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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키뉴 Dec 04.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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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 형은 오늘 어땠어요, 훈련?


: 뭐, 늘 같죠. 했던 실수 또 하고, 뭐, 그런.


제이: 에이, 형 오늘 괜찮았는데.


: 아까 패스 미스 한 거 아직도 기억나네. 잘 안 느는 거 같아, 축구.


제이: 에이, 뭐 그거 하나 가지고. 다른 거 잘한 거 많잖아요.


: 못 한 거만 기억나, 나는.



제이: 저 얼마 전에 헤어졌어요.


: 엥? 그때 그 분?


제이: 네, 전에 말했던.


: 아니, 뭐, 그게 얼마 전 얘기라고. 지지난 주 아니에요?


제이: 그렇게 됐어요.


: 아이고.


제이: 근데 고민이 있어요.


: 오호. 연애 상담? 사랑의 카운셀러! 진짜 오랜만이네. 근데… 나도 몰라요, 몰라! 흐흐. 요즘 누가 그런 걸 물어보나!


제이: 왠지 형은 좀 알 거 같아서 그랬죠. 


: 그래, 한 번 들어봅시다, 흐흐. 뭔데, 그게.


제이: 헤어졌는데 연락해요.


: 당신이? 그 분이?


제이: 걔가요.


: 그게 문제?


제이: 그냥 연락만 오는 것도 아니고, 커피도 마시고, 영화도 보러 가고, 뭐 그러고 있어요, 요즘.


: 그래서?


제이: 뭐가 그래서야. 이게 뭔가 싶잖아요. 사귀는 것도 아니고, 안 사귀는 것도 아니고. 물어봤죠. 우리 지금 다시 사귀는 거냐고. 그러면 그건 또 아니래요. 막 갑자기 삐지고.


: 당신은 어떻게 하고 싶어요?


제이: 계속 사귀고 싶죠. 보면 좋으니까. 근데 이렇게 애매한 사이는 별로예요.


: 그러면 계속 사귀자 하세요.


제이: 그러면 싫어한다니까.


: 그런데, 어쩌겠어. 사귀고 싶다면서. 그러면 헤어지지 말자 해야지, 뭐.


제이: 하아, 참 어렵네요.


: 크크. 그게 쉬운 일은 아니죠. 근데… 저라면 안 그럴 거 같아요.


제이: 뭐를요? 계속 사귀자 안 한다고요?


: 네.


제이: 근데 나보고는 그러라면서.


: 네. 그게 당신이 원하는 거라면서요. 그기까진 당신 마음을 위한 말인 거지, 흐흐흐.


제이: 참나. 그러면 형은 어쩔 건데요?


: 그거, 싫다는 사람한테 그렇게 하잖아요? 애매한 사이가 싫어서? 그러면 확실해지긴 해요. 근데 못나지지. 확실히 못나진단 말이지. 그 사이가. 뭔 말인지 알죠?


제이: 아뇨. 모르겠는데요.


: 흠…. 고양이. 아니, 길냥이. 길냥이랑 친해지는 법, 뭐 그런 거랑 비슷하지 않을까요? 길냥이들, 부시럭부시럭, 쓱싹쓱싹, 뭐 이런 소리 좋아하데요. 호기심을 자극하는 건지. 나도 최근에 배운 건데, 길냥이 앞에 쪼그려 앉아 가지고 담뱃갑에 있는 비닐 빼서 계속 부시럭 해 봤거든요? 진짜로 가까이 오더라고. 다 그런 건 아니고, 궁금한 게 많은 녀석은 온단 말이지. 그렇다고 잠깐만 하면, 안 와. 그냥 계속 부시럭거리기만 해도 안 와. 막 여기 숨겼다 부시럭, 저기 숨겼다 부시럭, 뭐 이렇게 해야 겨우 궁금해 하더라고요. 진짜 가까이 왔을 땐, 3미터? 뭐 그 정도로 가까이 와 앉았더라고. 근데 말이죠. 이제 좀 친해졌다 싶어서 가까이 가려 하잖아요? 한 발짝? 뭐 그 정도로 아주 조금? 뭐, 그렇게 가까이 가잖아요? 도망가려 하지. 이미 갔거나. 그렇게 가까이 앉았다 해서 그게 친해졌단 뜻은 아니었던 거지.


제이: 흠….


: 모르겠음? 그러면… 그래, 축구! 그래, 축구 좋다! 축구 같은 거죠.


제이: 축구요?


: 아마추어 조기 축구 같은 거죠. 회비를 내고 단톡방에 같은 데 초대되고, 뭐 그래서 일주일에 한 번이나 두 번씩, 뭐 아무튼 정기적으로 모여서 축구하는, 뭐 그런 흔한 축구팀 같은 거요.


당신이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고 해 봐요. 그 팀에. 축구도 잘하고 사람도 좋은 거 같고. 당신은 그 팀 회장이고. 근데 그 사람이 갑자기 나가겠대요. 당신이 팀 운영하는 게 마음에 안 든다면서. 아니, 모르죠. 다른 팀원이랑 다퉜다든가, 아니면 그냥 단톡방에 개소리가 난무하는 게 이젠 못 참겠다 싶다든가, 아무튼 뭐 그런 이유로 더이상 팀에 소속되기 싫다고 한다 해 보죠. 당신은 내보내기 아쉬우니까 잡아 보고. 그런데도 나가겠대. 그래서 당신은 ‘그러면 뭐 어쩔 수 없지, 안녕’ 하고 보냈다 해 봐요.


