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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홍콩까지 사로잡은 우리동네 '명인오가네'

카카오 소신상인 프로젝트 with 오은영 명인오가네 사장

“예전에 손님에게 소식을 알리기 위해 전화번호를 물어보면 거부하시는 분들도 많았고, 쉽지 않았죠. 이제는 ‘톡채널’ 추가만 요청하면 되니 너무 간단해졌어요. 할인 소식 보내드린다고 하면 다들 좋아하세요.
소통이 훨씬 편해졌고, 재밌어졌어요.”


서울 광진구 자양전통시장에 위치한 명인오가네에는 간장게장 등 온갖 밥도둑이 모여 있다. 오은영 사장은 오늘의 손님이 평생 단골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리고 오늘 건넨 간장게장 한 통이 암환자의 입맛을 찾아주는 마법을 부리고, 더러는 해외로 건너가 K푸드의 위상을 높인다는 것도 경험해 왔다. 그래서 수출까지 하는 지금도 한결같이 자양전통시장 점포를 지키고 있다. 이 자리만큼은 사장이 지켜야 한다는 ‘소신’ 때문이다.

오 사장은 오는 손님만 응대하는 것이 아니라 ‘톡채널’을 활용해 할인 소식을 올리는 등 적극적으로 소통한다. 여기에는 카카오 소신상인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전개한 ‘우리동네 단골시장’ 프로그램 중 디지털튜터의 1:1 교육이 큰 도움이 됐다. 카카오는 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해 디지털 교육 외에도 채널 메시지 비용 지원 및 키트 제공, 현장 이벤트 등을 진행하고 있다.


자양전통시장에 자리 잡은 지는 얼마나 되셨어요?


스무 살부터 장사했는데, 5~6년 전 돈을 몽땅 잃고 바닥을 쳤어요. 겨우 대출받은 500만 원을 들고 자양전통시장에 왔어요. 처음엔 이 자리도 아니었고, 단기 월세 계약인 소위 ‘깔세’부터 시작했죠.


처음부터 게장이나 젓갈류를 판매하셨나요?

여러 가지 다 해봤어요. 그런데 보통 반찬가게는 반찬을 계속 만들어야 해서 2~4명은 있어야 해요. 어려울 때 인건비가 부담되더라고요. 그런데 게장이나 젓갈류는 혼자 새벽이나 밤에 만들고 낮에는 팔기만 해도 장사가 가능했어요. 시행착오를 거치고 손님들 반응도 보면서 전문화됐고, 덩달아 입소문이 났어요. 지난해 수출까지 하게 되면서 경기 포천에 공장을 지었어요. 여기서는 이제 판매만 하죠.


급성장이네요. 사업이 번창하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을까요?

재작년부터 운이 트인 건지 주문이 많이 들어왔어요. 어느 날 손님 한 분이 사 가셨는데, 알고 보니 소위 ‘보따리 장사’였어요. 스팸 같은 번호로 오는 전화를 계속 무시했는데 너무 많이 와서 한 번 받았더니 홍콩에서 온 수출 문의 전화였어요. 간장게장이 홍콩에서 그렇게 반응이 좋을지 몰랐어요. ‘2022 홍콩 식품 전시회’에 참여했는데, 행사 5일간 간장게장이 자주 동날 정도였죠. 싱가포르·베트남에도 수출되고 있고, 최근 중국·태국에도 샘플이 들어갔어요.


세계인의 입맛까지 사로잡은 비결이 궁금합니다.

특히 간장게장, 연어장, 새우장 등 간장으로 담근 반찬이 인기예요. 일단 매실을 많이 넣은 특제 간장으로 만들어 담백하고 감칠맛이 돌아요. 밥 한 공기 뚝딱이죠. 조미료나 방부제를 사용하지 않아 뒷맛이 깔끔해요. 짜거나 비릿하지 않고요. ‘건강은 행복을 담는 그릇’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항상 정직하게 정성을 담아 만들고 있어요.




기억에 남는 손님이 있으세요?

