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내가 괴물은 아닌지
오래간만에 크게 홍보하는 일본 영화를 만났다. 그도 그럴 것이 칸 영화제 각본상을 수상했단다.
아는 사람들은 아는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괴물>은 그가 처음으로 각본을 다른 사람에게 맡긴 작품이다. 지금까지 그의 영화는 다양한 형태의 가족을 다뤄왔다. 그러나 그가 다룬 가족은 마냥 행복하기만 한 판타지 속 가족이 아닌, 꺼내면 터질 듯이 아슬아슬한 아픔을 가졌거나, 피로 섞이지 않았거나 하는 불완전 가족이었다.
그만큼 지금까지의 작품은 지루하다 싶을 정도로 관조적인 태도였다. 영화 속 딜레마나 드라마는 분명히 있었지만 그것이 감정을 쥐고 흔들 만큼의 임팩트를 감독도 설계하지 않았고 관객도 느끼지 않았다.
무른 종이가 서서히 젖어가듯 영화가 끝날 때쯤 번져가는 슬픔. 그리고 자기 전까지 계속 생각하게 되는 아이들의 순수한 표정. 그것들이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영화의 특징이었다.
물론 <괴물>은 각본을 본인이 직접 쓰지 않아서 그런지 전반적인 스토리는 지금까지의 작품과는 살짝 결을 달리한다. 가족이 아닌 시점과 감정에 주목하며 조금 더 강한 느낌을 주는 이야기들이 전개된다. 하지만 감독이 담아내는 화면들은 이전에 언급했던 특징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것이 좋다.
갑자기 기행을 저지르기 시작하는 아들을 대하는 엄마, 학생을 학대한다는 의심을 받는 선생님, 그리고 초등학교 5학년 남자아이. 크게 세 명의 시점에서 이야기가 진행되는 동안 관객들은 '그래서 진실은 무엇인지'에 대해 궁금해하며 이야기를 따라가게 된다. 그리고 아마도 영화가 끝나 갈 때쯤 죄책감을 느끼며 내가 찾던 괴물은 나 자신이 아닌가 하며 내장이 꼬이는 수준의 우울함을 느꼈을지도 모른다.
고레에다 히로카즈는 특히 아역배우를 잘 다루기로 유명하다. 아이 특유의 자연스러움을 보며 느껴지는 알 수 없는 뭉클한 감정을 프레임 안에 잘 담아낸다. 어디서 연기를 열심히 배우거나, 어른들의 모습을 따라 하는 그런 아이가 아니라 그냥 그 나이 그대로의 모습을 말하는 것이다. <괴물>속의 두 아이에게도 그 모습이 잘 담겨있다.
그것이 참 가슴이 아팠다. 어느 누구도 알려주지 않는 감정. 본인 스스로도 이상하다고 느끼지만 그렇게 밖에 행동할 수 없는 나이. 이 이야기를 누구에게 꺼냈다가는 괴물로 낙인찍혀 손가락질 당할 것이 뻔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숨겨야만 하는 현실. 그리고 그 두 아이는 서로에 대한 감정을 너무나도 잘 알기에 태풍이 오는 그날 다른 차원의 세계로 가려고 한다.
오히려 그들에게는 괴물로 낙인찍힌 이곳보다는 다시 태어나 인생을 살아가는 것이 행복으로 보이는 모양이다. 그리고 그것이 전혀 두렵지 않다. 모두가 두려워하는 죽음을 행복해질 수 있는 방법으로 택한 그들은 세찬 비를 맞으며 그들이 지금까지 가장 행복을 느꼈던 둘만의 장소인 전복된 열차로 향한다.
아무렇지도 않게 사정 없이 전개되는 이야기 속에서 너무나도 눈을 감고 싶었던 게 사실이다. 눈앞에서 펼쳐지는 아무것도 모르는 핏덩이들의 순수한 행동 속에서 뭔가 위험한 일이 벌어질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이 영화를 끝까지 보면 슬퍼서 먹던 팝콘을 놓쳐버리진 않을까 내 옆에서 보고 있는 사람은 날 어떻게 생각할까 수많은 고민이 머릿속을 스쳐갔다. 그러면서도 나는 스크린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아 이 감독이 저들을 불행하게 두진 않을 거야. 그것까지는 봐야 해.라는 생각으로.
마치 나는 그들을 처음에는 이상한 사람이라고 생각한 적 없는 척.
이쯤 되면 작가는 우리에게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그들은 괴물인가? 그냥 좋아서 만나는 순수한 감정을 가진 그들이 과연 괴물인 것인가? 아니면 초등학교 5학년짜리가 스스로를 괴물로 생각하게끔 만든 어른들이 괴물인가? 어쩌면 그렇게 생각하게 만든 어른들도, 그렇게 된 이유가 있을 터. 그렇다면 그냥 인간은 괴물이 되어가는 건지.
나는 세상을 살아가면서 특정 행동을 하는 사람들을 혐오하거나 비난하곤 한다. 그리고 이 영화를 보며 그렇게 우울해하고 슬퍼했음에도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누군가는 나를 보이거나 들리지 않는 곳에서 혐오하고 비난할 것임을 예상한 자기방어 일지도 모르지만 말이다.
그러나 가끔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 그러려고 노력해야겠다. 말이 돼?라고 생각했던 것이 사실은 말이 되는 것은 아닌지. 그 사람들을 손가락질하고 있는 내가 말이 안 되는 괴물은 아닌 건지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