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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처음 느낌 그대로 Jun 21. 2024

칭찬을 들었다

지난 4월, 소설을 가르쳐 주시는 선생님으로부터 칭찬을 듣고 싶다는 글을 쓴 적이 있었다.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 드디어 칭찬을 들었다. 처음 소설을 쓰기 시작했을 때와는 몰라보게 성장했으며 매번 나의 글을 읽으시면서 (소재 선택에 있어서) 깜짝 놀란다는 평가를 남겨주셨다. 혹자는 그냥 한 말인데 뭘 그리 기분 좋아하느냐고 말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내가 선생님 밑에서 공부하면서 확신하는 게 하나 있다. 소설가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서 어떤 습작품이 별로일 때, 소설가는 결국에는 별로라고 말한다. 완곡하게, 돌리고 또 돌려서 말할지라도 종국에는 '별로다'라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어쨌든 나는 이번 칭찬을 매우 희망적인 표시로 받아들이고 있다. 선생님은 소설가가 되기 위해서는 적어도 10년은 소설을 써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나는 10년에서 9년으로 줄어들었다고 믿는다.

그러나 칭찬을 듣기 위해 필사적으로 쓰고 지웠던 지난날을 떠올리자면 여전히 괴롭다. 대체 그 시간을 무슨 정신으로 버텨냈는지 모르겠다. 내가 소설을 통해 말하고 싶었던 주제는 삶의 이유였고 이를 표현하기 위해서 폐지 줍는 노인이라는 소재를 사용했다. 주인공은 70대 노인으로 과거, 알츠하이머성 치매에 걸린 배우자를 오래도록 간병했다. 배우자가 사망한 이후 삶의 의미를 상실한 노인은 반려견을 키우며 생의 활력을 회복하게 된다. 이렇게 쓰고 나니 정말 별것도 아니었던 것 같지만 정말, 너무, 힘들었다. 소재는 크게 세 가지다. 70대 노인, 치매 환자의 간병, 반려견. 절망적이게도 나는 이 세 가지에 대해 아는 바가 전혀 없다. 그래서 이 소설을 쓰는 한 달 내내 자료 조사를 놓을 수가 없었다. 자료 조사를 아무리 완벽하게 했어도 문제다.

소설은 말하지 말고 보여줘야 한다. 예를 들어서, 나는 감기에 걸렸다, 하고 짧게 줄일 수 있는 문장을, 열이 나고, 목이 아프고, 머리가 지끈 지끈하고, 약을 먹어도 별 소용이 없는 것 같고... 등등 풀어서 써서 보여줘야 한다. 소설은 보여주기다. 보여주기가 기본 값이다. 자료 조사를 대충 마무리하고, 이제 뭘 보여줄 것인가를 결정해야 한다. 나는 이 부분에서 새치가 스무 개는 늘어난 것 같다. 첫 단락을 여차저차 썼다. 그런데 두 번째 단락이 써지질 않았다. 일주일 넘게 고민했다. 끔찍했다.

10년의 습작 기간 중 일 년을 줄인 습작을 썼다고 믿는다. 그러나 나는 여전히 갈 길이 멀다. 앞으로도 자료 조사나 보여주기 때문에 꽤나 머리 좀 아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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