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광대
생각보다 어려운 과정입니다. 저의 작업을 글로 써보려 하니 막막하기만 하네요. 하지만 용기를 내어 써 내려가보도록 하겠습니다. 해당 작업은 2021년 5월 29월부터 12월 29일까지의 작업기를 모아 정리한 내용입니다. 저의 작업물은 특별한 경우가 아니고서는 버려지는 나무를 재활용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대부분 나무를 다듬는데 시간을 많이 보내는 편입니다.
대로변에 버려진 자투리 각재, 나무의 종류도 다르고 사이즈와 두께도 조름 달랐습니다. 그래도 버려진 게 아까워 일단 보관을 하다가 오랜만에 액자틀을 만들어 보기로 했습니다. 보통은 화판이나 캔버스 사이즈에 맞춰 그림 작업을 하고 마지막에 액자틀은 맞추지만 이번 경우에는 자투리 각재를 최대한 버리지 않고 살리기 위함이다 보니 일반적인 방법과는 반대로 액자틀을 먼저 만들고 그 안에 화판을 넣어보기로 했습니다. 우선 화판이 되어줄 판재 폭을 고려해 가로 세로 폭을 조절했습니다.
짜맞춤은 연귀맞춤 방식입니다. 먼저 자투리목을 최대한 살려 4개의 틀을 준비하였습니다. 여기저기 잘려나가고 상처 난 자투리목이라 보이는 쪽에 가능한 깔끔한 면을 골라 작업을 했습니다. 목공풀을 발라 자리를 잡고 조임쇠가 없어 비닐끈으로 감아준 뒤 작은 나무 스틱으로 돌려가며 조여주었습니다.
화판이 되어줄 판재입니다. 버려진 수납장 가구를 분해하여 보관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판재의 세로 폭은 16.5cm입니다. 각종 먼지, 얼룩으로 더러워진 판재 표면을 열심히 사포로 정리하였습니다.
코팅된 부분이 벗겨지면서 나무 색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사포 작업은 힘겹지만 그만큼의 결과를 바로 확인할 수 있다는 매력이 있습니다. 나무란, 참 신비한 존재입니다. 한 시간 남짓 표면을 정리하고 다듬어 기본적인 작업을 마무리했습니다.
대략 이런 모습입니다. 액자틀은 위, 아래가 하나의 동일한 나무이고 좌, 우는 또 다른 종류입니다. 화판까지 작업을 마무리하였습니다. 본격적인 작업은 화판 양끝을 깎아내고 액자틀은 땜질을 한 뒤 대패로 정리할 계획입니다. 마감은 오일 정도만 바를 생각이지만 제 각각인 나무색이 조금 신경이 쓰입니다.
보이는 앞면보다 뒷면이 엉성합니다. 다른 종류의 나무를 사용한 이유도 있지만 처음부터 사이즈가 다른 자투리 각재들이라서 일단은 틀을 잡고 나중에 한 번에 다듬기로 했기 때문입니다. 액자틀이 되어줄 앞면과 뒷면에 톱밥을 으깨어 땜질을 하고 대패를 이용해 평을 잡았습니다. 상처와 구멍이 많았지만 처음보다는 많이 양호해진 모습입니다. 못났던 자투리 각재에서 조금씩 모양을 찾아가는 것을 보니 기분이 좋아집니다. 뒷 판 작업은 망치와 끌로만 작업을 할 계획입니다.
톱을 사용해도 되지만 끌로 작업하는 게 좀 더 자연스러운 느낌이 납니다. 같은 직선이라도 반듯한 톱에 비해 끌은 거칠지만 나름의 느낌이 나기 때문입니다. 물론 시간은 조금 더 걸립니다. 액자 틀 가로, 세로 사이즈보다 조금 크게 뒤판의 양쪽 끝을 파냈습니다. 사이즈보다 작으면 헐겁고 크면 들어가지 않을 테니 신경을 써야 합니다. 우선은 넉넉하게 작업하고 나중에 다듬는 작업을 하면서 맞출 생각입니다. 길고 긴 사포와의 싸움, 다듬기를 남겨두고 있지만 우선 어떤 느낌인지, 너무 낮게 파낸 것은 아닌지 살짝 맞춰보기로 했습니다.
끌 작업을 마무리하자 이런 모습이 되었습니다. 위는 액자틀이고 아래는 화판입니다. 반턱맞춤 방식으로 끼워 넣을 화판은 옹이들이 많습니다. 판재 역시 집성목이라 그림 작업을 하기에는 그리 좋아 보이지 않지만 최대한 살려볼 예정입니다.
액자틀에 화판을 결구한 모습입니다. 약간의 여유가 있습니다. 한번 결구하면 쉽게 빠져나오지 않습니다. 물론 필요할 경우 뺄 수는 있습니다. 다행히 크게 문제 되는 부분은 없어 보입니다. 빡빡한 부분을 사포로 조금 더 다듬어 주고 마무리를 하였습니다.
완성된 나무 화판과 액자 틀입니다. 100% 재활용, 수작업으로 새롭게 태어났습니다. 누군가에게는 필요 없는 자투리 목재와 판재였지만 이제 더 이상 필요 없는 존재가 아닙니다. 저에게는 세상에 단 하나뿐이 화판과 액자틀이 되었습니다. 이제 이 안에 그림을 그려볼 계획입니다. 화판에 어울릴 그림 주제와 테마를 고민해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실제 그릴 주제를 확정한 것은 그 해 9월이었습니다. 도저히 떠오르지 않아 예전에 작업해 둔 스케치들을 살펴보다가 줄 타는 광대를 주제로 그려두었던 스케치를 발견, 원래 스케치보다 화판 사이즈에 맞게 길게 작업을 해기로 한 것입니다. 가능한 화폭은 36.5cm입니다. 디지털 작업으로 대략적인 사이즈를 조절해 보기로 했습니다.
줄 타는 광대를 좌측에 배치하고 줄을 길게 끝에서 끝까지 긋고 뒤 쪽에는 배경을 가능한 심플하게 넣었습니다. 줄은 금분으로 도채를 하고 먹선을 넣어 마무리를 하였습니다. 실제 화판에는 하늘은 나무의 옹이와 결이 그대로 나타날 수 있도록 도채를 하지 않고 남겨두었습니다. 이토록 오랜 과정을 통해 완성된 작품이었습니다. 하고 싶은 말이 참 많았던 작품이지만 정작 작품 소개란은 간단했습니다.
작품 소개
버려진 나무 판재를 가져다 다듬어 화판을 만들고 그 위에 줄타기 재주를 부리는 줄광대를 그려 넣었다. 완성된 나무 화판을 반턱으로 깎아내어 액자틀에 반턱맞춤으로 끼워 넣을 수 있도록 제작하였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