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교육과 고등어 굽기

by 조뱁새

시작은 분명히 차를 사고 싶다는 생각이었다. 나는 차를 사고 싶었다. 이렇게 추운 겨울에, 여자친구가 코가 빨갛게 물들어서 조심히 들어가. 하는데 너무 마음이 안 편한 거다. 그래서 중고차를 알아보기 시작했다. 엔카도 들어가 보고, 당근마켓 중고차 카테고리도 들어가 보고... 제미나이한테 '현재 구매할 수 있는 가성비 중고차 TOP3' 같은 것도 물어보고 그랬다. 그러다 보니 통장잔고를 돌아보게 되고, 그러다 보니 내가 한 달에 얼마를 쓰는지 보게 되었다. 새는 돈이 많더라. 나는 돈을 생각보다 많이 쓰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 차를 산다고 치자. 하지만 내가 유지할 수 있을까? 저축도 하고 투자도 하고 적금도 넣고 월세도 내면서, 유지할 수 있을까? 나는 그것이 의문이었다. 어디 가서 꿀리지 않을 적당한 크기의 차를 산다고 했을 때, 내 출퇴근 거리를 계산했을 때, 주차비, 보험료 이것저것 계산했을 때 나는 솔직히 자신이 없었다. 지금의 지출로는 조금 빠듯했던 것이다.


그리하여 나는 고등어를 굽게 되었다. 평소에 하던 것처럼 느지막이 일어나서 배달이나 시켜 먹으면 되는데 왜 고등어를 굽게 되었나. 나는 차를 사고 싶었던 것이다. 차를 너무 사고 싶어서 어제 여자친구한테 약속을 해버린 것이다.


'있잖아. 내가 차를 살게. 근데 그러려면 지출을 줄여야 해. 나 배달앱 다 지울 거야. 구독도 다 끊었어.'


나는 실제로 배달 앱을 다 지워버렸다. 아침에 일어나니 허전한 기분이 들었다. 배는 고픈데 밥을 먹으려면 이제 씻고 밖으로 나가야 한다. 귀찮아 죽겠다. 하지만 배가 고픈데. 그렇게 한참을 뒹굴거렸다. 사실 나는 휴일이면 집 근처 백반집에서 배달을 시켜서 자주 먹곤 했다. 거기 고등어 백반이 괜찮았다. 된장 소스를 바른 고등어구이와 집밥 스타일로 나오는 반찬들이 적어도 6개 이상인 백반집. 하지만 고등어 백반의 가격은 만 육천 원이었다. 예전 같으면 별생각 없이 주문 버튼을 눌렀겠지만, 이제는 그럴 수도 없었고 그러고 싶지도 않았다.


그래, 일단 씻자. 씻고 시장에 나가서 고등어를 실제로 사보자. 배달 고등어 말고, 생선가게에서 파는 고등어. 고등어를 사서 구워보자. 사실 어떻게 굽는지도 잘 모르지만 그냥 대충 앞뒤 뒤집어가면서 구우면 되겠지. 근데 소금은 얼마큼 뿌려야 하지? 대가리는 내가 잘라야 하나? 그렇다. 나는 서른네 살 먹고 생선가게에서 고등어를 사보는 게 처음이었던 것이다.


다행히 집에서 5분 거리에 시장이 있다. 씻고 집을 나섰다. 오후 1시, 이미 시장은 활력 있게 돌아가고 있었다. 조금 걸어서 생선 가게에 도착했다. 나는 거기서 놀라운 문구를 발견하게 되었다.


'고등어 한 접시 5천 원.'


하하.. 고등어는 사실 엄청 싼 생선이었구나. 나는 그동안 그걸 만 육천 원 주고 사 먹고 있었구나. 심지어 한 접시엔 고등어가 세 마리나 담겨 있었다.


"사장님, 고등어 한 접시만 주세요. 근데 구이용으로 손질해 주시나요?"


"해주지요. 그럼 이거 주면 되겠네."


사장님은 '고등어'라고 쓰인 팻말 바로 옆에 '자반'이라고 쓰인 것을 가리켰다. 자반이 뭐지? 생선 이름인가?


"그건 뭐예요?"


"구워 먹으려면 자반이 편하지. 손질된 겁니다. 똑같아요."


알고 보니 자반고등어는 간고등어와 같은 것이었다. 생선가게 앞에서 내가 지금까지 받은 고등교육은 아무 소용이 없었다. 그는 능숙한 솜씨로 대가리와 꼬리를 숭덩숭덩 자르더니 파란 비닐봉지에 털썩 고등어 한 접시를 담아주었다.


"5천 원."


이거 참. 이렇게 싸도 되나 싶었다.


점심을 사는데 쓴 돈은 고등어 한 손, 반찬가게에서 산 감자조림 한 접시. 그렇게 총 7천 원이었다.


그렇게 집에 와서 '고등어 굽는 법' 검색해 가면서 열심히 구웠더랬다. 흐르는 물에 씻고, 키친타월로 핏물을 제거하고, 소금은 자반이니까 안 뿌려야 하는데 실수로 뿌리고... 총 10분을 구워야 한다고? 생각보다 오래 굽는구나. 프라이팬에선 지글지글. 냄새가 베지 않게 위에 종이 호일로 덮어주고...


10분이 지나고 고등어가 다 구워졌을 때, 아무런 장식도 없는 하얀 접시에 고등어를 담았다. 종지 그릇에 김치 조금. 생선가게 옆 반찬가게에서 산 2천 원짜리 감자조림 한 접시. 햇반 하나. 나는 싱크대 바로 앞에서 아무렇게나 상을 펼쳐두고 늦은 점심을 먹었다.


고등교육을 받은 우리는 여전히 어떤 부분에서는 초등 수준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어설프게 굽더라도 너무 실망하지는 말자. 사실 그것은 정말 맛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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