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위와 함께한 인천역 주변 여행
한 여름날, 인천에 갔다. 가까운 곳이지만 나름 여행을 온 것 같은 느낌을 가질 수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1호선 지하철을 타고 종점인 인천역에서 인천여행을 시작했다.
인천역 바로 앞은 차이나타운이다. 전 세계 어딜 가나 볼 수 있는 차이나타운을 상징하는 패루가 반겨준다. 차이나타운을 들어가기 전, 더위부터 식히러 근처 카페로 향했다. 여행하기 너무 더운 날씨였기 때문이다.
군대 가기 전이었던가. 차이나타운이 구경하고 싶어 혼자서 인천에 온 적이 있었다. 그때는 지금과 다른 소박한 느낌이었다. 구경 나온 사람들은 별로 없었고 패루만 우두커니 서 있었다. 혼자 걸어 다니며 구석구석 구경하다가 맛있는 것도 많이 먹고 돌아왔던 좋은 기억이 있다.
지금은 그때와는 많이 다른 모습이다. 이국적인 풍경은 그대로인데 그 풍경 속에서 전국 각지에서 볼 수 있는 잡다한 것을 다 파는 모습이 합쳐진 요상한 모습으로 변해있었다. 왜 인천 차이나타운에서 전주 수제 초코파이를 팔고 있는 것인지... 더운 날씨와 합쳐져 정신이 없는 모습이었다. 주말이라 사람이 많다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이전과는 다르게 조금은 아쉬운 모습으로 변해버린 것 같다고 생각했다.
여기까지 왔으니, 처음 짜장면이 시작되었다는 공화춘에서 공화춘 짜장면을 먹었다. 맛은 있었지만 배고파서 더 맛있게 느껴졌던 것인지도 모른다. 특출 난 맛은 아니었다. 다음번에 온다면 유명한 다른 맛집에 가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줄이 조금 짧은 이유는 있었던 것 같다.
근대 역사에서 인천은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서울과 가까운 곳이자, 개항장이라는 위치로 인해 열강의 이해관계가 대립했던 곳이기도 하다. 청과 일본 모두 이 인천에 조계지를 두고, 조선을 자신의 세력 아래 두기 위해 노력했다.
공화춘에서 나와 삼국지 벽화길을 따라 끝까지 올라가면 오른쪽으로 탁 트인 계단이 나온다. 이 곳이 바로 청일조계지를 구분하는 계단이다. 이 계단을 기준으로 풍경이 확연히 구분된다. 한쪽은 중국을 담은 풍경이고 다른 한쪽은 일본을 담은 풍경이다. 각 나라의 영향력이 고스란히 풍경 속에서 느껴진다.
개항장이었던 인천에는 당연하게도 근대 역사에서 중요한 건축물이 많을 수밖에 없다. 더위도 피할 겸 인천의 근대건축전시관에 들어갔다. 서양풍의 각종 건물도 존재했던 근대 인천의 모습을 보니 근대 개항 과정에서 인천이 겪었던 천지개벽 수준의 변화가 느껴졌다. 그 역사를 아는 내가 볼 때도 엄청난 변화인 것 같은데, 그 당시 사람들이 느꼈던 감정은 상상 이상이었을 것이다.
인천역에서 동인천역까지, 각양각색의 풍경을 담고 있는 이 곳은 분명 매력적인 관광지다. 하지만 오늘 여행에서 본 이곳의 모습은 아쉬움이 많았다.
특별한 풍경과 이야기를 간직한 곳이지만 전국 어디서나 볼 수 있는 똑같은 아이템을 팔고 있는 모습은 전혀 특별하지 않았다. 이곳의 풍경과 현재가 조화롭게 공존하지 못하는 느낌을 받았다. 인천이 가지고 있는 이야기가 있지만 그 이야기를 한껏 풀어내지 못하는 느낌을 받았다.
오직 이곳에서만 볼 수 있는 풍경, 오직 이곳에서만 들을 수 있는 이야기에 좀 더 집중하는 게 더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본다. 그러면 분명 누구나 시간이 날 때마다 다시 찾고 싶은 그런 곳이 될 수 있지 않을까.