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묘의 천만 관객 돌파가 한국 공포 영화에 갖는 의미

파묘를 두 번째 관람하고

by 파로

지난 주말을 기점으로 영화 <파묘>는 천만 관객을 돌파했다.


이로써 <파묘>는 대한민국 역대 박스 오피스 랭킹 30위에 당당히 이름을 올렸고, 앞으로도 그렇다 할 대작 영화가 개봉 예정인 부분은 없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랭킹은 올라갈 것으로 예상한다.


천만 관객이 넘어가는 공포 영화 중에서는 <부산행> 다음 두 번째 기록으로, 아직까지 박스오피스 1위를 유지하고 있는 <파묘>로서는 1200만 명의 관객을 불러들인 <부산행>의 흥행 기록도 넘볼 가능성이 있게 되었다.


개인적으로 한국 공포영화에 엄청난 애정을 가지고 있는 한 사람으로서, 그리고 <파묘>를 두 번 본 관객으로써 이 영화가 천만 관객을 돌파한 것에 대한 의미를 한번 되짚어 보려고 한다.


1. <부산행>과의 비교, 장르의 정통성에 대한 부분


내가 느끼기에는 대한민국 관객들은 '공포' 장르에는 특히 박한 평점을 주는 경향이 있다고 생각한다.


냉정하게 생각해 보았을 때에도 공포 장르는 다른 장르에 비해 '잘 만들었다'라는 생각이 들기 힘들 것 같기도 하다.

너무 무서우면 무서운 대로 불쾌하고 그렇다고 안 무서우면 장르가 공포인데 이것밖에 안 되나, 하는 생각이 들기 마련이기 때문일까.


그렇기 때문에 나에게 <부산행>은 공포영화라는 하나의 장르 영화로서의 성공이 아닌 철저하게 관객에 입맛에 맞춰 흥행에 성공했다고 생각하는 케이스에 불과하다.


처음부터 끝까지 덕지덕지 점철되어 있는 신파, 그리고 공포라기보다는 액션에 가까운 장르의 맛 같은 것을 예로 들 수 있겠다.


물론 <부산행>도 공포영화, 그러니까 좀비라는 주제를 가지고 만들어낸 한국 영화의 역작임에는 틀림이 없다.


그러나 영화 자체가 관객의 입맛에 맞게끔 철저하게 다듬어져 있고 전반적으로 공포 장르에 대한 부분을 많이 순화시켜 과연 정말 이 영화를 공포영화라고 칭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서는 의문점이 있다.


그런 점에서 봤을 때 <파묘>의 결은 약간 다르다고 본다. 이 영화는 감독이 하고자 하는 이야기에 완전하게 집중한다.


풍수지리, 그리고 한국의 장례 문화, 샤머니즘. 이 세 가지에 대해 뚝심 있게 이야기를 밀고 나가며 전반적으로 한국의 일제강점기 역사와 결부시켜 관객의 흥미를 유발한다.


그러니까 오히려 관객이 좋아할 만한 요소를 찾아서 부각시켰다기보다는 관객이 흥미를 가질만한 요소를 만들어 냈다는 말이 조금 더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


2. 더 이상 신파는 통하지 않으니까


시기가 적절하게 한국 관객들은 신파 영화를 숱하게 겪어오며 조금 더 똑똑하게 발전했다고 생각한다.

이제는 관객이 감독의 의도를 파악하고 그것이 괘씸하다면 넘어가지 않는 안목을 길러온 것이다.


신파 요소가 다소 들어간 영화에 '아 또 신파네'라는 식의 평점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는 것에서 관객이 생각하는 신파에 대한 염증을 엿볼 수 있다.


그 마침표를 찍은 영화가 2021년 개봉한 <신과 함께 : 죄와 벌>이다.


전반적인 평점은 높고, 1200만이라는 거대한 흥행을 이뤄낸 것은 맞지만 이후 3년간 신파 요소를 무기로 흥행몰이에 성공한 영화는 거의 전무하다.


