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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alintheSea Mar 17. 2024

퇴사여행 1. 파리에서 봄비를 맞으며 걷기.

프랑스여행기 01, 3월의 봄.

숙소에 머물고 있다 문득 예전에 잠시 지냈던 고시원 생각이 났다. 나는 여행 경비를 아껴보고자 숙소는 저렴한 곳을 선택하는 편인데, 이번에 묵은 한인 민박은 1박 당 3만원 가량의 가격에 아침까지 해결할 수 있어 가격으로는 너무 좋은 옵션이었다. 다만 중심가에서는 약 20분 가량 떨어져 있지만 그래도 산동네 비탈길도 아니고 지하철에서 5분 거리이니 그럭저럭 지낼 만 했다.


숙소에서 그런 생각이 들게 된 계기는 이른 저녁 숙소에서 쉬게 될  때였다. 복도 사이 난 작은 방에는 외부로 난 창이 없었고 3인 벙커 침대 옆에는 풀다 만 짐들이 어수선하게 늘어서 있었다. 나는 예전과 달리 시차 적응이 훨씬 어려움을 겪어 저녁만 되면 잠이 쏟아지고 있었다. 그나마 숙소가 붐비지 않은 것이 숙소 주인에게는 불행이었겠지만 나 같은 여행객에게는 다행이긴 했다. 그래도 새벽마다 뒤척이는 게 옆 침대의 여행객이 떠난 후 줄어들었으니까.


여행 중 파리에는 봄비가 종종 내렸다. 많은 사람들이 우산을 쓰고 다니지 않았지만 나는 악착같이 우산을 들고 다니며 조금이라도 하늘에 기미가 보이면 준비한 우산을 펼치곤 했다. 한쪽으로 부는 바람도 막으며, 별 뜻 없이 이곳저곳을 쏘다니곤 했다. 하루는 근처에 있다는 숲으로 떠났고, 하루는 사람이 가득한 샹젤리제 거리로 향했다.

이번 파리 여행은 조금 더 떠도는 여행에 충실할 생각이다. 너무너무 아름다운 도시이고 가득한 그림들과 건축물들은 볼 때마다 찬사를 보내게 되지만 이번엔 퇴사 기념 여행이니까, 조금은 더 가벼운 마음으로 쉬고 싶을 때 쉬고 느긋한 하루들로 보내도 되지 않을까. 언제나 나는 목적지를 긋고 목적지로 가기 위한 계획을 세우는 데 익숙한 사람이었다고 생각한다. 내일부터는 다시 계획에 따라 움직일 테지만, 오늘까지는 생각나는 대로 할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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