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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alintheSea Mar 13. 2024

40대, 새로운 출발

01. 퇴사를 결심하다.

누구나 사표를 품 안에 두고 산다. 어떻게 취업한 곳인데 싶다가도, 많은 괴로움과 이렇게 사는 것이 맞는지에 대한 도돌이표 같은 물음들을 무수히 마주하다 보면 정말 그만둬야지 하는 결심들이 주르륵 떠오른다.   종이 한 장에 퇴사를 해야 하는 이유들과, 하지 못하는 이유들을 순서대로 나열해 보기도 하고, 지인들에게 신세 한탄을 하며 그렇게 저렇게 13년이 흐른 지금, 결국엔 내 버리고 말았다.


나는 퇴사가 처음은 아니다. 학교를 졸업할 때쯤 인턴을 통해 입사한 곳에서 2년가량을 일했다 그만둔 적이 있는데, 그때도 굉장히 많은 고민을 했었지만 40대에 다시 한번 지르는 것과는 무게감이 또 다른 기분이 든다. 정말 첫 직장 열심히 다니겠다는 마음으로 들어갔지만 배신감 같은 마음으로 나왔다면, 두 번째 정식 직장이었던 이곳은 회사에 헌신이나 깊은 인간관계 따위를 하지 않겠다는 결심을 하고 들어왔었다. 내가 13년 동안 그 과정을 얼마나 지켰는지를 생각해 본다면, 확답할 수는 없는 것 같다. 그래도 나름대로는 열심히 살았는데, 무언가 빚을 만들고 그 빚을 허덕이며 갚아 나가는 기계 같다고... 언제부터인가 버니까 보람차다 에서, 안 벌면 어떻게 빚을 갚지 하는 불안감으로 돌아선 게 아니었을까. 


여전히 외부에 보이는 나를 눈치 보며 살고 있지만, 어쨌든 한 꺼풀 벗고 좀 더 오롯이 나로 살아보고자, 월급이 주는 따스함을 벗어나 보기로 했다. 뉴스는 매일 매달 매년 엄청난 위기가 계속 올 것처럼 말해 왔지만, 그런 소식들에 숨 막혀 살다가 50세가 되면 정말 더욱 나갈 용기가 없어질 것 같다. 그렇게 3월 첫 주, 마지막 출근일까지 조용하지만 폭풍 같은 시간들이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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