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d Al Sheba 그리고 Al Hamra Golf club
두바이에 부임한 지 채 1년도 안 된 신참이었던 나는, 주말마다 열리는 라운딩 모임에 쉽게 낄 수가 없었다. 물론 가장 큰 이유는 핸디 때문이었다. 100개를 훌쩍 넘기는 스코어로는 아무리 용기를 내도 "같이 치실래요?"라는 말이 목구멍에서 맴돌다 사라질 뿐이었다.
당시 주재원들 대부분은 NAD AL SHEBA 골프장 멤버십을 갖고 있었다. 시내에서 가깝고, 연간 회원비도 주변에서 가장 저렴했기 때문에 한국 회사 주재원들이라면 으레 이곳을 택했다. 나도 그곳 연습장을 오가며 혼자 묵묵히 공을 쳤다.
그러던 어느 날, 드디어 기회가 왔다.
주말 팀 멤버 중 하나가 출장을 가면서 자리가 하나 비게 된 것이다. 설레임으로 따라나선 첫 라운딩. 스코어는 예상대로 형편없었지만, 한 가지 뜻밖의 소득이 있었다. 비거리만큼은 기존 멤버들과 비슷하게 나간다는 것. 그걸 확인한 순간, 막연하기만 하던 목표가 조금 선명해졌다. '거리는 되니까, 이제 정교함만 키우면 된다.'
당시 주재원 중 최고수는 핸디 13. 나머지 멤버들은 대부분 18~22 수준이었다. 100개를 넘게 치는 나에게는 그저 다른 세계의 숫자였고, 감히 같이 치자는 말을 꺼내기도 조심스러웠다.
첫 라운딩 이후, 매일 연습하는 시간이 점점 늘어났다. 이때 도움이 되었던 것이 집에서 하는 빈스윙이었다. 연습장에 공을 직접 치는 시간보다 집에서 반복하는 빈 스윙 연습을 통해 부드러운 스윙 감을 잡는데 훨씬 많은 도움이 되었다. 데이비트 리드베터의 레슨 영상에서의 스윙과 내 스윙을 찍은 영상을 번갈아 보며, 차이를 찾아나갔고, 숏게임과 퍼팅 루틴도 만들어 반복했다. 한 달에 한 번 꼴로 라운딩에 낄 수 있었고, 그렇게 서너 번이 지나자 마침내 100을 깰 수 있었다.
그런데 딱 그 무렵, 예상치 못한 소식이 들려왔다. NAD AL SHEBA 골프장이 문을 닫는다는 것이었다.
시내에서 가깝고 저렴한 곳이 사라지니, 주재원들 사이에 술렁임이 일었다. 시내의 다른 골프장은 회원비가 주재원 월급으론 감당하기 버거운 수준이었고, 저렴한 곳은 관리 상태가 엉망인 데다 9홀짜리라 선뜻 마음이 가지 않았다. 결국 각자의 사정과 친분에 따라 뿔뿔이 흩어지게 되었다. 같은 골프장, 같은 팀이라는 끈이 느슨해지는 순간이었다.
나도 골프장을 고르느라 한참 고민하고 있을 때였다. 서너 번의 라운딩을 함께 하며 가까워진 그 핸디 13의 고수가 불쑥 말을 걸어왔다.
"나랑 같은 데 멤버십 끊지 않을래요?"
사실 내가 먼저 부탁하고 싶었던 말이었다. 그 말이 상대방 입에서 먼저 나오다니 — 반갑고, 솔직히 조금 고맙기까지 했다.
그런데 문제가 있었다. 그가 점찍은 골프장은 두바이에서 차로 한 시간 넘게 달려야 하는 곳이었고, 게다가 9홀짜리였다. 인코스는 공사 중이라 완공까지 1년은 걸린다고 했다.
망설임은 길지 않았다.
고수랑 같이 치는 건데, 좀 멀면 어때. 9홀이면 어때. 매주 내가 운전해서 간들 그게 대수겠나.
내 표정에서 뭔가 망설임을 눈치챘는지, 그 친구는 한마디를 덧붙였다.
"같이 멤버십 끊으면 내가 레슨도 봐줄게요."
이보다 더 좋은 조건이 어디 있겠는가. 더 이상 고민할 이유가 없었다.
다른 주재원들은 매주 한 시간 넘는 운전이 엄두가 나지 않았는지 아무도 나서지 않았고, 결국 우리 둘만이 그 골프장 멤버가 되었다.
라스 알 카이마에 위치한 알함라 골프장. 처음으로 가입한 멤버쉽 골프장
지금도 눈을 감으면 9홀 매 홀의 풍경이 선명하게 그려진다. 그 먼 길을 매주 달려가던 나와, 옆에서 묵묵히 스윙을 잡아주던 그 친구. 골프는 참, 이렇게 사람을 이어주는 운동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