 하바리움을 아세요?

머리가 동그랗고 치열이 고른 아이들을 알아,

하늘을 나는 자전거에도 코끼리 약국 앞 사거리에도

매미 소리 나는 베란다에도 꽃잎처럼 반짝이며 살고 있는데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