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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스타워즈에서 승리호까지 슈퍼웹툰을 만들다

카카오페이지 × 다음웹툰 슈퍼웹툰 프로젝트 <승리호> 홍작가

2092년 우주 쓰레기 청소선 승리호 선원들이 대량살상무기로 알려진 인간형 로봇 도로시를 발견한 후 위험한 거래에 뛰어든다. 넷플릭스에서 상반기 기대작으로 꼽히는 영화 <승리호>의 줄거리이자, 다음웹툰과 카카오페이지에서 인기리에 연재 중인 웹툰 <승리호>의 내용이다.


‘승리호 유니버스’ 프로젝트는 2년 전 시작됐다. 태동은 조성희 감독과 영화사 비단길에서 10년 가까이 준비한 시나리오였고, 촬영 단계부터 투자배급사인 메리크리스마스와 카카오페이지의 협업으로 웹툰 제작을 결정했다. 웹툰으로 ‘승리호 유니버스’의 일부를 담당한 주인공은 홍작가다. 완결 웹툰이 극화된 사례는 많지만, 같은 뿌리에서 가지를 치는 ‘IP(지식 재산권) 협업’은 국내에선 거의 처음이다. 심지어 한국 최초의 우주를 배경으로 한 ‘스페이스 오페라’다. 2006년 데뷔작 <도로시밴드> 이래 판타지·스릴러·오컬트를 버무린 <안되는 건 안되는 거다>, <스타워즈> 등으로 다양한 시도를 해왔던 홍작가에게도 여러모로 새로운 경험이었다.



안팎으로 우리 웹툰의 진가를 알아보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 가운데 카카오페이지는 플랫폼 역할을 뛰어넘어 ‘IP 유니버스’를 통해 개별 지식재산(IP)의 라이프 사이클을 확장해 작가, 콘텐츠 사업자(CP), 파트너사가 함께 성장하는 선순환 구조를 더욱 견고히 다져나가고 있다. 


16년 동안 쉬지 않고 활동해온 홍작가는 웹툰업계가 더 성장하기 위해 꼭 갖추어야 할 조건으로 다양성을 강조했다. “잘되는 장르 위주로 쏠림 현상이 나타나는 것을 경계해야 해요. 지금의 웹툰이 사랑받는 이유도 기존의 이야기를 답습하지 않고 새로운 이야기를 펼쳐냈기 때문이죠.” 홍작가는 작년 11월 웹툰 전문회사 ‘슈퍼코믹스스튜디오’와 전속 작가 계약도 맺었다. 카카오페이지는 슈퍼코믹스스튜디오를 통해 인기 지식재산을 발굴하고 웹툰 제작부터 배급, 유통까지 전 과정에서 플랫폼과 협력해 작가가 가지고 있는 지식 재산권의 가치를 극대화시킨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다음웹툰과 카카오페이지가 만들어갈 ‘IP 유니버스’에서 펼쳐질 홍작가의 활약이 더욱 기대된다. 


국악고등학교에서 대금을 전공하셨다고 알고 있습니다. 웹툰을 그리게 된 계기가 궁금하네요.

대금 특기생이었는데, ‘연주 잘한다’는 칭찬보다 ‘낙서를 잘 그린다’는 소리를 많이 듣는 학생이었죠. 교실에서 친구들에게 선생님들 얼굴을 그린 그림을 보여주며 즐거워했어요. 졸업하고 무작정 찾아간 애니메이션 <마리 이야기> 원화 팀에 운 좋게 채용된 인연으로 여기까지 왔습니다. 그 후에도 게임회사에 다니면서 그냥 취미처럼 했어요. 2006년 다음의 ‘나도 만화가’란에 올린 데뷔작 <도로시밴드>도 가벼운 마음으로 그렸고, 고료도 지금과 비교가 되지 않았죠. 본업이 있으니, 돈에 얽매이지 않을 수 있었죠. 


