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파키뉴 Apr 29. 2018

내 알 바 아니었다

최근에 집을 옮겼다. 새 집에서는 당장 와이파이를 이용하기 어렵게 되었다. 며칠은 있어야 새로 설치할 수 있다고 들었다. 요즘 바둑이라는 새로운 취미를 찾았다. 인터넷을 새로 설치하기까지 참기 어려워, 결국 데이터를 써가며 바둑을 하게 되었다.      


알뜰 요금제를 쓴다. 나란 인간은 밖에서 동영상을 본다던가 게임을 하는 것도 아니고 친구랑 연락하느라 폰을 만지작거리며 돌아다니지도 않을뿐더러, 전화할 사람도 별로 두고 있지 않아, 통신비가 너무 비싸다고 느껴질 때가 많았다. 가끔 카톡으로 연락을 주고받거나 벅스로 음악을 듣는 정도면 한 달에 1기가바이트 정도의 데이터로도 충분히 살 만했다. 통신 3사 중 하나랑 계약하면 한 달에 삼사만원 쯤 했던 통신비를, 알뜰폰 사업자랑 계약하면서 일이만원 쯤으로 줄일 수 있었다. 그런 놈이 데이터로 게임을 했으니, 데이터가 남아날 리가 있겠는가. 그것도 월초에 말이다. 긴축으 숭가니다. 데이터를 모두 소모했다는 알림 메시지를 받은 후로, 어딜 가나 내 폰을 와이파이 네트워크에 연결하느라 용쓰는 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너도 나도 이런 일이 있었을 거다. 와이파이 네트워크를 두 개 이상 운영하고 있는 까페가 더러 있다. 두 개의 패스워드는 같을 때도, 다를 때도 있다. 어느 날 까페에서, 처음 선택한 와이파이 네트워크가 연결되지 않을 때가 있었다. 패스워드를 다시 입력하고 연결하기를 두어 번 반복한 것으로 기억한다. 나란 놈은 이런 일에 쉬이 귀찮음과 피로를 느끼기 때문에, 망설임 없이(망설일 게 뭐라고) 다른 네트워크에 연결해보았다. 혀로 뻥튀기를 뚫어내려 용쓰는 것 마냥 힘들어 하고 있을 때, 두 번째 네트워크는 너무나도 쉽게 연결되더라. 시원한 마음을 아이스 아메리카노로 배가하며, 나는 데이터 요금 걱정 없이 인터넷 검색을 할 수 있었다.     


왜 첫 번째 와이파이 네트워크가 연결되지 않았는지는 내 알 바 아니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