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례로 하는 이야기
미성년이었던 상속인이 성년에 이른 다음 새롭게 특별한정승인을 한 사건
(대법원 2020. 11. 19. 선고 2019다232918 판결)(청구이의의 소)
[사실관계]
1) 甲은 생전에 피고 乙에게 12,100,000원의 약속어음금 채무를 지고 있었다. 甲은 1993. 2. 18. 사망하여 그 배우자 丙과 자녀인 丁, 원고 戊(생년월일 생략, 당시 만 6세)가 재산을 공동상속하였다.
2) 피고는 원고를 비롯한 甲의 공동상속인들을 상대로 약속어음금 청구의 소를 제기하여 1993. 12. 20. 승소 판결을 받았고 그 무렵 판결이 확정되었다. 원고의 법정대리인 丙은 위 소송에서 당시 미성년자인 원고를 대리하였다.
3) 피고는 2003년 11월경 시효 연장을 위하여 원고를 비롯한 甲의 공동상속인들을 상대로 다시 소를 제기하였고, 2003. 12. 17. 이행권고결정이 확정되었다. 원고의 법정대리인 丙은 당시에도 미성년자(만 17세)인 원고를 대리하여 위 이행권고결정을 송달받았다.
4) 피고는 2013년 11월경 재차 시효 연장을 위하여 원고를 비롯한 甲의 공동상속인들을 상대로 소를 제기하였다. 위 소송은 공시송달로 진행되어 2014. 2. 12. 피고가 승소하는 내용의 판결이 선고되고 그 무렵 확정되었다(이하 ‘이 사건 판결’이라고 한다).
5) 피고는 2017. 8. 31. 이 사건 판결을 집행권원으로 하여 원고의 은행 예금채권에 대하여 채권압류 및 추심명령을 받았다. 이에 원고는 2017. 9. 25. 상속한정승인 신고를 하여 이를 수리하는 심판을 받았는데, 여기에 첨부된 상속재산 목록에는 적극재산이 없다고 기재되었고 소극재산은 ‘피고에 대한 채무 및 기타 불상의 채무’로 기재되었다.
원고는 위 한정승인 심판이 내려진 후 곧바로 이 사건 판결에 대하여 이 사건 청구이의의 소를 제기하였다.
[원심]
원고가 나이가 어려 상속채무가 상속재산을 초과하는 사실(이하 ’상속채무 초과사실‘이라고 한다)을 알지 못하다가 2017년 9월경 피고의 신청에 따른 채권압류 및 추심명령이 내려지면서 비로소 상속채무의 존재를 알게 되었으므로 그로부터 3월 내에 이루어진 특별한정승인 신고는 적법·유효하다고 판단하였다.
[피고(채권자)의 주장]
상속채무 초과사실을 알았는지 여부는 원고가 미성년자인 동안에는 원고 본인이 아니라 원고의 법정대리인을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하는데, 원고의 법정대리인 丙은 피고가 제일 처음 제기한 약속어음금 청구의 소에서 피고 승소판결이 선고된 1993. 12. 20. 무렵에는 상속채무 초과사실을 알았을 것이므로 원고의 한정승인신고는 그로부터 3월이 지난 시점에 이루어진 것으로서 무효라고 주장한다.
[이 사건의 쟁점] 원고의 한정승인 신고 및 그 수리가 유효한지 여부
민법 제1019조 제3항에 따른 특별한정승인에서, 상속인이 미성년자인 경우에 ‘상속채무 초과사실을 중대한 과실 없이 알지 못하였는지 여부’와 ‘이를 알게 된 날’을 미성년 상속인과 법정대리인 중 누구를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하는지와 관련된다.
나아가 법정대리인의 인식을 기준으로 할 경우 특별한정승인이 불가능하더라도, 상속인이 성년에 이른 뒤에 본인이 직접 상속채무 초과사실을 알게 된 날부터 3월의 제척기간이 별도로 기산됨을 내세워 새롭게 특별한정승인을 할 수 있는지도 문제된다.
[대법원]
1. 상속인이 미성년인 경우 상속인과 법정대리인 중 누구의 인식을 기준으로 특별한정승인의 가부를 가려야 하는지
가. 상속인은 상속개시 있음을 안 날부터 3월 내에 단순승인, 한정승인 또는 포기를 할 수 있고(민법 제1019조 제1항), 상속인이 위 기간 내에 한정승인이나 포기를 하지 않거나 상속재산에 대한 처분행위를 한 때에는 상속인이 단순승인을 한 것으로 본다(민법 제1026조 제1호, 제2호).
