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인터뷰] ‘제값’ 받고 재고 없이 꽃을 팝니다.

카카오메이커스 제가버치 with 이강훈 청운화훼 대표


‘밥은 굶을 수 없어도 꽃은 안보면 그만’이라고 많이들 생각하시죠. 
화훼 산업의 생리를 한번 바꿔보고 싶었습니다. 
그 과정에 ‘제가버치’처럼 직거래 판로를 개척해
유통 구조를 개선하는 것도 포함되어 있어요. 


‘재고 없는 생산’을 목표로 탄생한 카카오메이커스는 판로가 곧 ‘숨길’인 생산자에게 소비자와의 연결 기회를 제공한다. 2021년 8월에는 농어민의 땀이 서린 농·축·수산물이 ‘제값어치’를 받을 수 있도록 판로를 열어주는 ‘제가버치’ 프로젝트를 선보였다. 수요·공급 불균형으로 버려지는 농·축·수산물은 농어민에게는 소득 저하, 생태계에는 환경 비용으로 이어진다. 

행사 소비 위주의 꽃 시장에는 어김없이 비수기가 돌아온다. 고물가에 높은 인건비 등으로 생산 비용이 늘고 있지만, 소비는 제자리에 멈춰있다. 이 때문에 국내 화훼 시장의 규모와 농가는 점차 줄어가는 추세다. 이러한 어려움에 공감한 메이커스는 ‘제가버치’ 프로젝트를 화훼 농가로 확장했다. 그 첫 번째 주인공으로 전북 완주군에 위치한 청운화훼를 선택했다. 이곳에는 아버지를 이어 화훼 산업에 뛰어든 이강훈 대표가 있다. ‘제가버치’의 목표는 꽃을 사랑하는 ‘8년 차 청년 농부’의 얼굴에 사계절 웃음꽃이 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제가버치’에 어떻게 참여하게 됐나요?

카카오메이커스 측에서 먼저 농장에 방문해 주셨어요. 40년 가까이 꽃 농장을 운영하신 부모님의 뒤를 이어서 하고 있는데, 관련 기사를 접하셨던 것 같아요. 5월 가정의 달과 웨딩 시즌이 끝나면 화훼농가는 비수기에 들어갑니다. 휴가철에는 가정 내 꽃 소비도 뜸해지고요. ‘제가버치’의 도움이 필요했어요. 튤립과 겹백합을 각각 판매했는데, 비수기에 제값을 받아 상당히 큰 도움이 됐습니다. 7월 초 ‘카카오메이커스-완주군 농산물 유통망 확대를 위한 업무협약식’에서도 이 경험을 나눴습니다.


생산자 입장에서 ‘제값’을 이야기했는데, 소비자 입장에서도 꽤 합리적인 가격이어서 더 반응이 좋았죠.

직거래 형태여서 가능한 거죠. 도매 시장이나 경매장보다 수수료가 저렴하고 중간 단계에 들어가는 비용이 절감되거든요. 일반적인 유통 과정은 도매시장이나 경매장으로 꽃을 보내면, 도매상을 거쳐 꽃집에 도착해요. 꽃집까지 2~3일이 소요되는데, 여기에서도 고객의 손에 가기까지 시간이 걸리고요. 수확 후 하루 만에 받는 것과 4~5일 후 받는 것은 시간과 비용 모두 차이가 있죠.


결과적으로 소비자들도 ‘제값 하는’ 예쁘고 싱싱한 꽃을 며칠 더 볼 수 있겠네요.

이러한 직거래의 이점을 살리기 위해 출고 시기에 맞춰 절화하는 주문 제작 시스템을 도입했어요. 종자를 미리 흙에 심고 저온 창고에 보관했다가, 출고 시기가 되면 꺼내 따뜻한 온도에서 재배 후 절화해요. 할로겐 방열 등을 통해 생육 속도를 균일하게 맞추고요.

‘제가버치’ 판매 성과는 어느 정도였나요?

