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티끌 Dec 05. 2022

좋아질 거야~~!


대학시절 외국어 수업 강의 때 들은 말이다.


교수가 유학생일 때였다. 낯선 땅에서 외로움을 견디기 힘들어서 한국에 돌아가야 할지 말지 고민을 했단다. 학문 성과는 더디기만 하고.


하루는 아시아인으로 보이는 사람이 벤치에 앉아있어서 반가운 마음을 담아 곁에 다가갔다. 그러자 그는 교수를 보지 않고 중얼중얼거리기만 했다. 한국말로. 하지만 그 내용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의 얼굴을 올려다보니 눈빛이 돌아가 있었다. 순간 교수는 귀신을 만난 것처럼 섬뜩했다고.


그 일이 각성한 계기가 되었단다. 하루빨리 학위를 따 한국에 돌아가야지 결심했단다.


잠깐만 난 교수에게 묻고 싶었다.  이가 궁금하다고. 중얼중얼거리던 사람은 어떻게 되었을까? 외국 귀신이 되었을지, 한국에 돌아와 치료를 받았을지. 가족들은 그가 제정신이 아닌 상태로 낯선 땅을 떠도는 것을 모르고, 아직도 해외에서 실종된 자식이나 형제를 찾아다닐지도 모를 일.


*


" 받을 거야~, 벌 받을 거야~!"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짱구가 노래를 부를 때처럼 세상에 없던 멜로디에다 명랑한 톤으로.


혼자 귀가하는 길에 올해 날 집요하게 괴롭힌 한 사람을 떠올렸다. 그러다 나도  모르게 큰 소리로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벌 받을 거야~ 벌 받을 거야~. 옆에 지나가던 남자가 나를 빤히 쳐다봤다. 그제야 알았다. 내가 형편없는 실력의 거리 악사처럼 노랠 불러댄 것을. 갑자기 노래를 멈추었다.

'길가에서 왜 노래를 부르지?'

어이가 없어서 웃음도 나오지 않았다.


아, 이러다 미치겠구나 싶었다. 혼자 시간을 보냈더니 내 안에서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를 외치듯 노래를 불러댔다. 이렇게 명랑한 미친 x로 변할 것 같았다. 아직 눈빛이 안 돌아갔을 뿐 그 직전 상태가 아닐까 싶었다.


그날 저녁 사표를 쓰기로 결심했다.

'여기까지만 버티자. 나를 위해서.'


이제 다른 노래를 의식적으로 불러야지.

'난 좋아질 거야~, 좋아질 거야~!'


오래전

그가 무사히 고국에 돌아왔기를 빈다. 아졌기를.




작가의 이전글 고래, 새우, 바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