2002. 1. 14. 법률 제6591호로 개정된 민법 제1019조 제3항에 따르면, 위와 같은 민법 규정에 불구하고 상속인이 상속채무 초과사실을 중대한 과실 없이 제1019조 제1항의 기간 내에 알지 못하고 단순승인을 한 경우(제1026조 제1호 및 제2호의 규정에 의하여 단순승인한 것으로 보는 경우를 포함한다)에는 그 사실을 안 날부터 3월 내에 특별한정승인을 할 수 있다.
이러한 민법 제1019조 제3항은 민법 부칙(2002. 1. 14. 개정 법률 부칙 중 2005. 12. 29. 법률 제7765호로 개정된 것, 이하 같다) 제3항, 제4항에 따라 ① 1998. 5. 27.부터 위 개정 민법 시행 전까지 상속개시 있음을 안 상속인과 ② 1998. 5. 27. 전에 상속개시 있음을 알았지만 그로부터 3월 내에 상속채무 초과사실을 중대한 과실 없이 알지 못하다가 1998. 5. 27. 이후 상속채무 초과사실을 알게 된 상속인에게도 적용되므로, 이러한 상속인들도 위 부칙 규정에서 정한 기간 내에 특별한정승인을 하는 것이 가능하였다. 그러나 위 부칙 규정상 1998. 5. 27. 전에 이미 상속개시 있음과 상속채무 초과사실을 모두 알았던 상속인에게는 민법 제1019조 제3항이 적용되지 않으므로, 이러한 상속인은 특별한정승인을 할 수 없는 것으로 귀결된다.
나. 민법은 상속인이 자신의 귀책사유 없이 또는 그 의사와 무관하게 단순승인 의제의 효과로 인하여 상속채무에 대하여 무한책임을 부담하는 것을 막기 위하여 상속인이 자유롭게 상속 포기나 한정승인을 할 수 있도록 인정하면서도, 상속인에게 부여된 이러한 선택권이 자칫 후순위 상속인이나 상속채권자 등 이해관계인의 법적 지위를 불안정하게 만들 수 있는 점에 유의하여 법적 불안정을 조기에 해소하고자 상속인이 한정승인이나 포기를 선택할 수 있는 제척기간을 3월로 한정하고 있다(민법 제1019조 제1항). 민법 제1019조 제3항의 기간 역시 특별한정승인 신고의 가능성을 무한정 남겨둘 경우 일어날 수 있는 법적 불안 상태를 막기 위하여 마련한 제척기간이다(대법원 2003. 8. 11.자 2003스32 결정 등 참조). 한편 상속의 한정승인이나 포기 신고는 가정법원의 수리 심판이 있어야 한다. 가사소송 절차에 관하여는 원칙적으로 민사소송법에 따르도록 되어 있으므로, 상속인이 소송능력이 없는 미성년자인 경우 법정대리인에 의해서만 소송행위를 할 수 있는데(가사소송법 제12조, 민사소송법 제55조 제1항), 이는 가사비송사건인 상속의 한정승인·포기 신고 수리에 관한 사건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즉, 비송사건이라고 하여 미성년자가 법정대리인 없이 비송절차를 구성하는 비송행위를 유효하게 할 수 있고 또 그 상대방이 될 수 있는 능력, 즉 비송절차능력(또는 비송행위능력)을 독자적으로 가진다고 일반적으로 인정하여서는 아니 된다. 또한 상속인이 제한능력자인 경우 상속 승인·포기의 신고기간인 ‘상속개시 있음을 안 날부터 3월’은 상속인의 법정대리인인 친권자나 후견인이 상속개시 있음을 안 날부터 기산한다(민법 제1020조). 이러한 규정들은 상속 승인·포기의 의미와 결과를 판단할 능력이 제한된 사람들을 보호하기 위한 취지로 볼 수 있다. 이와 같이 민법 제1019조 제1항, 제3항의 각 기간은 상속에 관한 법률관계를 조기에 안정시켜 법적 불안 상태를 막기 위한 제척기간인 점, 미성년자를 보호하기 위해 마련된 법정대리인 제도와 민법 제1020조의 내용 및 취지 등을 종합하면, 상속인이 미성년인 경우 민법 제1019조 제3항이나 그 소급 적용에 관한 민법 부칙 제3항, 제4항에서 정한 ‘상속채무 초과사실을 중대한 과실 없이 제1019조 제1항의 기간 내에 알지 못하였는지’와 ‘상속채무 초과사실을 안 날이 언제인지’를 판단할 때에는 법정대리인의 인식을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대법원 2012. 3. 15. 선고 2012다440 판결, 대법원 2015. 4. 23. 선고 2012다15268 판결 참조).
