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 X <90년생이 온다> 임홍택 작가
베스트셀러 <90년생이 온다>를 쓴 브런치 작가.
출판계를 넘어 시대의 화두로 떠오른 90년대생. 그 시작은 브런치였다.
이 책은 세대론에 한정된 인문 서적이 아닌 오늘날의 소비 트렌드와 젊은 세대의 문화적 배경을 이해한
경제 경영서로서 기업과 공공기관, 마케팅 시장에서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브런치에서 ‘9급 공무원 세대’라는 글로 시작되어 ‘90년대생’이라는 시대의 화두를 모은 임홍택 작가를 만났다.
<90년생이 온다> 첫 연재는 브런치였죠?
처음에는 제가 보려고 워드 파일로 써둔 글이었어요. 출간을 해보려고도 했는데 잘 안됐어요. 그래서 브런치에
‘9급 공무원 세대’라는 제목으로 글을 조금씩 잘라서 올렸는데 그해 ‘제5회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에서 은상을 수상했어요. 턱걸이로 받은 장려상이라 여기고 출간은 생각지 않고 있었는데 브런치에서 30여 개의 출판사에 원고를 보내줬어요. 정말 감사했죠. 그중 ‘ 웨일북’ 출판사가 유일하게 제 책에 관심을 보였어요. 그때만 해도 대통령 추천을 받고 베스트셀러에 오를 거라고 상상도 못했어요. 이 모든 영광을 브런치에 전하고 싶어요.
의외로 출간을 염두에 두고 브런치를 시작한 건 아니었네요.
이전에 다른 플랫폼을 다 사용해봤어요. 그런데 브런치는 하나의 주제를 가지고 글을 쓰고 매거진을 만들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었어요. 처음 브런치 작가 신청을 했을 땐 탈락했어요. 20세기 말에 청소년기를 보낸 세대들이라면 다 아는 ‘지구 종말론’을 재미있게 써보려고 했거든요. 그때 종말이 온다고 해서 공부 참 안 했어요. 하하.
<90년생이 온다>는 기성세대뿐만 아니라 출판계에 미친 영향도 커요. 출판사들이 브런치에서 소재와 작가를 찾고 있어요.
출판시장이 어려워져서 점점 더 책 내기가 힘들어지고 있어요. 누군가는 출판 시장이 코인 노래방 같다고 하더라고요. 부를 사람은 많은데 들어줄 사람이 없다는 거죠. 그만큼 꿈을 꾸는 사람도, 포기하는 사람도 많아요. 저도 그랬고요. 그런데 브런치가 온라인 플랫폼을 넘어 출판으로까지 영역이 확대되고 있잖아요. 제가 도움이 된다니 영광이에요. 브런치를 보면 굉장히 좋은 글들이 많아요. 플랫폼으로서의 역할이 더욱 강화되면 좋겠어요.
<90년생이 온다>는 출간 이후 꾸준히 베스트셀러 자리를 차지하고 있어요. 기분이 남다를 것 같아요.
감사하죠. 얼떨떨하기도 하고, 가끔 제 자리가 아닌 것 같다는 생각도 들어요. 사실 책이 출간되는 것만으로도
감사하고 있었거든요. 많이 팔릴 거라는 기대는 하지도 않았어요.
특별히 기대를 안 한 이유가 있나요?
첫 출간이 아니었거든요. 2011년에 위치기반 앱 서비스를 다룬 <포스퀘어 스토리>를 출간했었는데 잘 안됐어요. 그래서 두 번째 책을 준비할 때는 마음을 많이 비웠어요. 출판이 쉽지 않겠다고 생각했고, 기념으로 한 권 정도만 만들어서 저 혼자 소장할 생각이었어요. 지난 8월에는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 전 직원에게 <90년생이 온다>를 선물해 화제가 됐어요. 많은 독자들이 청와대로 책을 보냈다고 들었어요. 여러 세대들이 조직 문화에 대한 고민을 가지고 있다는 방증이죠. 회사뿐만 아니라 교회, 정치, 경제, 모든 분야에서 새로운 세대들이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고 있으니까요.
왜 90년대생을 주목했나요?
80년대생인 저와 어떻게 다른지 알고 싶어서요. < 90년생이 온다>는 인문 서적이 아니라 경제 경영서예요.