그런데 이 사람이 웃긴 게, 가끔씩 연락이 와요. 게스트로 뛸 수 없겠냐 하면서. 잘 하니까. 사람도 좋고. 그냥 당신은 그 사람이 좋은 걸 수도 있고. 그래서 거절 안 하고 오라 하죠. 그리고 같이 뛰어요. 역시나 재밌어. 같이 하니까.


그런데 당신은 자꾸 묻는다는 거죠. 그 사람한테. 그래서 가입 다시 한다는 거야? 근데 걔는 ‘그건 좀…’ 뭐 이런 반응이에요. 대답을 피한달까. 근데 이해는 가요. 엄청 불편할 거 같아요. 나갔는데, 그것도 싫어서 나갔는데 자꾸 그러니까. 아니면, 뭐, 싫어서 나갔는데 그래 놓고 계속 이렇게 찾아오는 자기 모습이 내가 생각해도 참 민망해서? 뭔지, 알죠? 울다가 웃는 친구한테 울다가 웃으면 엉덩이에 털 난다고 놀리면, 같이 깔깔대며 풀리는 친구도 있는데, 다시 토라져버리는 친구도 있잖아요? 난 후자일 거 같단 말이지. 그 사람도 그런 거 같고.


가입하라고 자꾸 그러면, 그 친구 이젠 진짜 안 나올지도 몰라요. 연락이 아예 안 될지도 몰라. 그래서 애매한 게 확실해진다는 거죠. 애매하게 나오던 친구, 확실하게 안 나오게 된다는 거.


제이: 가입도 안 하고 그게 뭐예요.


: 그게 뭔가 싶죠? 근데, 그 모습, 보기 싫으면, 그냥 오지말라 하면 돼요. 근데 그렇게라도 보는 게 좋다 하지 않았어요, 아까? 그런 줄 알았는데.


제이: 다른 팀원들이 싫어하지 않을까요? 자기네는 바보라서, 꼬박꼬박 회비 내면서 팀에 묶여 있냐 하면서 말이죠.


: 하하. 그야 그럴 수 있겠네요.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 있을지도. 근데 저는, 그 팀원한테도 똑같은 말을 할 거 같아요. ‘같이 뛰는 게 좋으냐’, ‘좋으면 이렇게라도 오게 하자’, 뭐 이런 식으로. 근데, 비유를 내가 이렇게 해 놓고 이제 와서 이런 말 하긴 좀 민망하지만, 당신과 애인 사이에 다른 팀원이라 할 만한 사람이 있긴 해요? 


제이: 없어요, 허허. 


: 그니까. 왜 둘의 문제에 다른 사람 생각을 끌어들이나! 크크크. 아무튼.


제이: 허허. 아니, 근데… 근데에. 좀 얌생이 같지 않아요?


: 후케어스? 뭘 들은 거야. 아까도 말했잖아. 싫으면 오지말라 하면 되는 거라고. 계속 보고 싶으면 냅두면 되는 거고. 얌생인지, 선생인지, 씹장생인지, 그딴 건 알빠냐 쓰레빠냐인 거죠. 


축구는 아무튼 된 거거든요. 회원이 아니라 해서, 그 사람의 패스가 가짜였던 건 아니잖아요. 아무튼 이기려고 뛰는 그 무브 하나하나가 다 가짜가 되는 것도 아니고. 회비를 내고 뛰어야지, 아니면 회원 신분으로 뛰어야지 진짜 축구가 된다고 누가 정한 것도 아니잖아요. 


제이: 누가 정한 건 아니죠. 그래도 보통은 그렇게 안 하잖아요.


: 보통 그렇게 안 하는지 보셨어요? 축구팀 이제껏 몇 개 가입해 봤는데? 난 서너 개 정도? 아마추어 축구팀 수천, 수만 개에, 축구인은 수십 만은 되지 않을까 싶은데. 그기도 다 그렇게 안 하는지 봤냔 말이에요? 흐흐흐.


제이: 에이, 너무 가혹하네. 그걸 꼭 다 봐야 아나요?


: 헤헤, 좀 가혹하죠. 지송. 사실 그런 말을 하려 했던 건 아니고. 다른 팀이 어떻게 굴러가든, 사실 그런 건 상관이 없는 거죠. 당신 팀은 당신만의 팀, 우리만의 팀이니까요. 또, 또! 다른 사람 생각 가져오지 말라니까.


제이: 후… 못 이기겠네요, 형은. 그런데, 뭔 말인지 알겠어요. 그냥 지금처럼 지내란 거죠?


: 네, 흐흐. 만약 나라면 그러겠단 거예요. 가입시킨답시고 뭘 더 하려다 망쳐버린 적이 몇 번 있는 거 같아서요, 저는. 다시 말하지만, 하고 싶은 대로 하세요. 가입시키고 싶으면 가입시키는 거고, 아니면 그냥 오고플 때 오라 하는 거고. 근데 혹시 알아요? 그렇게 냅두고 지내다 보면 그쪽에서 먼저 가입하겠다 할지도?


제이: 알겠어요, 알겠어.


: 근데, 그래서 탈퇴 사유가 뭐랍니까? 왜 그만 만나재, 그 분은? 


제이: 뭐만 하면 자꾸 화를 내요.


: 누가? 그 분이? 당신이?


제이: 걔가요.


: 이봐, 이봐. 문제는 그게 아니야, 지금.


제이: 그러면 뭐가 문젠데요?


: 그걸 모른다고? 난 알 것 같은데, 흐흐흐. 그걸 모르는 게 더 큰 문제인 거 같은데에, 헤헤.


제이: 아씨, 그니까 뭐가 문제인 거 같냐고요.


: 버스 왔다. 나중에 이야기해요. 아무튼 잘 지내 봐요, 계속.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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