다. 따라서 미성년 상속인의 법정대리인이 1998. 5. 27. 전에 상속개시 있음과 상속채무 초과사실을 모두 알았다면, 앞서 본 민법 부칙 규정에 따라 그 상속인에게는 민법 제1019조 제3항이 적용되지 않으므로, 이러한 상속인은 특별한정승인을 할 수 없다. 또한 법정대리인이 상속채무 초과사실을 안 날이 1998. 5. 27. 이후여서 상속인에게 민법 제1019조 제3항이 적용되더라도, 법정대리인이 위와 같이 상속채무 초과사실을 안 날을 기준으로 특별한정승인에 관한 3월의 제척기간이 지나게 되면, 그 상속인에 대해서는 기존의 단순승인의 법률관계가 그대로 확정되는 효과가 발생한다.
2. 미성년 상속인이 성년이 된 후 본인 스스로의 인식을 기준으로 새롭게 특별한정승인을 할 수 있는지
미성년 상속인의 법정대리인이 인식한 바를 기준으로 ‘상속채무 초과사실을 중대한 과실 없이 알지 못하였는지 여부’와 ‘이를 알게 된 날’을 정한 다음 이를 토대로 살폈을 때 특별한정승인 규정이 애당초 적용되지 않거나 특별한정승인의 제척기간이 이미 지난 것으로 판명되면, 단순승인의 법률관계가 그대로 확정된다. 그러므로 이러한 효과가 발생한 이후 상속인이 성년에 이르더라도 상속개시 있음과 상속채무 초과사실에 관하여 상속인 본인 스스로의 인식을 기준으로 특별한정승인 규정이 적용되고 제척기간이 별도로 기산되어야 함을 내세워 새롭게 특별한정승인을 할 수는 없다고 보아야 한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가. 대리행위는 직접 본인에 대하여 효력이 생긴다(민법 제114조). 법정대리인의 인식을 기준으로 삼은 결과 특별한정승인 규정이 적용되지 않거나 특별한정승인의 제척기간이 지난 경우 그 효력은 상속인 본인에게 직접 미친다. 이와 같이 법정대리인의 인식을 기준으로 판단한 결과 특별한정승인이 불가능한 경우 그 법적 효과가 미성년 상속인에게 미치는 것을 기본 전제로 받아들이면서도, 상속인이 성년에 이른 후 본인 스스로 상속채무 초과사실을 알게 된 날을 기준으로 그때부터 3월 내에 새롭게 특별한정승인을 함으로써 기존의 법률관계를 번복시킬 수 있다고 보는 것은, 대리의 기본 원칙에 정면으로 반하거나 논리모순이다.
나. 제척기간은 법률이 정한 권리의 행사 기간으로서 제척기간이 지나면 권리 소멸의 효과가 발생하여 더 이상 권리를 행사할 수 없다. 어느 상속인이 당초 미성년자였다고 해서 특별한정승인을 할 수 있었던 종전의 제척기간이 지난 후에 다시 새로운 제척기간을 부여받아 특별한정승인을 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은 권리관계를 조기에 확정하기 위하여 마련된 제척기간의 본질에 부합하지 아니한다. 특별한정승인은 일반 한정승인에 예외를 둔 것인데, 단일한 상속관계를 놓고 특별한정승인에 관한 법률관계가 이미 확정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또다시 예외를 두어 새롭게 특별한정승인을 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은 법률의 체계에도 맞지 않는다.
다. 상속인이 미성년인 동안에는 법정대리인을 통하지 않고서는 스스로 한정승인 신고를 할 수 없다. 상속채무가 상속재산을 초과함에도 법정대리인이 착오나 무지 등으로 한정승인이나 포기를 하지 않는 경우에 미성년 상속인을 특별히 보호하기 위하여 별도의 제도를 마련하는 것이 입법론적으로 바람직하기는 하다. 그러나 현행 민법에 특별한정승인에 관한 법정대리만을 예외적으로 취급할 법적 근거가 전무한 상태임에도 오로지 해석론에 입각하여, 상속인이 성년에 이른 후에 본인 스스로의 인식을 기준으로 별도의 제척기간이 기산됨을 내세워 새롭게 특별한정승인을 할 수는 없다.