전업작가가 된 특별한 계기가 있으셨나요?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글을 바탕으로 한 학습만화 프로젝트가 있었는데, 어느 정도 인세를 받을 수 있는 좋은 조건의 계약을 제시 받았어요. 당시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판매 부수를 보장하는 인기 작가여서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어 덜컥 회사를 그만뒀어요. 다른 만화작가들도 참여하는 프로젝트였는데, 초반에 몇 권이 나오고 제 차례 전에 엎어졌어요. 얼떨결에 전업작가가 됐죠. 지금 와서 보면 전화위복이 됐지만, 그때는 앞이 캄캄했어요. 결혼한 지 얼마 되지 않았고, 아내는 임신한 상태였거든요.


작가님에게 다음웹툰/카카오페이지는 어떤 의미인가요? 

흔한 표현으로 ‘마음의 고향’이라고 하잖아요. 웹툰 초창기부터 함께 커왔어요. 계속 작업했던 시스템도 익숙하죠. 다른 포털은 에이전시를 끼고 작업한 반면 다음웹툰/카카오페이지는 직접 담당자님과 소통하며 협업하기 때문에 아무래도 좀 더 친밀하게 느껴지고요. 


웹툰 플랫폼을 두루 경험해보셨는데, 작가로서 느끼는 각 플랫폼별 특징이 있을까요?

지금은 오히려 경계가 흐려진 것 같아요. 예전에는 다음웹툰 독자층의 연령대가 높은 편이고, 네이버웹툰은 학생들이 많다는 의견들이 있었는데, 지금은 비슷해요. 다만 유료와 무료 플랫폼의 차이는 좀 있는 것 같아요. 웹툰 업계에도 요즘 유행하는 로맨틱판타지 등 특정 흐름이 분명히 있는데, 유료 플랫폼에서 트렌드가 확실히 두드러지는 경향이 있죠.



현재 전개 중인 ‘슈퍼웹툰 프로젝트’에 대한 작가님의 개인적인 기대가 궁금합니다. 

처음에는 마케팅 프로모션 캠페인 정도로 생각했어요. 직접 경험해보니, 역사와 작품이 쌓이면 앞으로 굉장히 좋은 가치를 창출하게 될 것 같습니다. 이 프로젝트 안에서 작가의 역할은 좋은 작품을 그리는 것이고요. 다만 거대한 규모의 프로젝트에도 좀더 다양성 있는 시장이 열리면 좋지 않을까 싶어요. 


‘승리호’ 시나리오를 웹툰화 하게 된 과정에 대해 말씀 부탁드려요. 

다음웹툰 박정서 대표님이 “송중기, 김태리 주연의 SF 영화가 있는데, 웹툰 작업을 해보겠냐”고 제안하셔서 흔쾌히 한다고 했죠. 시간이 지나 막상 시놉시스를 받아보고 나서는 제가 잘 할 수 있을까 고민했습니다. 그래서 세계관만 공유하는 전혀 다른 이야기를 떠올렸고, 넷플릭스의 <러브 데스 로봇> 같은 SF 단편 모음집 같은 아이디어를 구성했죠. 그런데 영화투자배급사 메리크리스마스 측에서 ‘기본 스토리는 같이 끌고 가보자’는 의견을 주셔서 또 고민의 시간을 갖게 됐죠. 결국 해보자 해서 지금에 이르렀습니다.


고민도 치열하게 하셨네요. 이미 만들어진 시나리오의 세계관과 캐릭터로 창작물을 만드는 과정은 많이 다를 것 같습니다. 

<승리호>는 틀이 정해져 있어 캐릭터를 만드는 것이 힘들지는 않았어요. 하지만 제가 하는 해석과 공동으로 작업하시는 분들의 해석이 다를 수 있으니, 그게 좀 까다롭죠. 이야기를 같이 설계해나가는 느낌이었습니다. 하지만 좀 다른 부분들도 있어요. 가령 웹툰에서 종종 보이는 개그 포인트는 제가 그냥 넣은 것이에요. 코로나 때문에 영화 <승리호>를 공개하는 시점이 늦춰졌는데, 그대로 진행하다가는 영화 스포일러가 될 것 같아 채워 넣었습니다.


