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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카카오페이지 만나 85만부 대박 '달빛조각사'

카카오페이지 X <달빛조각사> 남희성 작가

게임, 웹툰으로 재탄생한 전설의 웹소설 <달빛조각사>의 12년간 연재가 끝났다.

카카오페이지와 함께한 영광의 시간을 돌아보았다.


<달빛조각사>는 한국 게임 판타지 소설 중 최대의 베스트셀러이자, 게임 판타지 장르를 개척한 전설의 웹소설이다. 지난 7월, 12년 6개월간의 대장정이 끝났다. 연재 기간 동안 웹소설 시장은 큰 변화를 겪었다. 독자수가 비약적으로 늘었고, 시장은 확장되었으며, 모바일 게임과 웹툰, 드라마 등으로 재생산되는 추세다. 사전 예약만 320만건에 달하며 화제를 모은 모바일 게임 <달빛조각사>의 원작자 남희성 작가와 지난 12년을 추억했다.



<달빛조각사>를 12년 동안 연재했어요. 끝낸 소감이 어때요?

12년보다 훨씬 더 오래된 것처럼 느껴졌어요. 비슷한 소설을 한 편씩 쓰면 금방 50대, 70대가 되겠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어요. 연재 기간에 따른 부담이나 미련은 별로 없는 것 같아요. 그동안 새로운 이야기를 너무 쓰고

싶었거든요. 


휴재 기간도 있었지만 대체로 부지런히 글을 써왔어요.

매일 글을 써요. 어딘가에 연재하지 않아도요. 글을 쓴다는건 운동선수의 훈련과 비슷한 것 같아요. 안 쓰면 금방 감을 잃어요. 원래 속도대로라면 1년에 10권은 써야 하는데 <달빛조각사>를 쓰면서 창작에 대한 감각이 많이 퇴화될 것 같아서 습작을 써보기도 하고 엉뚱한 짓을 좀 했어요.


<달빛조각사> 게임은 어떤가요? 직접 플레이해봤나요?

개발 단계부터 6개월에 한 번씩은 했던 것 같아요. 최초 개발 버전과 업그레이드 버전, 그다음은 카카오게임즈와 계약하고 나서 해봤어요.


게임의 인기가 엄청나요. 사전 예약만 320만건을 돌파했고 실검 1위에도 올랐죠.

마케팅의 도움이 컸다고 생각해요. 예상보다 예약자가 많아서 <달빛조각사> 이름을 들어봤거나 원작을

한두 권이라도 읽은 독자들이 아닐까 생각했어요. 


6년 정도 연재를 하다가 2013년부터 카카오페이지로 기반을 옮겼어요. 모바일 앱 플랫폼이 도전으로 느껴졌을

것 같아요. 카카오페이지에서의 연재가 작업에 어떤 영향을 미쳤나요?

전자책 시장이 커져 나가고 있을 때 카카오페이지에서 사업을 확장했어요. 그때 출판사에서 카카오페이지로

옮겨보자고 권유했죠. 처음에는 별생각 없었어요. 홍보나 판매 부분은 제 영역이 아니라고 여겼거든요. 몇 명이나 봐줄까 하는 의구심도 있었고요. 그런데 생각보다 많은 독자들이 보고 찾아와주더라고요. 독자들이 그렇게

부지런한지 처음 알았어요.


<달빛조각사>는 카카오페이지의 구원투수라는 평가도 있어요.

초반에만 잠깐 그랬을 거예요. 카카오페이지의 비즈니스 모델이 워낙 좋았기 때문에 잘된 것이죠. 카카오페이지가 만화 플랫폼을 시작했을 때는 만화는 만화방에서 빌려 보는 정서가 있었거든요. 비용도 저렴했고요. 그래서 딱히 매력적이지 않았을 거라 생각했어요. 그런데 개편을 통해 전자책 플랫폼으로 확대되면서 흥하기 시작했죠. <달빛조각사>는 운 좋게 그때 들어간 것뿐이에요. 


작가마다 글에 대한 만족 총량의 법칙이 다른 것 같아요.

속편을 하면 망한다는 말이 있었어요. <달빛조각사>는 길게 연재하는 장편소설이기 때문에 결국에는 초반

인기나 재미 요소들을 우려내는 부분이 있거든요. 장편을 연재하면서 재미를 느끼기는 쉽지 않은 것 같아요.