[관련조문]
• 제1028조(한정승인의 효과) 상속인은 상속으로 인하여 취득할 재산의 한도에서 피상속인의 채무와 유증을 변제할 것을 조건으로 상속을 승인할 수 있다. <개정 1990. 1. 13.>
• 제1019조(승인, 포기의 기간) ① 상속인은 상속개시있음을 안 날로부터 3월내에 단순승인이나 한정승인 또는 포기를 할 수 있다. 그러나 그 기간은 이해관계인 또는 검사의 청구에 의하여 가정법원이 이를 연장할 수 있다. <개정 1990. 1. 13.>
② 상속인은 제1항의 승인 또는 포기를 하기 전에 상속재산을 조사할 수 있다. <개정 2002. 1. 14.>
③ 제1항의 규정에 불구하고 상속인은 상속채무가 상속재산을 초과하는 사실을 중대한 과실없이 제1항의 기간 내에 알지 못하고 단순승인(제1026조 제1호 및 제2호의 규정에 의하여 단순승인한 것으로 보는 경우를 포함한다)을 한 경우에는 그 사실을 안 날부터 3월 내에 한정승인을 할 수 있다. <신설 2002. 1. 14.>
• 제114조(대리행위의 효력) ① 대리인이 그 권한 내에서 본인을 위한 것임을 표시한 의사표시는 직접 본인에게 대하여 효력이 생긴다.
② 전항의 규정은 대리인에게 대한 제삼자의 의사표시에 준용한다.
• 제116조(대리행위의 하자) ① 의사표시의 효력이 의사의 흠결, 사기, 강박 또는 어느 사정을 알았거나 과실로 알지 못한 것으로 인하여 영향을 받을 경우에 그 사실의 유무는 대리인을 표준하여 결정한다.
② 특정한 법률행위를 위임한 경우에 대리인이 본인의 지시에 좇아 그 행위를 한 때에는 본인은 자기가 안 사정 또는 과실로 인하여 알지 못한 사정에 관하여 대리인의 부지를 주장하지 못한다.
• 제5조(미성년자의 능력) ① 미성년자가 법률행위를 함에는 법정대리인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그러나 권리만을 얻거나 의무만을 면하는 행위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② 전항의 규정에 위반한 행위는 취소할 수 있다.
[끄적여보기]
이 사건은 시작부터 부모님의 빚을 떠안고 사회로 나서야 하는 젊은이에 관한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원고의 입장에 수긍이 가고 구제되어야 할 것으로 생각하지만, 현행 법률의 법문 그대로의 해석에 따르면 원고는 부모의 빚을 떠안을 수밖에 없다.
이 사건은 법학에서 끝이 없는 딜레마 중 하나인 법적 안정성과 구체적 타당성 사이에서 번지수를 찾아야 하는 대법관들의 고민이 큰 사건 중 하나임에 틀림없다.
가장 손쉬운 해결방법은 상속이 개시되었을 때 한정승인을 하거나, 늦어도 채권자인 피고가 어음금청구소송을 제기하였을 때 원고의 법정대리인이 특별한정승인을 하는 것이다. 하지만 한정승인이나 특별한정승인이라는 제도는 법에 관해 어느 정도의 지식이 있어야 가능하다는 점에서 현실에서는 상속채무와 관련하여 이러한 분쟁이 일어나곤 한다.
이 사건이 발생하게 된 또 하나의 이유를 찾자면 현재 대법원은 시효중단을 위한 소송을 제기하는 것을 인정하고 있다는 점이다. 즉 동일한 사안에 관하여 법원에 다시 소송을 제기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허용되지 않는다. 왜냐하면 같은 사안을 두 번 심리하는 것은 소송경제상 문제이고, 더 큰 문제는 같은 사안에 관하여 다른 결론이 나오는 것이다. 기판력에 관한 문제는 또 다른 쟁점이니 넘어가기로 하고, 어쨌든 현재 대법원은 10년의 소멸시효가 완성되는 것을 막기 위해 동일한 사안에 대해 다시 소송을 제기하는 것을 예외적으로 허용하고 있다.