한 손님이 “암에 걸리신 어머니가 평소 잘 드시지 못했는데 여기 간장게장을 먹고 입맛을 찾으셨다”고 하시더라고요. 그 말 들으니, 돈을 많이 번 날보다 기분이 좋았어요. 또 단골이셨던 분이 돌아가셨는데, 자녀가 찾아와 “어머니가 여기 반찬을 정말 좋아하셨는데, 잘해주셔서 고맙다”고 했을 때도 마음에 오래 남았어요.


그만큼 음식에서 정성이 느껴졌나 봅니다. 단골손님으로 만드는 사장님만의 소통 비법도 궁금해요.

아무래도 시장에서 가장 반가운 건 할인 소식일 거예요. 소식을 알리기 위해 예전에는 손님에게 일일이 전화번호를 물어보고 저장해 놓았어요. 거부하시는 분들도 많았고, 쉽지 않았죠. 이름까지 묻기 어려워 손님마다 ‘수산1’, ‘수산2’ 등 번호를 매겨 저장했어요. 메시지 발신도 번거로웠죠.


그런데 지난해 카카오 소신상인 프로젝트의 ‘우리동네 단골시장’ 프로그램으로 카카오톡 활용 교육을 받았어요. 전화번호 물어볼 필요 없이 톡채널 추가만 요청하면 되니 너무 간편해졌어요. 카카오톡 안 쓰시는 분들 없고, 부담도 안 느끼시죠. 할인 소식 보내드린다고 하면 다들 좋아하세요. 톡채널에 ‘오늘은 간장게장 20% 세일합니다’라고 올려요. 톡채널 보고 오신 분들에게 선물이나 덤을 드리기도 하죠. 소통이 훨씬 편해졌고, 재밌어졌어요.

디지털 교육이 어렵지는 않으셨나요?

나이가 있다 보니 쉽지만은 않았는데, ‘찾아가는 디지털 과외’ 1대 1 교육이 효과적이었어요. 사진 잘 찍는 법도 개인적으로 큰 도움이 됐어요. 사진도 그냥 찍을 줄만 알고 젊은 친구들처럼 잘 찍는 건 몰랐거든요. 교육 후 최우수상까지 받았답니다.


사장님에게 자양전통시장은 어떤 곳인가요?

아무것도 없이 온 절 길러준 엄마 같은 곳이죠. 그래서 전 시장에서 ‘우리동네 단골시장’ 캠페인처럼 무슨 일이 있다고 하면 열심히 참여하는 편이에요.


공동체 의식을 가지고 함께 할 수 있다는 것이 전통시장 내 점포의 매력인 것 같아요.

가끔 장사하는 데 방해되고 귀찮다고 하시는 분들도 계세요. 그런데 당장 매출에 눈에 띄는 도움이 아니더라도 ‘너도 살고 나도 사는’ 활성화가 먼저라고 생각해요. 언젠가는 그 효과를 보게 되어 있거든요. 그리고 기회는 크고 작은 걸 가늠할 수 없어요. 소소한 것들 중 큰 결과로 이어지는 것이 있는 거죠. 가만히 있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아요.

굉장히 긍정적이고 능동적인 마인드예요.

예전에는 ‘우리나라가 나에게 해준 게 뭐 있나’라고 냉소적으로 생각하기도 했어요. 그런데 수출하다 보니 통역·홍보·마케팅 등 정부의 전방위 지원이 있었어요. 공장 지을 때도 저금리 대출을 받았고요. 최근에는 ‘대단한 대한민국’이라고 말하고 다녀요. 여기까지 오면서 자양전통시장, 정부, 카카오 소인상인 프로젝트까지 여러 도움을 받았거든요.


수출까지 하는데, 하루 종일 자양전통시장에서 직접 자리를 지키는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요?

여기서 만나는 손님 한 분 한 분이 모두 소중해요. 그냥 오셨던 분들이 단골이 되고, 더 나아가 수출 거래처가 되기도 하시죠. 그냥 한 번 팔고 마는 장사가 아니더라고요. 또 신기한 건 지금 함께 일하는 직원들이 전부 여기 자양전통시장에 오시던 손님이었어요. 계속 좋은 인연이 이어지는 이 점포만큼 소중한 게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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