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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alintheSea Apr 09. 2024

퇴사여행 16. 고즈넉한 들판에서의 산책

Iceland Day 10. 떠나기 위한 용기, 상상이 현실이 되기까지.

눈을 뜨자마자 다시 이동하는 일정이 시작되었다. 근처 물이 나오는 주유소를 찾아 이동하였지만 근처 주유소는 모두 함께 운영하는 식당에서 유로로 사용할 수 있다는 리뷰를 보았는데, 식당들이 오전 10시가 되어야 연다고 하니 그때까지 지금 기다리기엔 너무 아깝다고 생각하고는 근처의 주유소에서 가볍게 커피를 마시며 급한 정리를 했다. 그리고 분화구 3개가 연이어 있는 곳을 오르고, 그 옆의 운영하지 않는 골프 클럽이 있는 작은 폭포를 보고 왔다. 사실 모든 아이슬란드의 여행이 화산과 폭포의 끝없는 변주 같다는 생각을 했다. 사실 이번에 본 분화구가 어제 본 분화구보다 훨씬 걷기도 좋고 볼거리도 더 많았던 것 같은데 어제는 입장료가 있었고 오늘은 없다니! 결국 사람이 얼마나 다니느냐가 참 많은 걸 결정하는구나 생각했다.

그리고 우리는 다시 보르가르네스 로 이동하여  수영장엘 한번 더 가서 오전을 보내었다. 처음 방문했을 때 보다 조금 더 조용한 분위기라 탁 트인 수영장은 진정 아름답고 고요했다. 보르가르네스 마을은 사실 작은 다리를 건너 아이슬란드에 아주 가깝게 붙어 있는 작은 섬이라고 볼 수 있는데, 바로 옆에 거대한 산들이 있어 모든 것이 비현실적으로 느껴졌다. 우리는  한가롭게 수영을 마치고 파스타를 해 먹고는, 섬 끝에 있는 작은 잔디밭에서 커피와 쿠키를 먹고 바다에 비친 거대한 산을 가만히 올려다보았다.

마지막 날은 공항 근처에서 지내야 하니, 오늘은 조금 더 북서쪽으로 올라가 헛간 같은 캠프사이트에서 하루를 보내기로 했다. 작은 개울과 작은 다리 하나가 보이는 드넓은 초원 위에 있는 이곳은 브로크백마운틴이 생각나게 하는 저 먼 곳의 산들과 함께 절경을 이루었다. 체크인을 하고 나서, 우리는 작은 덤불들이 끝없이 이어진 작은 산책길을 걸었다. 이것이 히스 덤불인지 아닌지 우리는 잠깐 추리해 보았지만, 아무것도 피지 않은 덤불에서 힌트를 찾기는 어려웠다. 이 덤불들에 봄이 오면 그때는 알아볼 수 있을까? 아이슬란드의 말을 타고서, 이곳을 다녀 볼 일이 있었으면 하는 소망을 가졌다. 이루어질지도, 안 이루어질지도 모르지만- 이런 아름다운 곳에서는 그저 다시 올 수 있기를 생각만 해도 행복해질 때가 있다.  

산책을 다녀온 후 식당이 만석이라 조금 기다렸다 우리는 생선살튀김과 코울슬로로 저녁을 해결했다. 이후 나는 '월터 미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영화를 오랜만에 다시 보며, 어느 장면들이 나를 움직였었는가를 생각했다.  헬리콥터로 뛰어오르는 용기일까, 아니면...  어쨌든 그의 용기가 그려졌던 땅을 지나가고 있다 보니 다시 마음이 시큰해졌다. 어느새 나의 아이슬란드 여행도 마침표에 다가갔다. 내 상상은 얼마나 현실이 되었을까?
여전히 가계부에 허덕이며 지내겠지만... 모험이 삶을 특별하게 만들어준다면, 이번 아이슬란드 또한 그러한 거대한 여정의 일부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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