이 사건에서 피고는 1993년 12월에 승소판결을 받아 어음금을 회수하기 위한 집행을 하지 않고, 두 번(2003년 11월, 2013년 11월경)에 걸쳐 소송을 제기하여 시효가 완성되는 것을 막고, 2017년에 원고의 재산에 대하여 강제집행을 한다. 원고의 어린 시절에는 당연히 재산을 없을 것이니 시효가 완성되는 것을 소송제기를 통해 막고 있다가 원고에게 집행할 재산이 생기자 어음금 회수를 위한 강제집행을 한 것으로 보인다.
원고는 이에 대해 특별한정승인을 하고 이를 이유로 피고의 집행에 대한 이의의 소를 제기한 것이다.
대법원은 "미성년 상속인의 법정대리인이 인식한 바를 기준으로 ‘상속채무 초과사실을 중대한 과실 없이 알지 못하였는지 여부’와 ‘이를 알게 된 날’을 정한 다음 이를 토대로 살폈을 때 특별한정승인 규정이 애당초 적용되지 않거나 특별한정승인의 제척기간이 이미 지난 것으로 판명되면, 단순승인의 법률관계가 그대로 확정된다. 그러므로 이러한 효과가 발생한 이후 상속인이 성년에 이르더라도 상속개시 있음과 상속채무 초과사실에 관하여 상속인 본인 스스로의 인식을 기준으로 특별한정승인 규정이 적용되고 제척기간이 별도로 기산되어야 함을 내세워 새롭게 특별한정승인을 할 수는 없다"고 한다.
사실 이 사건과 같은 사안에 대하여 프랑스나 독일에서는 상속에 관하여 당연승계주의를 취하고 있지만 미성년 상속인을 보호하기 위한 제도를 두고 있다. 판결문에서도 소개되었듯이 프랑스는 미성년자인 상속인의 법정대리인은 한정승인만 가능하고, 상속재산이 채무를 초과하는 것이 명백한 경우에만 법원의 허가를 얻어 단순승인을 하고 있다(프랑스 민법 제507-1조). 독일에서는 상속인이 상속채무 초과사실을 알지 못하고 단순승인을 하였다면 장기간(30년) 동안 단순승인을 취소할 수 있는 제도 등을 두고 있고, 적극적으로 미성년자의 상속채무에 대한 책임을 그 미성년자가 성인이 되는 시점에 가진 재산에 한정하는 특별규정을 1998년에 민법에 신설하였다(독일 민법 제1629조a).
결국 입법을 통해서 해결하는 것이 최선책이라는 것은 대법원의 입장에 찬성하는 의견과 반대하는 의견 모두 일치하고 있다.
이러한 입법이 없는 현재에서는 대법원은 현행 법문의 해석논리(법정 안정성)와 부모의 빚을 떠안고 사회 속의 삶을 시작하는 젊은이를 보호하여야(구체적 타당성) 하는 두 과제 중 하나를 선택했어야 하고 앞의 해결책을 선택하였다.
대법원의 결정에 대하여 개인적으로 아쉬움이 크다.
(구체적인 이유는 판결문에 반대의견으로 자세히 소개되었으니 첨부되어 있는 판결문을 참고....)
무엇보다 채권자인 피고의 입장에서는 피상속인의 재산에 대한 담보가치를 파악하여 돈을 준 것이고 상속인인 원고가 성년이 되어 취득하는 재산에 대한 고려는 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럼에도 채무자인 피상속인이 사망하고 상속인 등이 상속제도에 대하여 잘 알지 못하는 것이 기화가 되어, 미성년 상속인이 성년이 되어 취득하는 재산에 대해서도 채권회수를 위한 집행을 할 수 있다는 것은 성년이 된 미성년 상속인이 당하게 되는 재산적 불이익에 비해서 엄청한 반사이익이라고 생각된다.
적지 않은 시간 교육을 받으며 사회에 나서는 젊은이들이 이 사건의 미성년 상속인처럼 부모의 빚이라는 커다란 짐을 지지 않도록 보호해야할 필요성과 이유는 충분하다. 더구나 그것이 법에 대한 무지 또는 잘 알지 못함이라는 것때문이라면 하루빨리 법을 개정하여 미래 사회를 이끌 젊은 청춘들의 꿈을 좌절시키고 날개를 꺾는 일이 없어야 할 것이다.
(판결문의 양도 많지만 짧은 시간에 쟁점에 관한 내용을 정리하기 어려워 자세한 것은 정리하지 못했습니다. 아래 링크인 대법원의 판례속보에서 판결문을 다운받아 확인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