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전이라는 이름의 전쟁
이란 전쟁 특별기고 | 2026년 4월 10일 금요일
선언된 평화 아래 레바논은 불타고, 호르무즈는 닫혔다. 이슬라마바드 협상장 문이 열리는 오늘, 중동은 가장 위험한 기로에 섰다.
[ 전쟁 40일 | 레바논 사망 300+ | WTI 유가 $98 | 휴전 기간 2주 ]
지난 4월 8일 새벽, 파키스탄 총리 셰바즈 샤리프의 게시물 하나가 세계 금융시장을 뒤흔들었다. "미합중국과 이란 이슬람 공화국이, 그 동맹국들과 함께, 레바논을 포함한 모든 전선에서 즉각 휴전에 합의했습니다." 아시아 증시는 일제히 상승했고, 국제유가는 배럴당 100달러 아래로 떨어졌다. 세계는 잠시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그러나 그 환호가 채 가시기도 전에, 이스라엘군은 베이루트 도심에 전쟁 개시 이래 최대 규모의 폭격을 퍼부었다. 10분 만에 100개 표적, 300명 이상의 사망자. 레바논 당국은 "아무런 경고도 없었다"고 증언한다. 트럼프 대통령의 선언과 이스라엘의 포탄이 동시에 세계를 향했다. 이것이 오늘 중동이 처한 현실의 초상이다.
이번 사태는 올해 2월 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에 대한 전격적 공중 작전을 개시하면서 시작됐다. 최고지도자 알리 하메네이를 포함한 이란 최고위 지도부가 제거됐고, 군사 및 핵 인프라 상당 부분이 파괴됐다. 이란은 즉각 중동 내 미군 기지와 이스라엘을 향해 미사일·드론 공격으로 반격했으며, 세계 원유 공급의 약 5분의 1이 통과하는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했다. 전쟁은 40일간 이어졌고, 그 사이 지역 전체가 흔들렸다.
트럼프 대통령이 처음부터 선포한 전쟁 목표는 세 가지였다. 이란의 역외 군사력 투사 차단, 핵프로그램 완전 종식, 이란 정권 교체를 위한 조건 조성. 그러나 5주간의 전쟁이 끝나가는 지금, 이란의 농축우라늄 비축량은 여전히 존재하며, 잔존 탄도미사일 역량은 건재하고, 테헤란의 지도부는 무너지지 않았다. 오히려 이란 내 여론은 국가적 결속으로 쏠렸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파괴하려는 정권과 동시에 협상할 수는 없다. 이것이 미국 전략의 구조적 자기모순이다." — 펜실베이니아대 파라 N. 얀 교수, Responsible Statecraft
이번 휴전을 이끌어낸 공로는 단연 파키스탄에 돌아간다. 그러나 이 중재가 가능했던 배경에는 순수한 외교적 선의 이상의 것이 있다. 파키스탄은 국내적으로 민군 갈등, 취약한 국제수지, 아프간 접경의 분쟁이라는 삼중의 압박을 받고 있었다. 호르무즈 봉쇄로 인한 에너지 가격 폭등은 이 모든 문제를 악화시킬 직접적 위협이었다. 이슬라마바드가 나선 것은 이상주의가 아니라 절박한 계산이었다.
파키스탄의 샤리프 총리와 아심 무니르 육군참모총장은 워싱턴과 테헤란을 동시에 상대하며 사우디아라비아, 튀르키예, 이집트와 함께 병렬적 외교 조율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중국의 역할도 빼놓을 수 없다. 트럼프 대통령 스스로 "이란을 협상 테이블에 끌어낸 데 중국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공개적으로 인정했다. 협상 테이블의 실제 설계자는 파키스탄이지만, 그 배후의 압력은 베이징이 제공했다는 관측이다.
[ 이슬라마바드 협상 — 양측 핵심 요구 비교 ]
미국(15개항) 핵프로그램 완전 종료·농축우라늄 인도, 탄도미사일 폐기, 호르무즈 즉각·무조건 개방, 제재 조건부 완화를 요구한 반면,
이란(10개항)은 호르무즈 이란 관할권 인정, 중동 내 미군 전면 철수, 전쟁 피해 전액 배상, 모든 제재 즉각 해제 및 동결자산 반환을 내세우고 있다.
양측의 간극은 좁혀지기는커녕, 전쟁이 끝나도 서로 '승리'를 선언하는 지금의 구도에서 더욱 선명하게 드러나고 있다.
이번 위기의 본질적 모순은 레바논에서 폭발하고 있다. 파키스탄이 중재한 휴전 발표에는 "레바논 포함"이 명시됐다. 이란과 헤즈볼라도 같은 입장이다. 그러나 이스라엘 총리실은 이를 즉각 부인했고, 트럼프도 "레바논은 별개"라고 거들었다. 법적 해석의 차이가 아니라, 기본 합의 사항에 대한 정면 충돌이다.
이스라엘의 논리는 일관된다. 네타냐후 총리는 헤즈볼라 무장해제와 이스라엘-레바논 역사적 평화협정 체결을 목표로 직접 협상 개시를 선언하면서도, "헤즈볼라 타격은 계속한다"고 못 박았다. 그러나 레바논 정부는 "포화 아래서는 협상 없다"고 선을 그었다. 공식 통보조차 받지 못한 워싱턴 협상 제안에 베이루트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란 의회의장 갈리바프는 "레바논과 저항의 축 전체는 휴전의 불가분의 일부"라며 "시간이 다 되어 가고 있다. 휴전 위반에는 명백한 대가와 강력한 대응이 따른다"고 경고했다. 이란이 레바논 문제를 협상 철회의 명분으로 삼을 수 있다는 뜻이다.
