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노을이 채 넘어가지 못한 저녁에
신발을 골라 신고 다리를 턴다.
아직은 뜨거운 입김을 부는
주홍빛 하늘 아래서 박자를 맞춰 팔을 흔든다.
하나 둘 하나 둘 구령도 없이
촤르르 무너지는 강물 소리와
맬 맬 징징대는 매미 소리에 맞춰
헐떡이는 콧소리로 도로를 타박한다.
머리 위 자그마한 먹구름이
한낮의 걱정으로 달궈진 몸을
소금기 가득 머금은 빗방울로 적신다.
완전히 감색으로 물든 하늘 아래
푹 젖어서 털레털레 되돌아오는 이의
눈에는 자그마한 별빛이 녹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