작품 활동을 하시면서 기억에 남는 피드백이 있으신가요?

<스타워즈> 웹툰을 작업했을 때 초반 20화 정도까지 팬들에게 DM과 메일을 엄청 많이 받았어요. 몇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외국 팬들에게 메시지를 받을 정도죠. 저도 <스타워즈>의 팬이기는 하지만, 언제적 작품인데요. 새삼 명작의 파워가 대단하다는 걸 느끼고 있습니다.


작가님 작품은 다양한 소재와 이야기를 넘나드는데요. 그 중 <승리호>, <스타워즈> 작업이 모두 우주 SF입니다. 평소 SF에 관심이 많으신가요?

SF는 어떤 소재든 다룰 수 있고 자유로운 전개를 펼칠 수 있어요. 일상적인 생활을 하며, 어떤 작은 가능성을 발견하죠. 그것이 사건이 되고 스토리가 되고, 결국 콘텐츠가 된다고 생각합니다. 일상에 숨어 있는 판타지나 SF적인 요소를 발견하려고 해요.


데뷔작 <도로시밴드>의 마지막에 “아주 특별한 경험은 일상 어딘가에 떨어져서 발견되길 기다리는 동전 같은 것”이라는 대사가 나오죠. ‘일상의 발견’이라는 메시지가 이어지네요.

소소한 일상을 다룬 ‘일상툰’만 일상을 다루는 건 아닌 것 같아요. 일상이 누군가에게 호러일 수도 있고, 로맨스가 가득한 곳일 수도 있죠. 소재가 바뀌거나 스릴러, SF 등 장르가 바뀌어도 결국은 일상에 대한 이야기인 것 같아요.


창작활동을 하며 도움을 받은 다음웹툰/카카오페이지의 지원제도나 시스템이 있으신가요?

다양하고 폭넓은 활동을 할 수 있는 기회 제공이 가장 큰 지원이죠. 승리호 프로젝트, 스타워즈 프로젝트 모두 다음웹툰 대표님이 연결시켜 주셨어요. 오랜 시간 쌓인 관계를 통해 작가의 성향을 파악할 수 있어야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또 다음웹툰/카카오페이지에서 각 작가들에게 들어오는 강연, 인터뷰, 업체 미팅도 관리해주셔서 작업에 더 몰두할 수 있고요. 그밖에 여러 실무적인 지원과 건강검진 혜택도 있어요.


지난 11월 윤태호 작가, 네스티캣 작가, HUN 작가가 소속되어 있는 카카오페이지의 자회사 스튜디오 슈퍼코믹스스튜디오와 전속작가 계약을 하셨습니다. 전폭적인 지원이 가능할 것 같아요.

꾸준한 작품 의뢰와 다양한 작품 소재 제공 등 작품 기획, 제작 등에 있어 체계적인 프로듀싱을 받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안정적인 작품 활동이 가능한 창작 환경은 물론 제가 만든 작품이 더 빛이 날 수 있게 하는 매니지먼트도 기대됩니다. 



2014년 카카오페이지가 도입한 ‘기다리면 무료’라는 비즈니스 모델 도입이 웹툰업계에 미쳤던 영향이 어느 정도였는지 작가 입장에서 의견이 궁금합니다.

경제적인 도움도 무시할 수 없지만 기다리면 무료가 도입되면서 콘텐츠를 유료로 소비할 수 있도록 하는 개념의 변화를 일으킨 것이 가장 큰 성과라고 봅니다. 처음 나왔을 때 많은 사람들이 ‘기다리면 무료인데, 누가 돈을 내고 볼까?’라고 생각했었는데, 어느새 콘텐츠에 비용을 지불하는 것이 당연한 세상이 되었잖아요. 몇 년 사이에 인식이 확 바뀌었습니다. 