제대로 된 배우를 데리고 제대로 된 영화를 만드는 제작사들은 이제는 눈치를 챈 것.


오히려 <범죄 도시>시리즈나 <서울의 봄> 같이 장르의 특수성을 부각시켜 잘 만드는 편이 관객 몰이에 효과적이라는 것을 말이다.


어쩌면 <파묘>의 입장에서는 조금 리스크를 감수해야 하는 부분이었을지도 모른다.


끽해봐야 <부산행>을 제외하고 신파 요소가 없는 공포영화 중 가장 흥행에 성공한 영화는 680만 관객을 동원한 <곡성>이다.


<파묘>의 손익 분기점으로 예상되는 관객 수는 약 330만 정도로 <검은 사제들>로 500만이 넘는 관객을 동원하며 꿀맛을 봤지만 <사바하>로 한번 고꾸라졌던 (약 200만 관객) 장재현 감독의 입장에서는 정말 제대로 만들지 않는 이상 손익분기점을 넘어가는 것이 어려울 수도 있었을 상황이었을 것이다.


정말 현명했다고 생각하는 선택은, 흥행몰이를 위해 본인이 잘한다고 생각하는 것의 최대치를 끌어올려 처음부터 끝까지 '오컬트'의 색을 잃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 장르의 색을 잃지 않음으로써 이 영화는 공포영화로써 무언가 해냈다는 웰메이드 타이틀을 얻을 수 있었음이라.


3. 그렇다면 앞으로는?


한국 공포영화의 흥행 기록은 앞서 언급한 <부산행>, <파묘>, <곡성> 정도로 일갈된다.


그 사이에 우후죽순 대충 만든 공포영화들이 숱하게 개봉되긴 하였지만 전반적으로 작품성으로 보나 뭘로 보나 꽤나 수준 미달인 영화들이 많았다.


어쩌면 <부산행>이후 갈피를 잃어버린 한국 공포영화가 가야 할 길을 제시한 것이 <파묘>일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든다.


그러나 공포영화는, 그 장르 내에서도 갈래가 수없이도 많아 각자 추구하고자 하는 바가 조금씩은 다르다.


공포라는 장르로써는 정말 잘 만들었다고 생각하는 <곤지암>의 경우에는 '웰메이드' 한 느낌보다는 '진짜 공포'의 느낌을 살려 자비 없는 신들로 가득 채워 재미를 본 영화였고,


<괴기 맨션> 같이 극장 흥행보다는 OTT 쪽으로 무게감을 더 싣는 영화들도 존재한다.


그런 영화들을 몽땅 묶어 '공포영화'라고 칭할 수 있겠으나 개개인마다 공포를 느끼는 부분은 미묘하게 다르기 때문에 다양한 목적과 갈래의 영화들이 나온다면 나 같은 공포 장르의 팬들은 두 손 들고 환영하지 않을 수가 없다.


그렇기 때문에 <파묘>가 천만 관객을 동원했다는 것 또한 나에게는 희소식이다.


다른 길로 새지 않고 이야기에 집중한 영화가 대한민국 박스오피스를 쥐고 흔들었고, 잘 만들었다는 칭찬을 받았으며, 무서움에도 불구하고 많은 돈을 벌어들였기 때문에 이런 식의 시도는 계속될 것이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이런 시도가 계속되었으면 한다.


톱클래스의 배우들도 제대로 만든 영화의 시나리오라면 흥행의 의심 없이 선택하여 장르적 재미와 더불어 연기력의 스펙트럼도 한껏 뽐냈으면 좋겠고, 그런 영화들을 관객들도 극장에서 용기 있게 선택했으면 한다.


영화적인 퀄리티 이외에도 별다른 흥행작이 없었다는 점 등 여러 요소들이 결합되어 만들어진 <파묘>의 천만 돌파이지만 거의 죽어가던 한국 공포영화를 살리는 뜨거운 불씨가 되었다는 점에 있어서는 한치의 의심이 없다.


나는 <파묘>로 하여금 향후 대한민국 박스오피스의 다양성이 무지막지하게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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