웹소설의 인기 때문인지 요즘에는 취미로 단편소설을 쓰고, 공유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제 주변에도 그런 사람들이 있어요. 드라마나 시나리오를 쓰면서 화상통신으로 글 쓰는 모습을 공유하기도 해요. 저 같은 경우는 대중성에 맞추다 보니까 깊이 있는 글은 어느 순간부터 아예 못 쓰겠더라고요. 안 쓴 지 너무 오래돼서.


많은 사람이 읽는 글을 쓰는 게 더 보람 있지 않아요?

꼭 그렇지는 않아요. 독자가 늘어날수록 부담과 스트레스가 생겨요. 온라인 연재물은 댓글 반응도 살펴봐야 하니까요. <달빛조각사> 이전 작품은 인기가 없는 편이었어요. 작가에게는 쓰는 즐거움도 무척 중요한데요. 인기가 없던 때가 더 재밌었던 것 같아요. 하지만 자기만족만 추구하다 보면 대중성을 잃어버리게 돼요. 그 둘을 맞추기가 항상 힘들어요. 그래서 무의식적인 영역을 컨트롤하려고 노력해요.


무의식적인 영역이라면?

블록버스터 영화나 미드를 보며 구조를 관찰해요. 마니악한 글은 일부러 보지 않고 대중적인 생각을 많이 하려고 노력하죠. 너무 대중적이면 식상하게 느껴지잖아요. 흔하지 않은 소재를 대중적으로 가공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인데, 그것들을 잘 융합시키는 게 중요해요.


지금 유행하는 대중적인 감각을 융합시키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영화 <트랜스포머>에 나오는 로봇 자동차가 대중적인 소재는 아니잖아요. 하지만 관람객들은 주인공에게

좋은 차가 생길 거라는 기대심리를 갖게 돼요.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방식은 또 굉장히 대중적이에요. 그런

구조들을 연구하고 있어요.


궁금한 것은 12년이라는 시간이었다. 가상현실 온라인 게임이라는 소재로 한 세대가 넘는 기간 동안 독자들을 매혹시킬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이었을까. 남희성 작가는 매회 이야기를 전개하면서 시대의 흐름과 새로 출시된 아이템에 촉을 곤두세우고 있었다고 한다. 독자들이 재미있어할 이야기인지, 흥미로운 소재인지 매일 밤 잠들기 전까지 고민했다. 물론 그의 판단이 항상 성공하는 것은 아니었다. 그럼에도 독자들이 <달빛조각사>에서 공감을 얻은 것은 작가의 진정성 덕분일 것이다. 작가는 자신의 실제 삶에서 겪은 사건들을 토대로 이야기를 풀어냈고, 여기에 특유의 긍정적인 마음가짐과 유머를 섞었다. 독자들은 주인공이 비범한 능력을 가진 완벽한 인물이 아닌 자신과 비슷한 삶을 살아가기에 소설에 몰입할 수 있었다.


이야기의 소재는 어디서 얻나요?

새롭게 출시되는 아이템이나 트렌드 등 시대의 흐름에 대해 항상 눈을 부릅뜨고 있죠. 소위 이게 먹힐까, 안 먹힐까를 1년 내내 고민하면서 살아요. 그렇게 고민을 하다가 두세 달이 지나면 어느 정도 구체화가 되고 또 거기서 시간이 흐르면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돼요. 물론 그 판단이 꼭 맞지는 않아요. 


<달빛조각사> 주인공 위드는 시대상을 반영한 인물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위드의 탄생 배경이 궁금합니다.

집필을 시작했을 때 제 환경이 너무 어려웠어요. 당장 그달 먹고살 돈이 없을 정도였거든요. 그래서 주인공에게

더 감정이입이 됐던 것 같아요. 가난한 주인공이라는 설정이 진부할 수 있지만 힘든 줄 모르고 밝고 자유분방하게 사는 점이 저와 닮은 지점이었죠.


구체적으로 어떤 장면이 작가님과 비슷한가요?

소설 내용 중에 위드가 약간의 사치를 부리며 200원 더 비싼 소금을 사는 장면이 있어요. 제 이야기를 녹인 장면이죠. 주인공을 통해 감정 해소를 했던 것 같아요. 처음 연재할 때만 해도 이렇게까지 오래 쓰게 될 줄 몰랐어요.

시즌제로 가도 되는 것인가에 대한 스트레스가 많았어요. 그래도 즐겁게 쓰려고 노력했어요.


<달빛조각사>가 인기를 끌면서 비슷한 게임 판타지 장르의 소설이 많이 나왔어요. 독자들이 이 장르에 열광하는 이유는 뭘까요?

소설과 게임이 맞물리기 때문인 것 같아요. 모든 사람이 게임 개발자들이 의도한 재미를 경험할 수는 없거든요.