‘기다리면 무료’는 웹툰과 웹소설 시장의 유료화를 이끄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고, 이를 계기로 이 산업 자체의 발전에 큰 기여를 했다고 생각합니다. 유료서비스를 도입하자고 했을 때, 몇몇 작가분들은 부담스러워 하셨어요. 실제로 ‘돈독이 올랐다’는 댓글들이 달려 상처를 받기도 했죠. 하지만 생각해 보면 지금 몇 백 원으로 할 수 있는 것이 없는데, 웹툰은 볼 수 있어요. 적은 비용으로 ‘일상의 낙’을 구입하는 거죠.


창작하는 모든 캐릭터에 꼭 담고 싶은 매력이 있을까요?

전 오히려 자기복제는 지양하는 편이라서 어떤 특정한 매력이 있었으면 좋겠다기보다는 입체감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입체감에서 오는 독자들의 공감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이해가 되는 캐릭터랄까요. 


작화의 아이디어를 어디에서 얻으세요? 

그림책이나 미술 작품을 감상하는 것을 좋아해요. 예술 작품을 보고 있으면 생각을 달리하게 되고 관념을 넓혀주는 게 있거든요. 예전에 강의를 한 적이 있는데, 어린 친구들이 ‘웹툰체’라는 말을 쓰더라고요. 웹툰의 그림체가 정해져 있다고 생각하는 거죠. 그림체라는 개념에 갇히지 말고, 좀 더 다양하게 접근해 보면 좋을 것 같아요.


웹툰업계의 발전을 위해 다음웹툰/카카오페이지에 제안하고 싶은 게 있으실까요? 

다양한 장르를 독자들에게 보여줄 수 있는 창구가 마련되면 좋겠습니다. 잘되는 장르 위주로 쏠림 현상이 나타나는 것을 경계해야 해요. 지금은 로맨틱 코미디, 이세계물, 학원물 등이 대중적이죠. 그리고 만화를 즐기는 독자들이 웹툰으로 많이 넘어왔는데, 아직 완전히 넘어왔다는 생각이 개인적으로 들지는 않거든요. 서서히 각 장르나 서사를 즐기는 독자들도 더 많이 유입이 되지 않을까요? 웹툰은 새로운 소재를 풀어낼 수 있는 더없이 좋은 판이에요. 지금의 웹툰이 사랑받는 이유도 기존의 이야기를 답습하지 않고 새로운 이야기를 펼쳐냈기 때문이죠.


웹툰업계에서는 기술적으로도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승리호>를 통해 다음웹툰이 얼라이브를 처음 선보였죠. 

2016년 정도에 웹툰에 모션을 넣는 작업을 해봤는데, 당시에는 시기상조였던 것 같아요. 독자들도 처음에는 신기해 하다가 나중에는 그 기능을 끄더라고요. 하지만 그 때 안됐다고 해서 지금도 안된다는 법은 없죠. 웹툰만의 개성과 특징을 잘 살리면서 기존과는 다른 어떤 지점을 제대로 캐치한다면 웹툰 발전에 또 다른 전환점이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고참작가로서 웹툰을 시작하는 후배들에게 한 마디 부탁드려요. 

웹툰도 결국 만화예요. 시대에 맞게 형태를 바꿔가며 살아남은 것이죠. 웹툰의 미래는 과연 어떻게 될까에 대한 고민도 종종 합니다. 하지만 21세기에 시(詩)도 살아남았다고들 하죠. 만화, 영상, 음악 등 모두 시장이 요동치고 트렌드가 바뀌지만 기본적인 것은 변하지 않아요. 문화를 소비하는 유형과 방식의 변환점에서 사람들이 원하는 것들은 항상 있는 것 같아요. 작가는 중심을 잡고 콘텐츠라는 본질에 집중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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