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면 패턴이 꼬여버린 날의 단상
오늘도 낮잠을 잤다.
매일 자는 것은 아니지만, 어쨌든 요 며칠 동안 거의 3시간을 넘게 잤다.
왜 이렇게 오래 자는지는 나도 모르겠다. 그저 몇 가지 원인만 애써 추측할 뿐이다.
낮잠을 오래 자는 것은 별로 좋지 않다. 내 생각에, 낮잠을 3시간 이상 잔다는 것은 그냥 하루에 8시간 잘 것을 밤에 다 처리하지 못해서 반토막 내어 자는 것과 별반 다를 게 없다. 실제로 내 몸은 어떻게든 8시간 수면 시간을 채우려고 시도 때도 없이 졸음꽃을 피우고, 나는 어떻게든 그 꽃향기를 맡지 않으려고 카페인을 쭉쭉 마신다. 그러면 남는 수면시간은 어딘가로 사라지는 게 아니라 고스란히 빚으로 남으며, 그 빚은 쉬는 날이든 주말이든, 어떻게든 청산해야 한다. 그걸 청산하지 못하면, 서너 시간씩만 자면서 일하다 치매 걸려 죽은 대처 총리 꼴 나는 거다.
그러니까 낮잠은, 조기경보기 같은 거다.
네가 이만큼 잠을 못 잤으니, 곧 잠이 그만큼 쏟아질 거니까 준비하라는 신호와 같다.
어떻게 준비할지는 사람마다 다르겠지. 커피를 마시든, 어디 조용한 데로 피신해서 잠깐 잠을 청하든.
나는 어지간하면 낮잠을 자는 편이다. 그리고 커피도 마시고. 내가 키우는 낮잠은 한낱 아메리카노 한 잔으로는 절대로 밀어낼 수 없는 힘을 가진 녀석이기 때문에 커피를 마셔도 잠을 자야 한다.
아마 내 안의 괴물이 이렇게 커진 건, 20대에 수없이 들이킨 핫식스와 몬스터 에너지, 아메리카노에 대한 대가를 치르는 것이지 않을까.
그래서, 오늘도 낮잠을 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