똥 치우기

by 파키뉴

힘 있는 이가 쌌다. 똥인지 된장인지 모를 그것을.


힘 없는 이가 그걸 봤다. 바로 옆에서. 그는 그게 똥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치우려 했다.


멀리 있던 다른 이들도 그걸 봤다. 힘 없는 이가 치우겠거니, 하고 지켜 보았다.


힘 있는 이는 그걸로 찌개를 끓였다. 힘겨운 모습이었지만, 아무튼 완성했다.


힘 없는 이는 잠자코 있었다. 그건 애초에 된장이었던 게 아닐까, 하고 스스로를 의심했다.


힘 있는 이가 첫술을 떠 입으로 가져갔다. 고약함에 화들짝 놀라 숟가락을 떨어뜨리고 말았다. 그리고 힘 없는 이에게 소리쳤다. 왜 안 말렸어!


다른 이들도 소리쳤다. 왜 안 말렸어!


이렇게 말하는 이도 있었다. 똥 치우기를 다른 이에게 미뤄서는 안 된다고. 꽤나 관대한 투로. “미뤄서는 안 된다”는 말에는 당사자가 둘이어야 하는 게 아닐까 싶었지만, 힘 없는 이는 그저 여럿에게 사과할 수밖에 없었다. 못 치워서 미안해요.


우리 중 똥 먹은 이가 아무도 없다는 데 다른 이들은 안심했다.


그렇게 힘 없는 이는 똥과 된장을 구분하지 못하는 이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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