인생과 비슷하죠. 재밌게 사는 사람, 재미없게 사는 사람이 있는 것처럼. 그런데 소설 속에선 재미를 경험하는 게 가능하죠. 가상의 현실이라는 세계관 안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들이 독자에게 또 다른 재미를 선사한다고 생각해요. 일반 소설에는 없는 재미죠.


<달빛조각사>의 정교한 설정들은 어떻게 구상했나요?

대부분 창작이에요. 요즘은 롤이 인기를 얻으면서 롤 관련 소설들이 나오고 있어요. 저 같은 경우는 ‘MMORPG’가 기반이에요. 여기에 예전에 했던 게임들을 떠올리면서 재미있는 부분을 참고해 하나로 묶었어요. 설정 강한 소재들은 독자들이 싫어하는 경향이 있어서 가볍게 시작했다가 장편이 되면서 구체화됐고요.

주인공의 모험이 길어지면서 자연스럽게 세계관이 만들어졌어요.


연재가 오래될수록 캐릭터들이 스스로 살아 이야기를 전개해나가는 경우가 있어요. 작가의 의도와는 달리

컨트롤할 수 없는 캐릭터가 된다고 할까요?

그게 한국 소설과 미국 소설의 차이점인 것 같아요. 일본 소설은 캐릭터가 받는 감정을 중요시한다면 미국

소설에는 캐릭터들이 성장하면서 변화하는 좀 더 극적인 요소들이 있어요. 한국 소설은 처음 설정대로 가는

약간 평이한 구조랄까. 주인공이나 조연 캐릭터들이 초반과 달리 이미지가 확 바뀌게 되면 독자들 입장에서 받아들이기 쉽지 않은 것 같아요. 고정관념이 생기고 나면 캐릭터 성장이 쉽지 않아져요. 많은 캐릭터들이 모두 다 다르게 성장을 하면 이야기는 뒤죽박죽되거든요. <달빛조각사>를 쓸 때 이런 부분을 억제했죠.



웹툰과 게임 시장만이 아니다. 한국 드라마 시장도 웹소설에 주목한다. 기발한 아이디어와 트렌디한 감각,

다양한 장르로 무장한 웹소설 시장은 다른 장르에서 군침 흘리는 아이템 황금어장이다. 그중에서도 < 달빛조각사>는 황금잉어다. 12년 6개월간의 연재라는 기록 외에도 총 1,450회 연재, 누적 500만뷰, 58권의 단행본, 85만권 판매, 해외 수출은 물론이고 14개국 언어로 번역되기도 했다. 또한 카카오페이지의 초창기 멤버이자 성장의 원동력이 되어준 든든한 마무리 투수이기도 하다. 연재가 종료된 이후에도 모바일 게임과 웹툰으로 재생산되는 <달빛조각사>의 전설은 아직 진행 중이다.


<달빛조각사> 웹툰이 시즌 3 연재를 시작했는데 원작자로서 웹툰에 기대하는 건 무엇일까요?

재창작물이라는 생각 때문인지 딱히 바라는 건 없어요. 웹툰이 됐든 게임이 됐든 다른 재미와 상상력이 더해질 수 있겠죠. 독자들이 가볍게 볼 수 있을 것 같아서 좋아요.


다른 장편소설에 비해 웹소설이 갖는 장점은 독자의 피드백이 실시간으로 이루어진다는 점 아닐까요?

그렇죠. 하지만 모든 피드백을 반영할 수는 없어요. 그랬다가 산으로 가는 소설들을 많이 봤거든요. 오히려

욕먹으며 쓴 글이 잘되는 경우도 많아요. 물론 영감을 주는 피드백도 있어요. 취사선택을 잘해야죠. 한국 독자들이 직관적인 데 비해 미국 독자들은 분석적이에요. 글을 좀 더 내밀하게 보는 거 같아요. 냉철한 평들이 많아요. 작가로서 독자의 피드백은 겸허히 받아들일 줄 알아야 하죠.


작가님에게 카카오페이지는 어떤 의미일까요?

어느덧 카카오페이지에 40권 분량의 책이 쌓였어요. 많은 작가들이 카카오페이지에서 독점으로 연재를 하고

있죠. 카카오페이지가 작가들을 먹여살리고 있는 셈이에요. 저 역시 카카오페이지가 없었더라면 전형적인 글들을 많이 썼을 거예요. 지금 카카오페이지는 작가들이 다양한 글을 쓸 수 있는 배경이 되는 것 같아요.


(출처: Partners with Kakao 2019, vol.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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