호르무즈 해협은 공식적으로 "개방"됐지만 실제로는 여전히 닫혀 있다. WTI 유가는 현재 배럴당 98달러 선으로, 휴전 직후 급락했다가 다시 반등한 상태다. 선박회사 머스크(Maersk)는 "지속적인 위험 평가와 관련 당국의 안전 지침 없이는 호르무즈 통과 결정을 내리지 않겠다"고 밝혔다. 에너지 시설은 피해를 입었고, 인력은 대피한 상태며, 저장 인프라 정상화에는 상당한 시간과 비용이 필요하다는 게 업계 전문가들의 공통된 진단이다.
금융시장은 이슬라마바드 협상 개막이라는 기대감에 소폭 반응하고 있다. 홍콩 항셍 +1.1%, 일본 닛케이 +1.5%, 한국 코스피 +1.8%. 그러나 이 상승세는 협상 결과에 따라 순식간에 반전될 수 있는 취약한 낙관론이다. 이스라엘의 레바논 공격이 계속되고 이란이 협상 테이블을 박차고 나오는 순간, 시장은 또 한 번 혹독한 현실과 마주하게 된다.
"트럼프의 무력 사용 실패는 미국의 군사 위협 신뢰성 자체를 약화시켰다. 세이버를 흔들 수는 있다. 그러나 전쟁에서 이기지 못한 뒤의 위협은 공허하게 울린다." — 이란 전문가 트리타 파르시, Al Jazeera 인터뷰
시나리오 A — 이슬라마바드 부분 타결 (추정 가능성 30%)
이란이 핵농축 동결과 호르무즈 전면 개방에 동의하고, 미국이 제재 일부 완화와 배상 논의 착수를 수용하는 시나리오다. 레바논 문제는 별도 트랙으로 처리한다. 단, 이스라엘의 레바논 공격 강도 하락과 트럼프의 압박 지속이 전제조건이다.
시나리오 B — 교착 속 휴전 형식적 유지 (추정 가능성 45%, 가장 유력)
양측이 '승리' 서사를 포기하지 못한 채 핵심 의제에서 교착하는 시나리오다. 2주 휴전은 명목상 연장되지만 레바논에서 산발적 교전은 계속되고, 호르무즈는 제한적 개방 상태에 고착된다. 중동 불안정의 장기화·구조화 국면으로 진입할 가능성이 가장 높다.
시나리오 C — 협상 결렬·전면 재점화 (추정 가능성 25%)
이란이 레바논 공격을 명분으로 협상을 철회하고 호르무즈 재봉쇄를 선언하는 시나리오다. 이란 의회의장 갈리바프의 "시간이 다 되어 가고 있다"는 경고가 이 시나리오의 신호탄이 될 수 있다. 유가 폭등과 글로벌 경기 충격은 불가피하다.
이슬라마바드 협상이 열리는 오늘, 세계의 시선이 파키스탄 수도로 쏠려 있다. 그러나 협상장 안의 논리보다 협상장 밖의 현실이 더 강하게 결과를 규정하는 것이 분쟁의 속성이다. 이스라엘의 포탄이 베이루트에 떨어지는 한, 이란은 협상 테이블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국내 정치적 명분을 잃는다.
미국의 전략적 자기모순도 여전하다. 워싱턴은 이스라엘의 목표인 정권 약화와 핵 무력화를 공식 수용하면서 동시에 테헤란과의 타협을 모색한다. "파괴하려는 정권과 협상할 수는 없다"는 고전적 딜레마가 미국 외교의 발목을 잡고 있다. 트럼프의 여론 기반도 예사롭지 않다. 미국 내 이란 전쟁 지지율은 34%로 개전 이후 7%포인트 하락했으며, 공화당 지지층 내에서도 4명 중 1명이 반대로 돌아섰다. 트럼프가 '출구'를 찾는 것은 외교적 선택이 아니라 정치적 필요이기도 하다.
전문가들은 이슬라마바드 회담이 실패할 수 있지만 "지형 자체는 바뀌었다"고 평가한다. 40일간의 전쟁이 남긴 가장 중요한 변화는 어쩌면 지도에 그어진 전선이 아니라, 위협의 공허함을 확인한 모든 행위자들의 인식 변화일지 모른다. 그 인식의 변화가 진짜 협상을 이끌어낼 수 있을지, 오늘 이슬라마바드가 그 첫 번째 시험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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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 본 기고문은 2026년 4월 10일 오전 기준 Al Jazeera, NBC News, CNN, NPR, CBS News, Reuters, Pakistan Today, Responsible Statecraft 등의 보도를 종합·분석한 것입니다. 이슬라마바드 협상 진행 상황에 따라 사태는 급변할 수 있으며, 시나리오 확률 수치는 정성적 추정값입니다.
필자는 오랜 중동지역 근무를 바탕으로 중동정세에 대한 독립적인 분석가입니다.
이 기고문에 담긴 견해는 필자 개인의 분석이며 특정 기관의 입장을 대변하지 않습니다.
인용 형식 예시: 한덕전, "선언된 평화, 계속되는 전쟁", 2026년 4월. © 2026 한덕전.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