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XI 홋카이도 여행의 끝, 다른 여행의 시작
마지막 날이다. 보통 마지막 날은 오는 비행기 시간이 애매해, 한 것 없이 지나가는 경우가 많다. 누구든지 돌아오는 비행기는 가능한 범위 내에서 최대한 늦게 예약하고 싶을 것이다. 운이 좋게도 돌아오는 비행기는 5시 출발이었다. 오전 시간은 충분히 더 여행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아침에 일어나서 짐을 싸고 체크아웃을 했다. 짐은 잠시 맡겨둔 채 향한 곳은 홋카이도 대학교다. 숙소에서 오분도 채 안 걸리는 곳에 홋카이도 대학교가 위치해 있었다. 삼일 동안 잘 볼 수 없었던 햇살이, 가는 날이 되어서야 비치기 시작했다. 햇살 가득한 캠퍼스는 정말 평화로웠다. 오랜 역사를 간직한 학교답게 구석구석에서 역사가 느껴졌다.
우리와 다른 신기한 모습 중 하나는 학교 안에서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 사람이 많다는 점이다. 다 둘러보지 않아서 크기가 어떤지는 잘 모르겠지만 걸어서 학교를 다니기에는 캠퍼스가 너무 큰 것만은 분명했다. 그래서 너도나도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 것 같다. 자전거를 위한 주차장이 따로 있고, 여기에 질서 정연하게 자전거를 세워두는 모습을 보며 일본인들의 민족성을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었다. 홋카이도 대학교 정문 앞 카페에서 도심 속 자연과 평화로움을 느끼며 천천히 여행을 마무리하기 시작했다.
마지막 코스는 삿포로역 쇼핑몰이었다. 삿포로역에는 에스타, 스텔라 플레이스, 다이마루 백화점 등 다양한 쇼핑몰이 모여있다. 특히 다이마루 백화점 지하의 식품관을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했다. 하루의 시간이 더 있었다면 여기서 이것저것 사다가 한 끼 식사를 해결해도 꿀맛이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여행의 끝이 보일수록 이런저런 아쉬움만 늘어가는 법이다.
이제는 다시 돌아갈 시간이 되었다. 온 길과는 반대로 가면서 다시 일상으로 복귀하게 되었다. 삿포로에서 신치토세 공항으로, 신치토세 공항에서 인천국제공항으로, 인천국제공항에서 집으로. 짧은 시간에 다시 일상으로, 현실로 돌아왔다. 3박 4일 짧은 여행은 즐거운 시간이었다.
일상으로 돌아오기 까지.
여행에서 다시 일상으로 돌아오는 데에는 시간이 필요하다. 물론, 몸은 일상으로 돌아와 있지만 마음은 시간을 필요로 한다. 내가 생각하기에는 여행한 기간만큼의 시간은 필요한 것 같다. 앞으로 4일 정도는 마음이 많이 힘들 것 같다. 그 시간이 지나야 일상에 다시 적응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또 일상에서 벗어나는 방법을 찾을 것이다.
시간이 지나, 일상에 다시 적응해 살아가고 있다.
그러나 아직 여행의 흔적은 곳곳에 남아있다. 스마트폰에는 홋카이도에서 찍었던 사진들로 가득하고 책상에는 여행 내내 들고 다녔던 가이드북이 맨 위에 올라와 있다. 삿포로에서 사온 삿포로 맥주는 마지막 캔만을 남겨두고 있고, 면세점에서 산 각양각색의 과자들도 끝이 보인다. 시간이 그만큼 지났고, 일상에 적응해 다시 또 잘 살아가고 있는 중이다.
갔다온 지 3주가 지나서야 4일동안 있었던 일들을 대충 정리할 수 있었다. 브런치에 글을 나누어 올렸고, 따로 여행 노트를 만들어 여행을 정리했다. 여행에 대한 기록과 함께 차곡차곡 모아둔 영수증, 티켓들도 정리해 두었다. 여행의 흔적을 보며 다시 또 다른 여행을 꿈꾼다.
또 다른 여행은 지금부터 시작되고 있는지도 모른다.
2016년 7월 2일부터 7월 5일까지 일본 홋카이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