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기심인지 아니면 도피성인지..
캐나다에 산지 어느덧 10년. SNS 댓글로 "외국에 살아 좋겠다", "부럽다"는 말과 함께 해외 이민, 유학 등 외국 생활을 꿈꾸는 분들께 현지 생활 관련 질문을 많이 받는다. 오지라퍼에 장문충인 나는 이민 초기 이런 질문들에 일일이 구구절절 답변을 해주기도 했다. 그런데 나에겐 답변 전 항상 묻고 싶었지만 그러지 못한 한가지가 있었다. 그건 바로 "왜?"이다. 당신이 외국생활을 원하는 이유는 '호기심'인가요? 아니면 '도피성'인가요?
오늘 아침 TV를 통해 전 세계로 생중계되는 퀸 엘리자베스 2세의 장례식을 보며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다.
그녀는 자신의 대관식과 장례식을 TV로 생중계한 첫 번째 여왕이기 때문이다. 여왕의 70년 직위 기간 동안 세상은 많이도 바뀌었다. 여왕이 아닌 누구나 작은 카메라로 자신의 일상을 찍어 인터넷에 공유하는 세상이 왔다. 70년전 대중은 여왕의 인생을 궁금해하고 동경했지만, 현재의 우리는 식탁 앞에 앉아 자기만큼 평범한 타인의 일상을 보면서 식사를 하는 일에 익숙하다. 누군가 "우리 집에 금송아지 있어"라고 말한다면 "인증샷 보여줘 봐"라고 대답하는 세상에 지금 우린 살고 있다. 지구 반대편에 있는 것들도 마음만 먹으면 생각보다 쉽게 직접 볼 수 있는 그런 세상이다.
내가 처음 영어를 배우고 싶다는 생각이 든 건 대학원 때였다. 수업 교재가 대부분이 번역된 외국 서적인데, 그때만 해도 번역이 매끄럽지 않거나 불필요하게 어려워 차라리 원서로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직접 보고, 대화하며 느끼고 생각하고 싶었던 것이다. 나는 바로 새벽 영어수업을 등록하고 공부를 시작했다. 외국에 산지 10년, 그때보다 영어가 많이 늘었냐 묻는다면 아직도 많이 부끄럽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그동안 내가 한국에만 쭉 살았다면 퀸 엘리자베스 2세의 장례식을 보며 오늘과 다른 생각을 했을 것이다.
내가 한국을 떠나 있는 동안 '헬조선'이라는 신조어가 생겼다. 그리고 그 헬조선으로부터 탈출하고 싶어 하는 여러 사람들로부터 외국 생활에 대한 막연한 동경과 질문을 받는다. 그리고 그런 궁금증을 가진 사람들을 위해서, 그리고 나 스스로를 위해서 한 번쯤 지난 10년간 외국 생활을 정리해보는 시간을 가지고 싶었다.
결론에 대한 힌트를 미리 살짝 주자면, 헬조선을 탈출하고 싶은 심정으로 외국 생활을 시작하고자 하는 사람이 있다면 "현실에 유토피아는 없다"고 말하고 싶다. 삶은 어디서나 항상 같은 무게로 나의 어깨를 짓누르기 마련이다. 하지만 더 넓은 세상에 대한 호기심으로 외국 생활에 도전해보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내가 한 실패들을 피할 수 있는 제일 좋은 지름길을 알려주고 싶다. 다른 사람의 인생을 이해하는 건 내 삶의 무게를 객관화하기 매우 좋은 기회다. 도전하는 사람들을 응원하는 마음으로 먼 길을 돌고 돌아온 내가 직접 느끼고 깨달은 것들을 짧게 적어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