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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alintheSea Mar 18. 2024

퇴사여행 2. 이루지 못한 작은 목표들에 대한 변명.

프랑스여행기 2. 너무 최선을 다해 여행하지 않기.

스윙을 배운 적이 있었다. 지금은 여러 이유로 출 일이 거의 없어졌지만 파리에 가면 아주 오래된 재즈 바에 가서 스윙을 한번 춰 보리라 생각했었다. 이번 배낭여행에서는 온통 단벌 기능성 등산복 위주에다 댄스화도 챙겨 오질 않았지만, 그래도 꼭 한 번은 가고 싶었는데 하루는 비가 오고 추웠고, 하루는 너무 피곤했고 이래저래 지내다 보니 벌써 떠나는 날 아침이 오고야 말았다. 가장 메인인 토요일 밤에 춤을 꼭 추어 보리라 다짐하고 클럽으로 향했는데 웬걸, 빌딩을 한 바퀴는 돈 것 같은 입장 대기 행렬에 나는 주변만 얼쩡거리다 돌아와 버렸다.


그렇지만 왠지 아쉬운 마음을 남기는 것이 또 여행의 재미가 아닐까 생각했다. 다음에 조금 더 잘 차려입고 와서, 토요일이 아닌 날 다시 한번 그곳에 가서 춤을 출 수 있겠지. 무려 100년이 넘게 운영한 재즈 바라고 했으니, 내가 걸음을 걸을 수 있는 순간에는 한 번은 더 올 수 있기를.


3시간 뒤 리옹 역에서 아비뇽으로 가는 기차를 기다리며, 이번 파리 여행에서 해보고 싶었는데 해보지 못한 것들을 떠올렸다. 쿠스쿠스 맛집이라고 해서 오픈 시간을 기다려 찾아간 북아프리카 요리점은 라마단 기간이라 운영을 하지 않는다고 했지만, 다른 맛있는 집을 찾아 즐겁게 먹을 수 있었다. 지하철 파업으로 갑자기 멈춰 가지 못한 사크레퀘르 대성당은 다음 날 눈을 뜨자마자 다시 다녀왔다. 흑사병으로 죽어 나간 파리 시민들을 위로하기 위해 만들어졌다는 성당에서, 나는 팔레스타인에서 죽어 나간 사람들과,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괴로워하는 사람들과, 그 외에도 많은 참사들로 고통받았던 이웃들을 위해 기도했다.


그 외에도 하지 못한 일들은 많다. 파리의 밤 문화를 즐기고 싶었지만 시차와 체력의 문제인지 저녁만 되면 잠이 쏟아져 나서질 못했고, 또 친구도 없는 클럽과 바에 여권 가방을 끌어안고 있을 모습이 괜히 우스워 보인다고 생각했다. 말짱한 정신으로 언제나 있을 수 있는 소매치기로부터 가방을 사수해야 하는데 술은 대체 왜 마신다니? 숙소에 금고가 있었다면 좋았겠지만, 샤워할 때조차도 귀중품을 들고 들어가야 하는 도미토리에서 많은 걸 바라선 안 되니까. 결국 몸에 주렁주렁 가방이며 핸드폰을 매단 여행자에게 사교댄스는 사치였을 뿐이다. 여행은 길고 지켜야 할 것들은 너무 많다.


많은 것을 보려 하다가도 많은 것을 보지 않은 여행의 시작, 파리. 다음에 다시 와서 맛보지 못한 양파 수프를, 쿠스쿠스를, 소고기 타르타르를 꼭 먹고, 누군가와 함께 밤의 클럽도 가볼 수 있길. 그렇지만 에스프레소 한 잔과 함께 아침을 시작하며 혼자 글을 타이핑해 볼 수 있는 혼자만의 이 여행도 만족스럽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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