주문 속도가 상당히 빨랐어요. 튤립 700개가량이 거의 이틀 만에 매진 됐거든요. 상당히 들뜬 상태로 정말 열심히 배송했어요.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120% 정도 증가했어요. 비수기여서 당시 시세가 생산비를 고려했을 때 거의 원가에 가깝게 떨어져 있었는데, 제값을 받은 것이 큰 역할을 했죠.

 

‘비수기 제값’이 중요한 포인트네요. 매출 증대나 재고 처리 외 장점도 있을까요?

결과적으로 판로가 추가된 건데, 한 곳에 쏠리던 물량을 다른 곳에서 소화할 수 있게 되면 가격 안정화가 가능해져요. 유통 구조가 개선되는 거죠. 또 생산자가 판매에 나설 때 가장 어려운 게 홍보와 모객인데, 메이커스는 이미 모든 게 갖춰져 있다는 것도 큰 장점이에요.


겹백합은 평소 보지 못한 꽃이었어요. 평소 신품종 도입에도 신경을 많이 쓰는 편인가요?

백합은 원래 꽃잎이 6장만 나오는 홑꽃인데, 겹백합을 육종한 거죠. 도입된 지 3년 정도여서 처음 보신 분들이 많았을 거예요. 그래서 더 인기가 많았죠. 지속적인 판매가 가능해지려면 소비자의 다양한 니즈를 충족해야 해요. 그래서 예전에는 백합만 했다가 튤립·프리지아·칼라·라넌큘러스 등으로 품종을 다변화했어요. 혼합 구성도 해보고요. 온라인 시장은 소비자 니즈를 파악하기에도 유리하죠.


꽃은 후기도 예쁘더라고요. 튤립은 1,800여 명이 재구매 알림을 설정할 정도로 만족도가 높아 보입니다.

좋은 후기 자체로 홍보가 되니 더없이 감사하죠. 더 신경 써서 키워야겠다는 다짐도 하게 되고요. 온라인 시장에 처음 발을 들였을 때는 가끔 보이는 따끔한 후기에 상처받기도 했어요. 그런데 덕분에 어떤 부분에서 문제가 생기는지 파악할 수 있더라고요. 모든 피드백을 재산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몇 해 전 온라인 유통 채널에 대한 필요성을 언급한 인터뷰 기사를 봤어요.

생각만 하던 차에 얼마 지나지 않아 코로나19가 터졌어요. 결혼식·축제 등 행사가 모두 취소되고 꽃 소비가 멈췄어요. 자식처럼 키운 꽃을 버려야 했기에 하루라도 빨리 방법을 찾아야 했죠. 부랴부랴 농산물 카페에 게시물을 올려 판매했어요. 그 경험이 있어 메이커스 판매도 빨리 적응해서 무리 없이 마무리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당시 정말 절박하셨을 것 같습니다. 꽃은 생필품이 아니어서 경제 상황에 더 큰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데, 시작할 때 고민은 없으셨어요?

‘밥은 굶을 수 없어도 꽃은 안 보면 그만’이라고 많이들 생각하시죠. 부모님이 오랜 기간 화훼농장을 하셨기 때문에 경제 상황에 따라 부침이 있다는 건 익히 알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오히려 화훼산업의 생리를 한번 바꿔보고 싶었습니다. 농사만 짓는 1차 산업에서 생산·가공·서비스까지 아우르는 6차 산업으로 하나씩 실행해 나가고 있는 단계예요. 그 과정에 ‘제가버치’처럼 직거래 판로를 개척해 유통 구조를 개선하는 것도 포함되어 있고요. 또 시대가 발전하고 삶이 여유로워지면 마인드도 바뀌어요. 지금보다 더 꽃을 사랑하는 시대가 온다고 믿습니다.


국내 화훼산업이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하다고 보시나요?

농촌 청년 인구 감소가 화두인데, 꽃은 타 농산물에 비해서도 청년 비율이 아주 낮아요. 경작 정보 부족이나 시설 설치 비용 등 진입장벽이 있거든요. 그리고 무엇보다 가격 변동이 크고 수요가 불확실하죠. 확실한 판매처가 있어야 하는데 판로를 뚫기도 쉽지 않고요. 다방면의 지원책이 있어야겠지만, 일부는 ‘제가버치’로 해결하고자 하는 것들과 일맥상통하네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