조직 문화에서, 또 여러 시장에서 트렌드를 이끄는 주요 소비자가 된 90년대생을 보면서 느낀 점을 서술하고자
했어요. 정치권에서는 90년대생들이 공명정대하다고 말하는데 그게 아니에요. 단지 이들이 젊으니까 정책적인
영향을 가장 많이 받을 뿐이에요.
<90년생이 온다>의 인기에 힘입어 강연도 활발히 한다고 들었어요. 정부기관이나 기업체에서는 어떤 질문이 오가나요?
90년대생들이 우리와는 다른 세대로 보인다는 질문을 가장 많이 받아요. 일부는 요즘 세대들이 자기 자신만
알고 이기적으로 행동한다고 생각해요. 세대가 아닌 특정사람의 문제인 건데 모두 섞여버리면 일반화하기 쉬워지죠. 그럴 때마다 세대와 사람 문제를 구별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해요.
새로운 세대가 조직에 요구하는 것은 무엇일까요?
조직에는 법과 원칙이 있잖아요. 그걸 잘 지키면 문제가 발생하지 않아요. 그런데 정해지지 않은 것을 해야 할 때 문제가 생겨요. 90년대생들의 요구는 정당해요. 법적으로 보장된 휴가나 육아휴직을 눈치 보지 않고
쓰겠다는 거예요. 그런데 법과 원칙으로 해결 안 되는 회색지대가 많은 것이 사실이에요.
기성세대와 90년대생들의 차이를 어떻게 좁혀가야 할까요?
소통해야 해요. 어제 한 회의에 참석했는데, 거기서 회사 사무직 직원이 ‘에어팟’을 쓰는 걸 동의할 수 있는지에
대한 얘기가 나왔어요. 선배들은 일을 할 때 이어폰을 끼는건 정신 나간 짓이라 여기고, 후배들은 이어폰을 끼면
집중이 잘되니까 집중이 필요할 때만 쓰겠다는 입장이에요. 법과 원칙에 없는 문제는 어떻게 규율을 정해야 할까요? 된다, 안 된다, 구분 짓기 전에 대화를 통해 해결법을 찾아봐야 해요
기성세대와 새로운 세대 간의 갈등을 예상하는 건 쉽다. 어느 세대나 겪는 일이니까. 하지만 그 원인을 분석하고, 대중이 공감할 이유를 찾아내는 건 쉽지 않다. 임홍택은 기업의 인사관리와 마케팅 업무를 담당하며 자신과 다른 생각과 행동을 하는 90년대생들에게 관심을 가졌다. 이들이 왜 기성세대와 다르게 생각할까? 작가는 인터넷의 각종 지표나 논쟁들, 콘텐츠와 소비 트렌드들을 토대로 90년대생의 사고방식이 자신과 다른 원인을 발견했다. 생각을 정리해 글을 썼고, 90년대생 후배들에게 보여주며 의견을 물었다. 그들이 수긍한 것과 동의하지 않는 것들을 분별하는 과정도 거쳤다. 글의 시작은 기업 조직 문화에서 발견한 세대 차이였지만, 90년대생들을 분석하며 자연스레 그들이 트렌드를 이끄는 소비자가 된 점에 주목하게 됐다. 그 내용을 ‘9급 공무원 세대’라는
제목으로 브런치에 연재했다. 새로운 세대를 이해하고자 하는 마케터들을 위한 글이었지만, 직장인을 넘어
공직자들과 대한민국 사회 전반에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9급 공무원 세대를 이해하기 위해 많은 노력이 필요했을 것 같아요.
회사에서 12년간 신입사원 입문 교육과 소비자팀 VOC 분석 업무, 브랜드 마케팅 직무를 담당했었어요. 젊은 세대가 주력하고 열광하는 것들에 대한 관심이 있었죠. ‘ 9급 공무원 세대’는 2014년에 쓴 글이에요. 글쓰기 전 5년 동안 뉴스와 저널을 보며 관련 정보를 수집했죠. ‘ 혼밥’ 기사를 읽고 나면 다음 날 학교와 회사에서 90년대생
친구들을 만나 물어봤죠. “혼밥 왜 해?”, “휴대폰 없이 혼밥 할 수 있어?”라고요.
