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시간제여행자 Jul 20. 2016

홋카이도, 4일간의 추억 그리고 기록

Chapter X. 라벤더의 향연

1. 후라노라벤더, 라벤더후라노



신기하게도 어느 쪽은 흐리멍텅한 보랏빛이었는데 다른 쪽은 그래도 꽤나 선명한 보랏빛을 간직하고 있었다. 나처럼 일찍 오는 여행객을 위한 서비스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선명한 보랏빛 아래에서 열심히 사진을 찍었다. 이렇게 찍고, 저렇게 찍고. 잘 나오는 곳을 찾아 올라가다 보니 가장 꼭대기까지 올라가게 되었다. 그리고 뒤를 돌아봤을 때, 밑에서는 몰랐던 탁 트인 정경이 눈 앞에 펼쳐졌다. 멀리 우리가 기차를 타고 온 간이역이 보이고, 우리가 지나온 유채꽃밭이 보이고, 가까이 있는 라벤더가 한눈에 내려다 보이는 그러한 정경이었다. 그냥 내려가기 아쉬워 그 자리에 바로 앉았다. 그저 아래를 내려다보고, 사람을 관찰하고, 라벤더를 보면서 팜도미타를 한껏 느꼈다. 가장 행복했던 순간이었다.


가장 꼭대기에서 가만히 내려다 보다

사진 찍는 관광객에 대한 단상

보랏빛이 듬성듬성 보였던 팜도미타에서 가장 높은 곳에 앉아 사람들을 구경했다. 원래는 아래 풍경이 아름다워서 그냥 앉아서 보고 있었는데 보다 보니 풍경과 함께 그곳에 있는 사람들이 눈에 들어왔다.
꽃밭에서 사진 찍는 건 국적불문, 장소불문 어디서나 비슷한 것 같다.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이 각양각색의 모습으로 사진을 찍는 것이 너무나도 신기했다. 다 다른 것 같으면서도 사진을 찍는 지점이나 뭔가 설정을 한다는 점은 비슷했다. 나 역시도 그들이 찍는 지점에서 나름의 설정을 하고 사진을 찍었다. 또 하나 특이한 점은 셀카봉을 많이 들고 다닌다는 점이다. 우리가 셀카봉이 처음 나왔을 때처럼 열광하고 들고 다니지는 않는 것과는 반대로 다른 나라 사람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셀카봉을 들고 다녔다. 보다 좋은 사진이 나오길 바라는 열정은 전 세계 공통인 것 같다.


2. 라벤더의, 라벤더를 위한, 라벤더에 의한



내려오면서 모두가 맛있다고 이야기하는 라벤더 아이스크림도 먹고, 각종 라벤더 기념품도 샀다. 어딜 가나 보랏빛으로 가득하다. 심지어 팜도미타 직원들이 입는 보라색 유니폼도 기념품점에서 판다. 그저 신기할 따름이다. 올라왔던 길과는 다른 길로 나오니 팜도미타의 또 다른 부분을 만날 수 있었다. 라벤더도 풍성했고, 각종 꽃들도 가득 피어있었다. 팜도미타의 일부분만 보고 왔던 것이다. 거기에서도 라벤더를 보고 다른 꽃들도 봤다. 후라노에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계속 들었다. 그러나 이제는 돌아갈 시간이 되었다.



비에이는 그냥 지나쳐갔다. 후라노와 비에이 둘 다 보기보다는 후라노에 집중하자고 동행과 이야기했기 때문이다. 우중충한 날씨 때문에 원래 비에이에서 하려고 했던 자전거를 타지 못할 것 같다는 점도 비에이를 지나친 하나의 이유였다. 노롯코호는 달려 아사히카와까지 갔고 아사히카와에서 삿포로로 슈퍼가무이 기차를 타고 왔다.



3. 마지막 저녁 만찬


저녁은 에스타 10층에 있는 회전초밥집에서 해결했다. 원래는 하나마루에 가려고 했으나 8시가 넘은 시간에도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어 포기하고 이곳으로 왔다. 원래는 톳피라는 회전초밥집이었던 것 같은데 이름이 바뀌었는지 혹은 내가 못 찾은 것인지 하여튼 다른 이름을 보고 회전초밥집에 들어가게 되었다. 영어로 된 메뉴판이었기 때문에 일일이 사전을 찾아가며 시켜먹었는데 맛있었다. 돌아다니는 초밥보다 시키면 다른 초밥을 가져다준다. 하지만 몇몇 초밥은 돌아다니는 초밥을 그냥 가져다준 것 같기도 하다. 맛있게 먹었지만 감탄할 정도의 맛은 아니었던 것 같다.


배부르게 먹다. 생각보다 싸다.

이렇게 삿포로의 마지막 밤이 지나가고 있다.


2016년 7월 2일부터 7월 5일까지 일본 홋카이도.

매거진의 이전글 홋카이도, 4일간의 추억 그리고 기록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