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미주신경성 실신

운전 경력 5년

by 빠롤

3~3.5%의 사람이 실신을 경험한다고 합니다. 그중 가장 흔한 원인이 미주신경성 실신(심장신경성 또는 혈관미주신경성 실신이라고도 함.)이고요. 심장 자체에는 아무 이상이 없는데 일시적으로 자율신경계에 불균형이 발생해서 심박수가 느려지고 혈압이 떨어져서 의식을 잃고 쓰러지게 된다고 합니다.

탁한 공기가 있는 밀폐된 곳, 더운 곳에서 장시간 앉아 있거나 서 있는 상태에서 자주 발생하고, 역겨운 냄새, 끔찍한 광경, 심한 통증, 배변, 배뇨, 기침 등 여러 가지 외부 자극에 의해 미주 신경계가 활성화되면 나타난다고 합니다. (출처: https://100.daum.net/encyclopedia/view/35XXXH003299#4670)


중학생 때 처음 나타난 이 증상은 잊을만하면 나를 괴롭혔습니다. 일 년에 1~2번 정도 기절 직전까지 갔습니다. 다행스럽게도 이 미주신경성 실신은 전조 증상이 나타납니다. 컨디션이 나쁘다는 느낌이 먼저 들고, 갑자기 온몸에 힘이 빠집니다. 바닥에 붙은 발로 에너지가 쭉쭉 빠져나가는 기분이 듭니다. 멀미가 심할 때처럼 속이 메스꺼워 구역질이 나거나 급작스럽게 배가 심하게 아파오고 식은땀이 쏟아집니다. 눈 앞이 어지러워 핑핑 돌고 다리가 후들거려서 똑바로 서 있기 어렵습니다. 보통 이 전조 증상은 버스나 지하철을 탈 때 나타납니다. 그러면 바로 버스나 지하철에서 내려서 의자건 길가건 아무 곳에나 앉아서 잠시간 쉬면 괜찮아집니다. 이렇게 하면 기절은 면할 수 있습니다. 그나마 전조 증상이 있는 것이 다행이죠.


처음 다녔던 대학교는 왕복 3시간이 걸리는 거리에 있었고 버스와 지하철을 갈아타고도 한참을 걸어갔습니다. 회사도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왕복 3시간이 걸리는 거리였는데 반드시 버스를 한 번 갈아타야 했습니다. 학교나 회사를 가는 길이 몹시 고되었는데 아침에 일어난 지 얼마 안 돼 지하철이나 버스를 놓칠까 봐 빠른 걸음으로 걷거나 뛰어간 뒤 만원 지하철, 버스 안에 구겨져서 헉헉 거리면 이 미주신경성 실신이 나타나기 아주 최적의 상태가 됩니다.


학창 시절에도 학교에서 집이 먼 친구가 항상 가장 먼저 학교에 도착하잖아요. 그 가장 먼저 도착하는 친구가 나였습니다. 집에서 학교가 멀기 때문에 더 여유롭게 출발했는데 중간에 한 번씩 이 기절 직전의 증상을 겪느라 지하철이나 버스에서 내리면 회복하는 데 시간이 걸려 아슬아슬하게 도착하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열 번 중 한, 두 번은 너무 지쳐서 자체적으로 휴강을 하고 학교에 가지 않은 적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회사는 그럴 수가 없었죠. 그래서 조금 정신을 차리면 거의 사색이 된 채로 겨우겨우 출근을 하는 날도 있었습니다.


작년에 수영에 흠뻑 빠져있을 때 무리하게 수영을 했다가 이 증상을 다시 겪은 적이 있습니다. 너무 과하게 운동을 했고 컨디션이 좋지 않다는 생각이 들어서 수영장을 나왔습니다. 샤워하러 들어가는데 다리가 후들후들 하더라고요. 꾸역꾸역 몸에 거품까지 칠했는데 어지러워지기 시작했습니다. 안 되겠다 싶어 몸을 다 씻어내지도 못하고 실내로 들어가 되는대로 바닥에 주저앉아 쉬었습니다. 그리고 깨달았습니다. 정말로 아주 오랜만에 이 증상을 겪었다는 것을요. 운전한 지가 5년쯤 됐는데 그동안 이 미주신경성 실신 전조 증상을 한 번도 겪지 않고 살았다는 것을요.


5년간 운전을 하면서 여러 이유로 운전을 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고 주변에도 추천해 왔지만. 이 증상과 작별하게 된 이유 하나만으로도 운전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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