회사 다니면서 글쓰기 쉽지 않았을 것 같아요.
오히려 반대예요. 지금보다 직장 다니면서 글 쓰는 게 더 편했어요. 정해진 일이 끝나면 카페에 가서 5~6시간씩
글을 썼어요. 육아휴직을 하고 아이를 키우면서 글을 쓰려니 너무 힘들더라고요. 육아는 일과 삶의 경계가 굉장히 모호하거든요. 시간을 내기가 어려워요. 신문 칼럼과 달리 브런치의 장점은 독자들의 댓글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는 점이겠죠.
브런치에서 연재할 당시 댓글에 영향을 받은 적 있나요?
한번은 댓글이 엄청 달린 적이 있어요. 문과와 이과에 대한 글을 썼는데 카카오톡 메인에 올라가면서 10만뷰를 훌쩍 넘겼어요. 갑자기 밤에 알람이 울리기 시작하는데 문과 대 이과로 갈려 댓글 싸움이 났더라고요. 남녀는 물론 세대가 나뉘어 갈등을 빚는 이유는 역시 먹고살기 힘들어졌기 때문 아닌가 생각했죠.
“대상이 아니어서 운이 좋았어요.” 임홍택 작가는 제5회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에서 은상을 수상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9급 공무원 세대’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많다고만 생각했지, 출간은 생각지도 않았다고 했다. 하지만 브런치에서는 30여 개 출판사에 원고를 보내주었고, 작가는 웨일북과 출간 계약을 할 수 있었다고 한다. 작가는 브런치 덕분에 <90년생이 온다>가 성공을 거뒀다고 재차 강조했다. <90년생이 온다>의 성공은 브런치뿐만 아니라 브런치의 작가들과 출판계에도 영향을 끼쳤다. 출판계는 브런치에서 새로운 관점과 밀도 높은 감각의 콘텐츠를 찾기 시작했고, 브런치 작가들은 더 넓은 시장에 글을 발표할 기회를 얻게 됐다. 대상이 아니어도 기회가
온다는 게 작가의 요지였다.
글을 쓰는 만큼 다른 작가의 글도 자주 읽었을 것 같아요. 영감이나 자극을 받은 콘텐츠는 무엇이었나요?
오상익 작가의 ‘강연의 시대’를 재미있게 봤어요. 브런치에는 토막글들이 되게 많아요. 요즘은 직장 관련 글들이 많죠. 소셜미디어에 그룹이나 개인이 공유하는 글들은 대부분 브런치에 많더라고요.
책을 쓰고 나서 90년대생의 반응 외에 동세대, 또는 그 윗세대 반응은 어땠나요?
공통적으로 하는 말이 있어요. 서로 자기 세대 얘기도 좀 써달라고요. 하하. 이해받길 바라는 거죠. 각자 자신이
지고 있는 십자가의 무게가 있는 것 같아요. 사실 전 90년대생을 좋아하지도 싫어하지도 않아요. 그렇다고 관심
있는 특정 세대가 있는 것도 아니에요. 그저 그 사람이 좋으면 돼요. 회사 생활 하다 보면 좋은 선배들도 참 많아요. 회사에서는 그 사람이 성장해온 시대와 환경을 추측하면 행동이 이해되는 경우가 있어요. 세대를 이해하는 건 불가능에 가깝지만 인지 정도는 노력으로 할 수 있잖아요. 인지할 수 있으면 서로를 이해할 수 있어요.
곧 2020년이 오는데요. <90년생이 온다>를 쓸 때와는 또 다른 문화가 생겨나겠죠?
예상하기 어렵지만 확실히 세대의 경계가 좁혀지고 있는 것 같긴 해요. 트렌드도 굉장히 빨리 바뀌고 있어요.
온라인에서는 늘 새로운 정보가 들끓고요. 소비자들은 진실과 거짓을 구분하는 데 어려움을 호소해요. 그리고
부정적인 것들에 영향을 받기가 쉬워져요. 책이나 언론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질 것 같아요.
‘사람들은 더 신뢰할 수 있는 매체를 찾게 될 것이다’ 이렇게 정리하면 될까요?
신뢰를 어떤 식으로 찾을 것인지가 중요하겠네요.
(출처: Partners with Kakao 2019, Vol.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