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간단히 먹고 우리는 안개가 낀 개울가를 걸었다. 얼음이 녹고 있었다. 우리는 돌을 강둑에 던지며 어디가 꽁꽁 얼었나를 확인하며, 얼음이 우두둑하며 부서지는 소리를 들었다. 토르티야에 미트볼과 양파를 넣은 점심을 만들고 나서 우리는 숙소를 떠났다.
레이캬비크로 들어가기 전 아쉬운 마음에 D의 제안으로 우리는 47번 국도를 경유하기로 했다. 거대한 또 하나의 만을 달리는 것이었는데, 원래는 바다 밑의 지하 터널로 인해 거의 돌지 않는 길이 된 것 같은 곳이었다. 숨이 막힐 마지막 정경... 이런 건 참으로 사진으로도, 글로도 담아내기가 어렵다. 그저 경탄하며 그 순간을 지나칠 뿐.
그리고 우리는 마지막으로 레이캬비크의 공공 수영장엘 들렀는데, 규모는 굉장히 컸지만 작은 마을에서 느끼던 여유로움과는 또 좀 다른 느낌이 있었다. 이곳에는 머리만 탕 밖으로 내민 채 누워 있을 수 있는 평평한 곳이 있었는데, 역시 온천의 나라니까 이런 게 가능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눈을 감고, 이 나라가 주는 마지막 온기를 즐겼다.
처음 묵었던 캠프장으로 돌아가기 전, 아주 잠깐 시내를 한 바퀴 돌았다. 날씨가 좋지 않아 계속 볼 건 아니었고, 그 유명한 레이캬비크의 성당을 살짝 보는 것으로 만족했다. 노출 콘크리트에, 파이프오르간의 일부처럼 생긴 이 성당은 다른 유럽 도시의 성당처럼 화려한 장식은 없었지만, 마치 우주로 향하는 발사대같이 생겨 독특한 인상을 주었다. 이런 성당도 짓는 데 40년이나 걸렸다는데, 수백 년씩 걸쳐 짓는 성당에 쏟아지는 인류의 믿음에 대해 생각하다 보면 참 숙연해진다.
숙소로 향하는 길은 비가 왔다. 차도 조금 막히네... 어디나 사람 사는 건 결국은 똑같다고 생각했다. 그래도 막히는 건 한두 블록을 지나자 바로 끝이 났고, 우리는 처음 방문한 캠프장으로 돌아가 남아 있던 조미료 등을 다시 내어 놓고는 마지막 만찬으로 만두라면을 끓여 먹었다. 정말 맛있었지만, 한국 가서 꼭 제대로 다시 먹으리. 김*천국이 너무 그립네.
내 퇴사 여행의 후반부인 아이슬란드 여행은 이렇게 끝이 났지만 에필로그 인 암스테르담이 남아 있고, 퇴사 또한 끝이자 새로운 시작일 뿐이니, 이것저것 너무 마음에 담아 두지 말고 담대하게 나아갔으면. 아무것도 바뀐 것이 없대도 길은 걸었잖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