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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로 Apr 04. 2024

지구력 강화가 필요한 이야기, 넷플릭스 '살인자ㅇ난감'

대견하고 소중하지만 하고 싶은 말이 있어


극장에 마땅한 영화가 없을 때는 바로 넷플릭스에 눈을 돌리곤 한다.


이번엔 주기적으로 꽤 많은 투자를 한 유명한 배우들이 나오는 작품을 만들어 내는 넷플릭스의 신작 <살인자ㅇ난감>을 보았다.


넷플릭스의 콘텐츠들은 언제나 신선하다.


수위에 대한 양보 없이 감독 마음대로 만들게 만들어주는 환경 같은 것이 잘 조성되어 있는지는 몰라도, TV에서 방영하는 드라마나, 흥행을 위해 15세 관람가를 걸고 개봉하는 영화들과는 사뭇 느낌이 다르다.


<살인자ㅇ난감>도 그런 축에 속한다.


우연치 않게 살인을 저지르게 된 대학생과, 그를 쫓는 형사의 이야기.라는 크게 흥미가 가지 않는 시놉시스였지만 1화를 보자 꽤나 신선한 소재라는 생각이 들어 결국은 끝까지 보게 되었다.

특히 코미디와 호러 장르를 넘나드는 연출이 굉장히 인상적이어서 긴장감을 늦출 수 없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이 드라마가 '웰메이드'라는 평가를 받는 것에 있어 조금 의문이 있다.




 가장 안타까웠던 것은 이야기의 범위가 갈수록 좁아들어 점점 재미가 없어진다는 점이었다.


드라마는 장르의 특성상 엄청나게 작품성이 뛰어나지 않아도 일단 재미있으면 관객들로 하여금 '잘 만들었다'라는 평가를 받곤 한다.


그리고 그 부분을 백번 존중한다.


짧게는 6화, 길게는 몇 십 화 정도 되는 분량 전체를 영화 한 편만큼 축약해서 이런저런 작품성을 고려해 만든다는 것은 쉽지 않다.


일단 드라마의 목적은 '보는 사람이 끝까지 재밌게 보도록 하는 것'이라는 것에 완벽하게 동의한다.


하지만 <살인자ㅇ난감>은 주인공인 다크 히어로 최우식을 중심으로 그 반대편에 이희준을 세운 중반부 이후 갑자기 페이스를 잃어버리며 궁금하지도 않은 이야기를 늘어놓기 시작한다.


원작의 이야기가 어떻게 흘러가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결국 점점 중간에서 이 둘을 잡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손석구의 역할은 딱히 의미가 없어지는 느낌이다.


그래서 그런지 손석구가 왜 이희준을 잡으려고 하는지, 아버지와의 관계가 어땠는지 같은 부분은 사족으로 느껴지며 감정이입이 되지 않고 어디에 중점을 두고 봐야 할지 갈피를 잃어버리게 되었다.


설정면에서도 그렇다.


'어쩌다 보니 나쁜 사람들을 죽이게 된 평범한 대학생'이라는 설정은 신선한 설정이다.


그리고 최우식 주변을 맴도는 정말 나쁜 사람들이 어떤 이야기를 가져왔었는지도 흥미롭다.


자연스럽게 관객은 최우식의 편을 들게 되나, 그렇다면 왜 이희준 편을 들지는 말아야 하는지에 대한 이유는 설득력이 떨어진다.


꼭 누가 누구의 편을 들어야만 이야기가 전개되는 것은 아니다.


다만 관객이 가지게 되는 스탠스에 대한 고려는 살짝 놓치고 후반부로 갈수록 들춰놨던 이야기를 수습하는 데만 급급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는 것도 사실이다.




이어서, 아주 주관적이지만 톤에 맞지 않는 연기를 한다는 느낌이 드는 배우가 있었다.


하나의 콘텐츠에는 모든 배우와 연출, 음악 등이 어우러져 내는 색이 있다.


그것을 잘 만들어 낸 게 <화양연화>같은 왕가위의 영화. 모두가 어우러져 결국 '화양연화'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남게 만들어버린 강력한 예시.

그러나 이 드라마는 전반적인 분위기를 아우르는 무언가가 어떤 배우의 연기 탓에 무너져버린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너무나도 주관적인 부분이라 양해를 구하고 싶은데,

개인적으로 감정 과잉이라고 느껴질 정도의 연기는 잘하는 연기가 아니라고 생각해서 이렇게 느끼는 걸지도 모르겠다.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그 배우가 연기를 못한다는 것이 아니다.


연기를 할 때의 호흡 하나가 중요하고 잠깐의 눈빛이 중요하듯이 관객은 지금 현재 보고 있는 이야기가 실제로 벌어지는 이야기처럼 느껴져야 집중력이 생기고 비로소 재밌다고 느끼게 된다.


하지만 가끔은 몰입하기가 힘든 신들이 있어 빨리 감기를 하고 싶은 욕구를 몇 번이나 눌러야 했다.


그게 캐릭터의 해석이 잘못된 건지, 아니면 그 배우가 그런 역할의 연기에 익숙지 않은 것인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그 배우의 연기를 종종 봐왔던 나로서는 잘 해오다가 왜 갑자기 이 작품에서 저런 식으로 연기를 하는 건지 안타까운 마음을 감출 수가 없었다.




마지막으로, 첫 번째 이유와 일맥상통하는 부분으로 이야기의 마무리가 굉장히 대충이다.


분명히 나는 더 볼 게 있는 것 같고 더 알아야 할 게 있는 것 같은데 갑자기 '이제 곧 드라마가 끝나가니까 다들 준비하세요' 같은 분위기가 나며 공기가 느슨해진다.


보고 있는 장면들이 이미 마지막으로 향해가고 있는데 하물며 집에서 보는 관객들은 어떻겠는가.


의무감에, 끝까지 보았다.


물론 전반적으로는 좋았다.


한국에서 만드는 호러 장르의 콘텐츠가 그렇게 흔하지 않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정상급의 배우들이 나와 다른 나라에서도 꽤 인기를 얻고 있는 <살인자ㅇ난감>이 대견하고, 소중하다.


그러나 관객이 물러터지면 콘텐츠의 발전이 없다는 것을 우리는 이웃나라들을 보며 경험해왔기 때문에 조금은 비판적인 시각도 필요한 것이 아닌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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